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화려한 휴가> 영화전문채널 채널CGV가 서거하신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장을 하루 앞둔 22일 밤 광주의 아픔을 다룬 영화 <화려한 휴가>를 방영했다.

▲ 영화 <화려한 휴가> 영화전문채널 채널CGV가 서거하신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장을 하루 앞둔 22일 밤 광주의 아픔을 다룬 영화 <화려한 휴가>를 방영했다. ⓒ (주)기획시대


2년 전 드라마로만 다루어졌던 영화 한 편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출연진도 화려했지만 독재정권에 대항해 목숨을 바쳐 싸우다 수많은 시민이 죽어간 광주의 아픔을 다룬 영화였다.

이 영화는 당시 고인이 되신 김대중 전 대통령으로부터 정치권 인사들에 이르기까지 7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기록하며 분노와 눈물샘을 자극하기도 했었다.

바로 영화 <화려한 휴가>. 당시 영화를 관람했던 관객들 각자의 관람 소감이 다르겠지만 난 이 영화를 관람하는 내내 주먹을 불끈 쥐었고, 나도 모르게 혼잣말로 끊임없이 욕을 내뱉기도 했었다.

우리는 광주를 지킬 것입니다 극중 간호사 신애가 광주 골목을 누비며 시민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이 장면, 이 목소리는 아직도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 우리는 광주를 지킬 것입니다 극중 간호사 신애가 광주 골목을 누비며 시민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이 장면, 이 목소리는 아직도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 (주)기획시대


그리고, 극중 주인공 민우(김상경 분)의 마지막 절규 "폭도? 우리가 폭도라고? 우리는 폭도가 아니야∼ 이 ×새끼들아!"하며 수많은 총탄에 죽어가는 모습과 간호사 신애(이요원 분)가 군용 짚차를 타고 썰렁한 광주의 골목을 돌며 "우리는 광주를 지킬 것입니다. 지켜낼 것입니다"라는 스피커의 목소리는 아직도 뇌리 속에 지워지지 않고 남아있다.

2년 여의 시간이 지난 22일 밤 다시 영화 <화려한 휴가>를 만났다. 이번에는 TV 속에서다. 영화전문 채널 채널CGV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를 추모하는 의미로 <화려한 휴가>를 긴급 편성해 방영한 것.

2년 전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한 뒤에도 CD를 구해 몇 번을 더 관람하기도 했지만, TV에서 방영되는 <화려한 휴가>를 보니 그 느낌이 새삼 남달랐다.

특히, '행동하는 양심'으로 평생 민주화에 몸 바쳐 희생하다 서거하신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장을 하루 앞두고 방영된 것이어서 영화를 지켜보는 내내 숙연해지기도 했다. 또한, 아무것도 모르고 정치권의 희생양이 된 광주시민들이 가련해지기도 했다.

작전명 <화려한 휴가>는 광주시민들에게는 민주화를 위한 절규였다

영화의 한 장면 광주를 점령한 계엄군이 광주시민들을 무자비하게 폭행하고 끌고가고 있는 모습.

▲ 영화의 한 장면 광주를 점령한 계엄군이 광주시민들을 무자비하게 폭행하고 끌고가고 있는 모습. ⓒ (주)기획시대


당시 계엄군의 작전명이자 영화의 제목이었던 <화려한 휴가>는 광주시민들에게는 결국 광주를 지키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자, 군사정권을 향한 민주화의 절규였다고 표현하고 싶다.

평화롭던 광주에 계엄군이 배치되고, 아무 것도 모른 채 길거리를 오가는 시민들이 계엄군의 총탄에 희생되었다. 이로 인해 광주 시민들의 분노를 사 결국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택시기사인 민우와 그의 동생인 진우(이준기 분), 간호사인 신애, 예비역 군인으로 시민군을 이끄는 흥수(안성기 분), 그리고 영화의 감초로 등장해 웃음과 감동을 전해 준 인봉(박철민 분)과 용대(박원상 분)가 극을 이끌어가는 영화 <화려한 휴가>는 전반부와 후반부의 극 분위기가 사뭇 차이가 난다.

전반부는 평화로운 광주의 모습을 다룬데 비해 계엄군이 점령했던 후반부는 극을 이끌어가는 배우들을 중심으로 계엄군에 대항해 광주를 사수하려는 광주 시민들의 처절한 몸부림 등 아픔을 그려내고 있다. 또한, 죄 없는 광주 시민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하는 계엄군의 모습에서 관객들을 분노에 차게 만들기도 한다.

제 아버지를 찾아주세요! 계엄군의 총칼에 희생당한 아버지의 영정사진을 들고 있는 어린아이의 모습을 외신기자가 촬영하고 있다.

▲ 제 아버지를 찾아주세요! 계엄군의 총칼에 희생당한 아버지의 영정사진을 들고 있는 어린아이의 모습을 외신기자가 촬영하고 있다. ⓒ (주)기획시대


특히, 후반부 고등학생 신분을 속이고 대학생이라며 마지막 혈전에 동참해 계엄군의 총탄에 맞아 죽어가면서 "○○고등학교 3학년 ○○○입니다. 제 이름을 기억해 주세요"하며 마지막 말을 남기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한 학생의 절규는 극중 계엄군과 벌이는 아비규환의 현장 속에서 심금을 울리는 대목이다.

어린 학생에서부터 자식을 둔 아버지, 그리고 계엄군과의 협상을 주도했던 신부님까지 그들은 그렇게 광주를 지키기 위해서 자신의 소중한 목숨을 내던졌다. 더 나아가 그들은 서거하신 김대중 전 대통령이 그토록 울부짖었던 '민주화'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초개와 같이 희생한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광주의 공통점, '민주화'의 상징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7년 8월 9일 오전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다룬 영화 <화려한 휴가>를 관람한 뒤 극장을 나서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7년 8월 9일 오전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다룬 영화 <화려한 휴가>를 관람한 뒤 극장을 나서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서거하신 김대중 전 대통령과 광주는 실과 바늘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상징성이 있다. 바로 '민주화'의 상징이라는 점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이후로 광주는 그야말로 '민주화의 성지'로 여겨지고 있다. 우리가 민주화운동하면 쉽게 광주를 떠올리는 이유도 거기에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대한민국의 미래인 청소년들이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하여 지난 2007년 영화 <화려한 휴가>가 개봉되었을 당시 이 영화를 극장을 찾아 직접 관람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5·18항쟁정신은 민주주의 정신이요, 평화의 정신이다. 또 화해와 질서의 정신이다. 이번 기회에 이런 5·18정신이 전국적으로, 특히 그 시대를 모르는 젊은이들에게 전해져 계속되었으면 좋겠다"고 전한 바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를 추모하기 위해 긴급 편성했다는 영화전문 채널 CGV의 영화 <화려한 휴가> 첫 케이블 방송을 시작으로 앞으로 다른 영화채널에서도 이 영화가 지속적으로 상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전 대통령의 영화평처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영화 <화려한 휴가>를 보고 5.18 민주화항쟁이 잊혀 지지 않고 그 정신을 이어받아 민주화를 위해 목숨을 바친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노력해 나가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유포터에도 송고합니다.
김대중 화려한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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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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