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종가 잉글랜드(6회 연속)마저 앞선 기록"

"7회 이상 연속 출전은 브라질·아르헨티나·스페인·독일·이탈리아에 이어 세계 6위의 기록"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이 7일(한국시각) 새벽 두바이 알 막툼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 B그룹 UAE와의 방문 경기에서 2-0으로 이기고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한 뒤 언론이 보인 반응이다.

 

각 신문은 허정무 감독의 리더십을 찬양했고, 방송은 그간 축구국가 대표팀의 활약상을 그린 프로그램을 특별 편성했다.

 

1954년(스위스 대회) 첫 출전에 이어 30년 만인 1984년(멕시코 대회)에 출전권을 따낸 이후 7번 연속 본선에 진출하는 것이 물론 의미 있는 기록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몇몇 언론은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대해 너무 과한 의미부여를 하고 있다. 과도한 자화자찬은 낯뜨거울 정도다.

 

늘어난 월드컵행 티켓, 실력은 제자리

 

 한국의 본선 진출 소식을 알리고 있는 국제축구연맹 누리집(FIFA.com) 첫 화면

한국의 본선 진출 소식을 알리고 있는 국제축구연맹 누리집(FIFA.com) 첫 화면 ⓒ FIFA.com

과거엔 본선 티켓을 아시아권에 많이 배분하지 않았다. 1994년 미국 월드컵 땐 2장이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때부터 본선 진출국이 32개국으로 늘어났고 3.5장이 주어졌다. 2002 한일 월드컵 땐 아시아권 본선 티켓이 4.5장으로 늘었다. 인구 많은 아시아의 큰 시장이 티켓 수 늘리는 데 한몫했다.

 

티켓 수는 늘어났지만 아시아 축구는 여전히 약체로 꼽힌다. 1회 대회 때부터 아시아가 월드컵에서 거둔 승수는 10승에 불과하다.

 

현재 아시아권 국가의 FIFA 랭킹을 살펴보면 호주 29위, 일본 31위에 이어 우리나라는 46위에 올라 있다. 한국과 같은 조에 속한 이란은 52위, 사우디아라비아 56위, 북한 106위, UAE 122위다. FIFA 랭킹이 절대적으로 정확한 척도는 아니지만, 랭킹의 차이가 압도적으로 많이 나기에 한국이 본선 진출 티켓을 따낸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축구 강국들이 혼재해 있는 유럽의 경우는 사뭇 상황이 다르다. 일례로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4강에 올랐던 네덜란드가 2002년 한일 월드컵에는 지역예선에서 탈락했고, 2002 한일 월드컵 3위를 차지한 터키는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지역예선도 통과하지 못했다.

 

남미나 아프리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만 보더라도 러시아·덴마크·벨기에뿐만 아니라 남미의 우루과이,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세네갈·카메룬 등이 지역 예선을 통과하지 못했다. 이들 나라들과 한국이 맞붙는다고 가정할 때 승리를 장담할 수 있는 나라가 과연 있을까?

 

월드컵 본선 32강에 올랐다고 해서 세계 랭킹 32위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아시아에서 가장 많이 출전했다고 해서 아시아 최강이라고 할 것도 없다. 아시안컵에서 우승한 것은 1960년이 마지막이었으니 말이다.

 

한국 축구는 아직 배가 고프다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은 그저 FIFA 랭킹 40~50위권 전후의 한국·일본·사우디·호주 등이 각 조로 시드 배정을 받아 100위권 국가들을 상대하는 것일 뿐이다.

 

이런 성적마저도 도하의 기적(1994년 미국 월드컵)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개최국 자격으로 무사통과를 했고(2002년 한일 월드컵), 온 국민이 가학적인 모습으로 외국인 감독을 내치는(2006년 독일 월드컵)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야 이뤄낸 것이지 않은가?

 

허정무 감독의 리더십을 강조하면서 한국 감독의 한계를 극복했다고 의미를 두는 것도 이상하다. 본선에 진출한 7번 중 외국인 감독을 두었던 건 단 두 차례(2002년·2006년)뿐이다.

 

'세계 6위', 말은 좋다. 하지만 6번 출전 만인 2002년 홈에서 비로소 첫 승을 거두었고, 7번 출전만이자 무려 52년 만에 원정경기에서 단 1승을 거둔 것이 전부인 초라한 성적이라면, 오히려 많이 출전했던 것이 자랑만은 아닌 듯하다. 그저 자화자찬하며 의미를 발굴해 내기 위해 너무 호들갑을 떨고 있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한국 축구는 아직도 배가 고픈 상태다. 아시아는 집안에 딸린 식구들이 많다고 매번 잔치에 초대는 되지만, 제대로 먹어보지도 못하고 입맛만 다시고 오고 있다. 그렇다고 늘 잔치를 열 수도 없는 노릇이다.

2009.06.09 17:37 ⓒ 2009 OhmyNews
남아공월드컵 한국축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KBO선수협의회 제1회 명예기자 가나안농군학교 전임강사 <저서>면접잔혹사(2012), 아프니까 격투기다(2012),사이버공간에서만난아버지(2007)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