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골매의 눈빛, 송골매의 날갯짓 1999년은 그런 점에서 송진우의 선수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한 고비였다고 할 수 있다. 그 제껏 ‘강하게, 더 강하게’를 외치며 달려왔던 송진우는 그해부터 ‘의도적으로 느리게 던지는 공’인 서클체인지업을 던지기 시작했고, ‘약하게, 약하게, 갑자기 강하게’를 구사하는 선수로 변신할 수 있었다.

▲ 송골매의 눈빛, 송골매의 날갯짓 1999년은 그런 점에서 송진우의 선수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한 고비였다고 할 수 있다. 그때까지 '강하게, 더 강하게'를 외치며 달려왔던 송진우는 그해부터 '의도적으로 느리게 던지는 공'인 서클체인지업을 던지기 시작했고, '약하게, 약하게, 갑자기 강하게'를 구사하는 선수로 변신할 수 있었다. ⓒ 한화 이글스

내게는 투수보다는 '회장님'으로 더 친숙한 프로야구 최고령 투수 송진우(43, 한화) 선수가 전격 은퇴를 선언했다. 송진우 선수 생년월일이 1966년 2월 16일이므로 나와 동갑내기이다. 하지만 나는 12월 11일이니, 송 선수는 나보다 열 달이나 앞서 태어났다. 나같은 경우 100미터 달리는 일도 벅찬데 송진우 선수는 지금까지 선수 생활을 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존경할 수밖에 없다. 이제 그가 떠난다니 마음 한자리가 아프다.

송진우 선수가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 남긴 족적은 쉽게 잊히지 않을 위대한 역사이다. 통산 210승 등 무수한 기록을 남겼다. 지금도 안타까운 것은 송진우 선수가 200승을 거둔 2006년 8월 29일 기아전 경기를 어느 방송사도 중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200승이라는 한국 프로역사에 위대한 역사를 이룩하는 장면을 우리들은 녹화화면으로만 볼 수 있었다.

나이가 나이인 만큼 그가 기록하는 것에는 '최고령'이 따라붙었다. 최고령 선발승은 2008년 9월 13일 문학경기장에서 SK전(42세 6개월 28일), 구원승은 2009년 4월 8일 대전 경기장 두산전(43세 1개월 23일), 완투승은 2005년 9월 8일 문학경기장 SK전(39세 6개월 23일), 완봉승은 2005년 9월 8일 문학경기장 SK전(39세 6개월 23일)이다. 공교롭게도 문학경기장에서, 그리고 SK전에서 많이 세웠다.

투수는 타자보다 선수 생활을 오래 하기 힘들다. 타자들은 몸관리를 잘하면 마흔 살이 넘을 때까지 생활을 할 수 있지만 투수는 그렇지 못하다. 예를 들면 최동원 선수(32살-롯데, 삼성), 선동렬 선수(36살-해태, 주니치), 김시진 선수(34살-삼성, 롯데), 이상훈 선수(34살-(LG) 은퇴 나이를 보면 송진우 선수가 몸관리를 얼마나 철저히 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지금과 그때는 프로야구 환경과 선수 관리가 달랐다고 할 수도 있다.

철저한 몸 관리... 선수로서도, 인간적으로도 훌륭했던 송진우

세광고 시절의 송진우 1983년 제 36회 황금사자기. 세광고가 야구부창설 29년 만에, 그리고 충북지역 고교 역사상 최초로 서울에서 열린 전국 야구대회 우승을 이루어냈던 그 역사의 중심에 서있던 것이 경남고와의 결승전에서 완투승을 거둔 2학년생 송진우였다.

▲ 세광고 시절의 송진우 1983년 제 36회 황금사자기. 세광고가 야구부 창설 29년 만에, 그리고 충북지역 고교 역사상 최초로 서울에서 열린 전국 야구대회 우승을 이루어냈던 그 역사의 중심에 서있던 것이 경남고와 벌인 결승전에서 완투승을 거둔 2학년생 송진우였다. ⓒ 황금사자기 고교야구대회

송진우 선수 은퇴에 누리꾼들도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다음 누리꾼 '차칸늑대'는 "한결같은 색깔을 내는 소나무나 난초처럼 꿋꿋하게 활동해온 점을 높이 평가하며 앞으로 지도자생활도 열심히 하시길 기원합니다. 송진우 아듀!!!"라고 했다.

송진우 선수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차칸늑대'가 표현한 "한결같은 색깔을 내는 소나무"라는 비유에 동의할 것이다. 그는 교만하지 않았고, 야구를 사랑했으며, 무엇보다 선수들 권리를 귀하게 여겼다. 그리하여 유명한 '회장님'이라는 호칭을 얻었다.

재벌의 회장님은 영광과 부를 상징하지만, 프로야구 선수들에게 회장님은 영광과 돈이 아니라 자기 희생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송진우 선수를 존경하는 이유는 프로야구 선수로서 남긴 위대한 기록과 함께 동료 선수들을 위해 자기가 먼저 짐을 진 것 때문이다.

'eujin'는 "이글스 경기에 송진우 선수가 나오면 많은 사람들이 기립하여 회장님을 맞이하곤 했습니다. 등판만 해도 우리에게 힘을 주던 회장님!! 그 모습을 못 보게 된다니 너무 아쉽습니다. 깨지기 어려운 대단한 기록, 대단한 우리 회장님"라며 "대단한 지도자로 거듭나리라 믿습니다"고 했다.

지도자 수업을 받은 후 위대한 선수에서 위대한 지도자로 다시 태어나 한국 프로야구 발전을 위해 힘쓰는 송진우 선수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제 송진우 선수가 아니라 송진우 코치, 송진우 감독이 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둘이고싶다'는 "당신은 진정한 야구인이라"며 "한국야구계의 산 증인으로서, 또한 사생활도 깔끔했던 사람으로 선후배 야구인 및 일반인들에게조차 참으로 존경 받는 야구인이었소, 앞으로 현역으로는 님을 보지는 못하겠지만 내 가슴 속에 영원히 기억되어 있을 것이요"라고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는 송진우 선수에게 찬사를 보냈다.

우리 모두 같은 마음이다. 송진우 선수가 프로야구 선수로서 남긴 위대한 기록들, 그 기록은 다시 깨어져야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가 남긴 기록은 대한민국 프로야구에 길이 남을 역사이다. 이제 선수로서는 볼 수 없지만 운동복을 입고 야구장의 지휘관으로 다시 볼 수 있기를 바란다.

회장님, 당신은 늘 푸른 소나무로 남을 역사입니다.

 한국 프로야구 '명예의 전당' 격인 '성구회' 초대 회원인 양준혁·송진우·전준호 선수.(왼쪽부터)

한국 프로야구 '명예의 전당' 격인 '성구회' 초대 회원이 된 송진우 선수(왼쪽은 양준혁, 오른쪽은 전준호 선수). ⓒ 이승훈


송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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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태어날 때 당신은 울었고, 세상은 기뻐했다. 당신이 죽을 때 세상은 울고 당신은 기쁘게 눈감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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