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된 여행>

<금지된 여행> ⓒ 네마프


"푸른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 계수나무 한 그루 토끼 한 마리~"

일제 시대인 1924년 윤극영이 작사했던 <반달>이다. <반달>은 한국 최초의 동요로 6.25와 남북분단을 거쳐 세대를 거듭해 사랑받았다. 남한으로 목숨을 걸고 넘어오는 탈북민들에게도 같은 노래가 흘렀을까. 제9회 뉴미디어페스티벌 마지막 날인 9일 서교동 아이공의 소극장에서도 남북의 거리가 강으로 흘렀다.

2001년 12월 탈북자 정재송씨는 아내와 딸, 아들의 한국행을 돕기 위해 다시 중국과 몽고의 국경을 넘는다. 1999년 한국으로 온 정재송씨는 가족을 데려오기 위해 정착금을 모아왔다. 침대표로 몽골로 가려던 일행은 둥치에서 중국 공안에 의해 체포된다. 정재송씨는 3개월 구류 이후 석방되었지만 가족은 북한으로 송환되었다.

정재송씨는 이후 탈북민 출신인 옥화씨와 가정을 이루어 아들을 낳았다. 옥화씨가 데려온 두 딸도 함께다. "아침에 일어나 아이들을 보면 북한에 두고 온 아내와 아이들이 생각난다"며 술잔을 기울인다. 옛날의 가족을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해도 돈 열심히 벌어 지금의 가족에게 잘 하겠다 다짐하지만, 텔레비전에서 대북지원 중단 뉴스가 나오자 가슴이 철렁한다.

개인사로 되짚는 남과 북의 경계 '금지된 여행'

 <경계에 선 인생>

<경계에 선 인생> ⓒ 네마프


네마프 상영 다큐멘터리 <금지된 여행>이 담은 이야기다. 오영필 감독은 '감독과의 만남' 자리에서 북에 가족을 두고 온 아버지를 염두에 두고 촬영했던 작품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재송씨와 함께 체포되며 감옥생활을 했고 가족과 떨어져 지내며 탈북민들의 아픔을 이해하게 됐다고. 오 감독은 체포 당시 촬영 테이프를 버려가며 취재 윤리를 지키려 애썼다고 한다.

같은 섹션, 정찬영 감독의 <경계에 선 인생>은 노촌 이구영 선생(1920-2006)을 따라가며 남북의 분단과 개인사를 끈질기게 엮는다. 벽초 홍명희, 여운형, 김구 선생 등 분단 전후의 문사들과 신경숙, 신영복 등 현재 한국의 문인들이 노촌 선생의 발길에 간간히 겹쳐진다. 노촌 선생은 한학을 공부했으며 남한의 가족들을 등지고 북으로 갔다가 남파 공작원으로 돌아왔다. 그리곤 오랫동안 비전향 장기수로 복역했다.

사업에 실패해 자살한 아버지의 빈 자리를 찾아, 노촌 선생을 좇았던 감독은 그의 생전 마지막 수업을 카메라로 담고, 빈소에서 오열하는 후학들을 지켜본다. 노촌 선생은 남과 북을 비롯한 갈라진 두 세계를 잇고자 했고 평생을 경계에 서 있었다. 노촌 선생 역시 남과 북 양쪽의 가족에게 '버림 받았다'는 상처를 주었고, 무엇인지 모를 답을 갈구하던 감독은 그 자신의 어린 아들을 '꼭 지켜주겠다'는 개인적인 다짐으로 결말을 낸다.

내용부터 형식까지 주류 비껴간 모든 실험적 목소리

 포스터

포스터 ⓒ 네마프

인디비디오페스티벌로 시작해 뉴미디어페스티벌로 미디어아트, 실험영상 등 다양한 장르를 보여준 네마프. 본선 구애작 6개 섹션도 여성부터 노동, 재개발, 남북 문제까지 다뤄 그 폭이 변화무쌍하다. 다만 8월 1일부터 9일까지 서교예술실험센터와 상상마당 등 홍대 일대를 아우른 하나의 일관된 관점은 있다. 개인적이고 시민적 접근이 가능했던 디지털 매체로, 잊혀진 목소리에 귀 기울이자는 고집이다.

직선적, 폭력적 시선 대신 소외된 사람들을 끌어안아 창작으로 함께하고자 한다. 형식 측면에서도 설치 전시와 상영, 다큐멘터리에서 극 영화까지 영상 장르를 넘나드는 네마프는, 미술계 주류에서 비껴선 미디어아트 작가들을 규합하려 애쓴다. 매달 작가 프리젠테이션 등으로 독립영화처럼 작가들 간 연계고리를 만들고 작품 배급 시장을 열어가자는 의도다.

실제 네마프를 거쳐간 작가들의 연대체 디디고가 발족해 페스티벌에 함께 했다. 미디어 아트 <별 헤는 밤>으로 처음 전시에 참여한 이규동 작가는 "이렇게 작가들 간 소통에 비중을 두는 영화제가 드물다"고 평했다. 관객으로 상영관을 찾은 권순길씨(독립 프로덕션 PD)는 "1+1=2라는 주류 영상을 넘어 새로운 시도를 모은 독특한 페스티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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