"도대체 끝이 어디일까?"

 

광란의 질주라고 표현을 해야 하는가? 아니면 무한질주라고 해야 하는가? 지난 8월 한국프로야구를 뜨겁게 달궜던 KIA타이거즈의 선두 굳히기는 9월 첫날에도 이어졌다. 선두 KIA는 롯데와의 시즌 마지막 경기인 2009 CJ마구마구 프로야구 사직경기에서 선발 서재응의 호투와 김상훈의 2타점 적시타를 발판삼아 힘겹게 4강 경쟁을 펼치고 있는 롯데에 4-3으로 승리를 거두며 4연승 행진을 이어갔고 올 시즌 롯데와의 상대전적 12승 7패로 우위를 점하며 롯데와의 19차례 경기를 마감했다.

 

쉬어갈 곳 없는 타순 오늘은 누가 미칠까?

 

8월 KIA의 경기를 지켜봤던 팬들과 야구인들은 KIA의 경기에 혀를 내둘렀고 한마디로 "미쳤다"라는 표현을 되풀이했다. 물론 그 중심에는 월간타율 0.409에 15홈런 38타점을 기록한 김상현이 있었다. 15홈런 38타점의 기록은 종전 이승엽(홈런 15개) 장종훈(38타점)이 세웠던 월간 최다 타이기록이다. 또 하나 요즘 KIA의 팀 분위기를 살펴보면 "오늘은 과연 누가 미칠까?"이다. 지난 8월 23일-25일까지 펼쳐졌던 2위 SK와의 경기에서는 프로2년차 나지완과 대타전문 이재주가 시원한 역전포를 쏘아 올렸고 30일 열린 두산과의 경기에서는 장성호가 1-1동점상황에서 대타 만루 홈런을 기록하며 선두경쟁에 미련을 버리지 못했던 두산과 SK에 KO펀치를 날렸다. 이처럼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타선은 후반기에 접어든 현재 투수력이 현저히 떨어진 상대팀에게는 부담 그 자체가 될 수밖에 없다. 1일 롯데와의 경기에서도 6번으로 선발 출장한 캡틴 김상훈이 3회 2타점 적시타를 터뜨리며 부산갈매기의 날개를 꺾고 말았다. 올 시즌 김상훈의 타율은 0.235에 불과하다.

 

과거 해태시절 타이거즈의 타순은 상대팀들에게 부담 그 자체였다. 1번부터 9번까지 타순에 포진한 9명의 선수가 언제 어디서 폭발을 일으킬지 몰랐기 때문이다. 요즘 KIA의 타순이 그렇다. 어쩌면 요즘은 선발로 나온 선수보다 대타로 나온 선수들을 더 경계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대타전문 이재주는 누구나가 아는 대타홈런 신기록의 소유자다. 여기에 지난 10년간 타이거즈의 중심타선을 이끌었던 장성호와 프로2년차 나지완이 상대 투수에 따라 3번자리를 번갈아 맡고 있다. 최근 부상으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신인왕 후보 안치홍도 박기남-김선빈-김종국과 함께 2루 자리를 보며 고졸루키임에도 불구하고 14개의 홈런포가 말해주듯 장타력까지 갖추고 있다. 이밖에도 올해 부상에서 복귀한 홍세완과 로페즈의 파트너인 차일목도 언제든지 대타로 기용될 수 있어 KIA의 타선은 주전선수를 떠나 후보선수들까지도 상대투수들에게는 부담스러운 상황이 되었다.

 

돌아온 서재응 시즌 초반 부진을 털고 후반기 두차례의 선발등판에서 잇따라 승수를 챙기며 높은 KIA 마운드의 또 다른 힘이 되고 있다.

▲ 돌아온 서재응 시즌 초반 부진을 털고 후반기 두차례의 선발등판에서 잇따라 승수를 챙기며 높은 KIA 마운드의 또 다른 힘이 되고 있다. ⓒ KIA타이거즈

높았던 마운드 더욱 높아지는가?

 

전반기 KIA가 4강권에 오를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단연 마운드였다. 그 중심에는 효자용병 구톰슨과 로페즈가 있었고 좌완 양현종이 새로이 가세하며 마운드를 높였다. 그리고 국가대표 에이스 윤석민이 보직변경과 부진의 늪을 벗어나 7월 선발진에 복귀하며 철옹성 마운드를 구축했다. 전반기 내내 커보였던 마무리 한기주의 부재는 싱커의 달인 유동훈이 한기주의 공백을 잊게 했고 최근 구위라면 한기주가 돌아온다 해도 유동훈의 자리를 빼앗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불펜이 쉬운 것도 아니다. KIA의 불펜은 시즌 초반 선발로 활약했던 선발급투수 곽정철과 잠수함불펜 손영민이 지키고 있다. 여기에 오준형, 박경태 등이 두곽을 나타내며 KIA마운드의 또 다른 힘이 되고 있다. 시즌 초 6선발이라는 파격적인 선발운영을 했던 마운드,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시즌 초반 메이저리그의 힘을 보여주며 기대를 모았다가 부상과 부진으로 선발 마운드를 떠났던 서재응도 최근 들어 구위를 회복하며 선발진에 힘이 되고 있다. 다승 선두인 구톰슨에게 어깨 피로에 따른 휴식을 주는 여유를 보면 시즌 막판까지 피말리는 4강 싸움을 해야 하는 4강경쟁권 팀들에게 KIA의 투수력은 부러움 그 자체일 것이다. 이제 KIA마운드의 남은 시즌 가장 큰 목표는 오뚜기 이대진의 100승투일지도 모를 일이다.

 

지난 1997년 한국시리즈 우승 당시 타이거즈는 정규리그 우승도 함께 차지했다. 그리고 그 우승을 끝으로 지난 11년 동안 단 한 차례도 한국시리즈에 나가보지도 못했고 정규리그 우승은 언강 생심이었다. 오히려 지난 2005년과 2007년 꼴찌로 추락하며 종이호랑이라는 비아냥까지 들어야 했다. 하지만 최근의 KIA는 해태시절과 자주 비교되고 있다. 그만큼 강해졌고 타이거즈의 근성을 회복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2009시즌 KIA의 남은 경기는 이제 17경기다. 최근의 상승세를 그대로 이어 타이거즈 역사상 최다승(종전 81승)기록과 함께 지긋지긋한 아홉수를 넘어 사상 첫 열 번째 우승을 차지할 수 있을지 KIA타이거즈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2009.09.02 10:26 ⓒ 2009 OhmyNews
KIA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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