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사동 스캔들>의 포스터

영화 <인사동 스캔들>의 포스터 ⓒ (주)쌈지 아이비전영상사업단

문화와 예술의 거리, 전통의 거리 그리고 한국의 거리인 인사동. 우리의 전통 차와 음식을 맛보고 오래된 골동품과 미술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인사동 거리다.

 

외국인들에게 있어서 '한국 관광'하면 떠오르는 곳으로 아직까지도 상위권을 지키고 있는 인사동은 외국인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도 수없이 즐겨찾는 관광 명소다.

 

예전의 모습을 잃었다는 평가도 많지만 아직도 수많은 갤러리와 골동품이 있어 예술의 거리로써도 그 명성이 높은 곳, 인사동.

 

그런데 이 인사동에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과는 다른, 누구도 알지 못했던 세계가 그 모습을 드러난다. 유명한 미술품이 복원과 복제, 그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지나가는 세계.

 

바로 김래원, 엄정화 주연의 <인사동 스캔들>이 그 또다른 모습의 인사동을 비춘다. 속고 속이는, 쫓고 쫓기는 관계 속에서 복원과 복제가 이뤄진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관객들은 정신 차리고 관람해야 한다.

 

벽안도를 둘러산 음모와 배신의 연속

 

이야기만 전해지던 전설의 그림, 벽안도. 경매에 내놓았을 경우 엄청난 수익이 생기는 이 그림을 인사동의 한 갤러리 사장인 '배태진(엄정화)'이 손에 넣게 된다. 그녀는 천재 복원가 '이강준(김래원)'을 스카웃하게 된다.

 

도박판에서 많은 돈을 잃고 있었던 '이강준'은 벽안도 복원에 응하게 되고 '배태진'과 '이강준'의 아슬아슬한 협력 관계가 이어진다. 벽안도를 둘러싼 수많은 음모와 배신이 이뤄지는 가운데, '배태진'과 '이강준'도 다른 속셈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들을 쫓는 문화재 전담반 경찰까지 추적에 들어가면서 벽안도를 둘러싼 작은 그림 전쟁이 펼쳐지게 된다.

 

영화 <인사동 스캔들>은 무척이나 매력적인 소재를 가지고 시작한다. 그림을 소재로 한 영화가 드물었거니와, 복원과 복제 그 미묘한 차이를 드러내는 스릴러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림을 복원 혹은 복제하는 과정을 비교적 상세히 보여줌으로써 영화는 소재 자체로 강점을 지니고 있다.

 

그렇다면 문제는 이런 매력적인 소재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에 초점이 맞춰진다. 영화 <인사동 스캔들>은 이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결국 영화가 선택한 길은 음모와 배신의 연속 그리고 반전이다. 굳이 닮아있는 영화를 고르자면, 박신양 주연의 <범죄의 재구성>과 무척이나 흡사하다. 뿐만 아니라, <오션스 일레븐> 시리즈와 흡사한 느낌마저 준다.

 

많은 것을 보여주려고 한 흔적이 역력한 <인사동 스캔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인사동 스캔들>은 이 부분에서 약간 어수선한 느낌을 줌으로써 아쉬움을 선사한다. 영화는 수많은 음모와 배신 그리고 반전의 복선을 깔아놓는다. '이강준'이 펼치는 이중 연기가 영화 내내 계속 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 부분들이 어떤 작용을 하고 어떤 영향을 후에 끼치는지, 그 설명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수많은 영화적 장치, 스토리상 흥미진진한 장치들을 깔아놓지만 후에 결말로 치닫으면서 완벽한 연결고리를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다. 영화 자체의 설명이 부족한 탓에 관객들은 애매모호하게 영화를 이해하게 된다. 영화를 보고 모두 이해할 것 같으면서도 쉽게 설명할 수 없는 것은 바로 이 부분 때문이다.

 

영화는 초반부터 너무 많은 것들을 보여주려고 한 듯하다. 그래서 결말에 정리를 하기에 다소 버거운 느낌이다. 갑자기 스피디하게 전개되는 결말 부분에서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는다면 영화를 쫓아가기 버거울 수도 있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인 거짓인지 구분하기 쉽지 않은 것이 바로 <인사동 스캔들>이다.

 

 영화 <인사동 스캔들>의 한 장면

영화 <인사동 스캔들>의 한 장면 ⓒ (주)쌈지 아이비전영상사업단

 

이렇게 영화는 다소 어수선한 것이 흠이다. 매력적인 소재로 너무 과도한 욕심을 부린 것이 아닌지 우려될 정도다. 그래서 분명 흥미진진하게 진행되면서도 툭툭 끊어지는 듯한 이야기 구조는 많은 에피소들들의 나열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인사동 스캔들>은 그림 복원과 복제, 그 어수선한 차이 위에 서 있다.

 

매력적인 소재, 그러나... 

 

어수선한 이야기가 흠이라면 매력적인 소재를 그대로 잘 짊어지고 나가는 것이 배우들의 연기다. '배태진' 역할의 엄정화나 '이강준' 역할의 김래원 모두 그 동안에 봐왔던 만큼이나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특히 엄정화는 인상적인 표정 연기와 매혹적인 행동, 대사가 돋보인다.

 

<인사동 스캔들>은 완벽한 범죄 드라마의 범주 안에 들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허점이 더러 있으며 어수선한 전개 속에서 영화 자체도 확실한 결말, 확실한 과정을 관객에게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림의 복원과 복제라는 소재 면에서는 단연 매력적인 강점을 보인다. 인사동에서 펼쳐지는 그림의 복원과 복제, 그 치고 빠지는 범죄 현장이 궁금하다면 <인사동 스캔들>은 한 번 정도는 봐줄만한 영화다.

2009.05.10 10:56 ⓒ 2009 OhmyNews
인사동 스캔들 인사동 스캔들 엄정화 김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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