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1억이 넘는 선수가 100명이 넘는 것은 사실이죠. 하지만 전체 470여 명의 선수들 중 50%가 연봉 3000만 원 이하입니다. 그리고 선수들의 평균 정년도 5년이고 퇴직금도 없습니다. 대부분 선수들이 5년 정도 저임금을 받고 야구하다가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한 채 실직하는 현실입니다. 이 사실에는 왜 눈을 감는지 모르겠어요."

지난 29일 잠실운동장이 건너다 보이는 프로야구선수협회 사무실에서 만난 권시형(45) 사무총장이 답답한 듯 담배를 꺼내 물었다. 27일 선수협회가 노조 설립 계획을 밝힌 뒤 각 구단들과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선수들의 고액 연봉을 거론하며 노골적인 불만을 터뜨린 것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을 때였다.  

권 사무총장은 "분명히 말하지만 선수들이 노조 만드는 목적이 연봉을 더 받아내 내 배를 채우겠다는 것이 절대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프로야구가 일부 고액 연봉을 받는 스타 선수들 때문에 화려해 보이지만 번지르르한 겉과는 달리 속은 대단히 열악한 환경이에요. 좋은 실력을 가지고 있는 선수들이 그토록 해외로 나가려고 하는 것은 물론 연봉 차이도 있지만 야구를 할 수 있는 환경 자체가 너무 차이가 나기 때문이죠.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못 하면 좋은 선수들의 해외 유출을 막을 수도 없을뿐더러 지금 야구하고 있는 어린 선수들에게 희망을 줄 수도 없습니다."

'선수협의 배후' 권 사무총장 "이젠 노조 만들 때"

 권시형 프로야구선수협회 사무총장.

권시형 프로야구선수협회 사무총장. ⓒ 이승훈

권 사무총장이 선수협회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10년 전이었다. 불합리한 조항들과 한자로 가득한 계약서를 들고 찾아온 양준혁 선수를 만나면서부터였다. 당시 여당이던 새천년민주당의 관광체육분과 전문위원이던 그는 프로야구의 불합리한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는 선수들을 음지에서 도왔다.

교수와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선수협회 추진 기획단을 꾸리고 곧바로 노조를 설립하겠다는 선수들을 만류해 먼저 선수협회를 만들자고 한 것도 권 사무총장이었다. 그런 그에게 각 구단들과 KBO는 '선수협회의 배후'라는 거창한 '별명'을 붙여줬다.

우여곡절 끝에 선수협회를 만들어 활동해 온지 10년이 지났지만 선수들의 목소리는 허공을 맴돌았다. 선수협회가 노동조합을 만들겠다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구단이나 KBO가 선수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으니까 선수들은 문제가 있을 때마다 공정거래위원회나 법원에 호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만약 선수노조가 단체협상권을 가지고 제대로 된 단체협약을 만들어 낸다면 소송을 남발할 필요도 없고 불필요한 갈등을 방지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개별 사안마다 갈등을 빚기보다 제대로 된 단체협상안을 만드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지 않을까요? 미국에서도 이런 단체협약이 나오기 전에는 선수와 구단이 서로 소송에 시달렸지만 그 이후 그럴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선수들로서는 노동조합의 필요성도 절실하고 의지도 그만큼 강하지만 노조 설립까지 구단과 KBO, 노조를 색안경을 끼고 보는 일부 언론이나 사회 여론의 강력한 저항에 부닥칠 가능성이 큰 게 사실이다. 권 사무총장도 이 점을 우려하면서도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10년 전 선수협을 만들 때도 선수 개개인에게 임의탈퇴 시키겠다는 등 많은 압박들이 있었습니다. 이번에도 그런 일들이 있겠죠. 충분히 예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구단 관계자나 KBO 관계자들이 선수들의 노조 가입을 부당하게 방해할 경우 이번에는 반드시 법적인 책임을 물을 계획입니다."

권 사무총장은 또 프로야구 시즌이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는 팬들의 우려에 대해서도 "절대 팬들과 야구 경기 자체를 볼모로 선수들의 이익을 도모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대화와 타협을 통해 야구 발전에 기여하는 게 노조 설립의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마빈 밀러'... 야구, 노동 관계의 중세 끝낼까

 두산 야구팬들이 31일 저녁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08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5차전 SK와의 경기에서 열띤 응원을 하고 있다.

권시형 사무총장은 "노조 설립을 추진하더라도 팬들을 볼모로 선수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 유성호


1966년 미국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선수협회를 노동조합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철강노동조합 경제고문 마빈 밀러를 노조위원장으로 영입했다. 물론 당시 미국 사회는 2009년의 대한민국처럼 선수노조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

다저스를 3년 동안 2번이나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샌디 쿠펙스가 연봉 16만5000달러(이는 다른 여타의 스포츠 선수들에 비해 낮은 수준이었다)를 요구하자 "미국을 망치려 한다"는 비난을 퍼부었던 게 당시의 사회 분위기였다.

하지만 밀러는 이러한 통념과 오해, 구단과 언론의 적대감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설득작업 끝에 결국 1967년 메이저리그 최초의 단체협약인 '선수 협약(players agreement)'을 마련했다. 레너드 코페트의 말대로 "야구 노동 관계 중세가 끝나고 근대가 펼쳐지기 시작"한 것이다.

권시형 사무총장이 한국의 '마빈 밀러'가 될 수 있을까. 그렇게 된다면 한국프로야구는 하나의 전기를 마련하게 될 것이다.

다음은 권시형 사무총장과 나눈 일문일답.

"먼저 합의를 깬 것은 구단과 KBO"

- 프로야구선수협회가 노동조합을 설립한다고 하니까 KBO에서는 지난 2001년 '관중 600만 시대가 될 때까지 단체행동을 하지 않겠다'고 한 합의서를 근거로 선수협의 결정을 비판하고 있다.
"먼저 합의를 먼저 깬 것은 KBO와 구단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밝히고 싶다. 2001년의 그 합의 전에 선수협회 구성과 관련해 2000년 3월에 서명한 첫 번째 합의문이 있었다. 선수들은 선수협의회를 시즌 종료 후에 결성하고 시즌 중 선수협 활동을 중지하는 대신 KBO는 선수들의 요구사항을 논의할 제도개선위원회를 만들고 구단과 KBO는 선수협 소속 선수에게 일체의 불이익을 가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당시 선수들은 합의문대로 약속을 지켰다. 하지만 제도 개선위원회는 흐지부지 되어버렸고 각 구단들은 분명히 선수협 활동을 했던 선수들에게 불이익을 줬다.

그리고 2001년의 합의문도 문제가 있다. '단체 행동'이라는 대단히 모호한 용어를 썼다. 그래서 구단이나 KBO가 자의적이고 그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만 해석하고 있다. 단체행동이 뭔가? 시즌 보이콧이나 파업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분명히 선수들은 단체행동을 한 적이 없다. 그리고 계약 사항을 위반하거나 구단에 물질적 금전적인 피해를 줄 만한 단체행동도 한 적이 없다. 노조 설립이 단체행동인가? 노조 설립은 헌법에 보장된 권리일 뿐이다. 구단과 KBO가 합의문을 그런 식으로 해석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을 저해하겠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

- 왜 노조를 만들어야 하는가.
"연봉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프로야구 선수로서 자신이 제공하는 가치에 대한 정당한 대우, 그리고 노동하는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 당연히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프로야구가 일부 고액 연봉을 받는 스타 선수들 때문에 화려해 보이지만 대다수 선수들은 그늘에 가려있다. 프로라는 무대에 들어오기도 어렵지만 막상 들어온다 해도 번지르르한 겉과는 다른 열악한 환경이 기다리고 있다.

지금 해외 진출 실력을 갖춘 선수들이 왜 그토록 해외로 나가려고 하는지 아는가. 연봉도 물론 차이가 있지만 야구를 할 수 있는 환경 자체가 너무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좋은 선수들의 해외 유출을 막을 수도 없을뿐더러 지금 야구하고 있는 어린 선수들에게 희망을 줄 수도 없다. 한국프로야구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구단과 KBO를 견제할 수 있는 노동조합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 일부에서는 선수협 활동만으로 '자유계약(FA)제도' 등 노조가 있는 미국과 일본에 있는 제도들이 도입됐는데 굳이 노조를 만들어야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하는데.
"구단이나 KBO가 선수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합당한 요구 사항들에 대해서 들어줄려는 노력을 했다면 노조 설립을 추진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선수협이 만들어진 지 10년이 지났음에도 선수들의 목소리가 반영된 것이 거의 없다. 그래서 선수들은 공정거래위원회나 법원에 호소할 수밖에 없었다. 선수들이 단체협상권을 가지고 제대로 된 단체협약을 만들어 낸다면 소송을 남발할 필요도 없고 불필요한 갈등을 방지할 수도 있다. 개별 사안마다 갈등을 빚기보다 제대로 된 단체협상안을 만드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지 않을까. 미국에서도 노조에 의해 단체협약이 나오기 전에는 선수와 구단이 서로 소송에 시달렸지만 그 이후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손민한 회장이 그랬다. 10년 동안 기다려 왔지만 변한 것이 없고 이대로라면 앞으로 10년을 더 기다린다고 해도 변할 것이 없을 것이라고 확신하다고. 그래서 지금이 바로 노동조합을 만들 때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그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연봉 1억, 100명 넘는다고? 선수 절반이 연봉 3000만 원 안돼"

 프로야구선수협의회가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선수 노동조합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는 손민한(롯데, 왼쪽) 선수협 회장과 권시형 사무총장이 참석했다.

권시형 사무총장은 지난 27일 손민한(롯데, 왼쪽) 프로야구선수협회 회장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선수 노동조합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 이승훈


- 삼성 김재하 단장은 '연봉 1억 이상 선수가 100명이 넘는다'며 노조 설립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사실 자체는 맞는 말이다. 하지만 전체 470여 명의 선수들 중 50%가 연봉 3000만 원 이하다. 그리고 선수들의 평균 정년도 5년이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5년 정도 저임금을 받고 야구하다가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한 채 실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사실에는 왜 눈감나? 분명히 말하지만 선수들이 노조 만드는 목적이 연봉을 더 받아내 내 배를 채우겠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 시즌 중에 노조 추진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럼 시즌 후에 노조를 설립하겠다고 했다면 반대 안 한다는 이야기인가? 시즌 후에 이런 이야기 꺼냈다면 전지훈련 가야한다, 그리고 시즌이 이제 코앞인데 왜 노조를 지금 만든다고 하느냐는 이야기를 할 게 분명하다. 노조 설립 시점을 문제 삼는 것은 핑곗거리를 찾는 것뿐이다. 그리고 노조 설립 때문에 프로야구 경기에 차질이 생길 일도 없다. 모든 실무는 선수협 사무국에서 진행한다. 게다가 '공장'을 세워놓고 협상하자는 것도 아니다. 시즌 차질을 거론하는 것은 노조 설립의 본질을 왜곡하고 흠집 내려는 낮은 수준의 대응논리일 뿐이다."

- 노조가 생기고 단체협약이 만들어진다면 포함될 핵심 내용은 무엇인가.
"우선 선수협회가 이미 KBO에 전달한 11개 제도개선안이 기초가 될 것이다. 최저연봉인상, FA자격 취득 기간 단축, 엔트리 확대, 비활동기간 준수, 대리인제도 도입, 외국인선수제도 폐지, 연봉조정위원회 합리적 구성, 트레이드 거부권 등이다."

- 각 항목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현재 최저연봉이 2000만 원이다. 선수협 설립 당시 1700만 원이다가 300만 원 오른 것이다. 장비도 사야하고 운동에 들어가는 돈을 따지면 2000만 원은 현실성이 없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선수들의 평균 정년은 5년에 불과하고 퇴직금도 없다. 이런 현실을 고려하면 최저연봉이 최소한 모기업의 대졸초임 수준은 돼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가장 시급한 것이 대리인 제도의 조속한 도입이다. 10년 전 이미 공정거래위원회가 대리인 제도를 도입하라고 했는데 10년간 KBO는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았다. 마지못해 규약에 대리인 제도를 도입한다고 하긴 했지만 바로 부칙에 시행시기는 별도로 정한다고 해놓고 10년이 지났다. 범죄자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변호사를 쓸 수 있고 모든 거래에서 변호사나 전문가들을 대리인으로 내세울 수 있는데 왜 프로야구 선수만 계약을 맺을 때 자신을 도와줄 대리인을 고용할 수 없나.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전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는 일이다.

또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를 다녀온 선수들은 현재 9년이 지나야 생기는 FA자격 취득이 불가능하다. 대학 졸업 후 군대까지 다녀오면 20대 중반에 프로야구에 뛰어드는 셈인데 9년이 지나면 30대 중반이다. 그래서 대학 졸업과 군대 제대 시 각각 1년씩 FA취득 기간을 줄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장원삼 선수 트레이드 파동에서 보듯이 선수에게 트레이드 거부권이 있어야 한다. 한 팀에서 일정기간(5년 이상) 뛰었을 경우 트레이드를 할 경우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외국인 선수 제도도 폐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 외국인 선수를 데려오기 위해 구단들이 지출하는 비용이 엄청나다. 외국인 선수가 전력에 보탬이 되는 경우보다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은 상황에서 차라리 국내 2군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게 낫다.

연봉조정위원회도 합리적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현재 연봉조정위원회 위원장은 KBO 사무총장이 당연직으로 맡게 되고 위원들을 KBO총재가 선정하게 되어있다. 선수들을 대변해줄 위원들이 들어갈 수 없는 구조인 것이다. 위원 선정에 선수협회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하다.

그밖에 엔트리 3명 확대 및 1군 등록 선수 확대, 비활동기간 준수, 선수 동의 없는 국제대회 차출 금지 등도 필요하다."

- 그렇다면 노조가 가장 필요한 선수들이 2군에 있는 선수들일 것 같다. 그들의 여론은 어떤가.
"기본적으로 지지를 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선수협이 요구하는 사항들도 2군 선수들이 가장 혜택을 보게 되는 것들이다. 다시 말하지만 고액연봉자들이 더 배부르겠다고 노조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야구선수는 노동자, 노조설립 반려되면 법원에 물을 것"

 SK 선수들이 31일 저녁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08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5차전 두산과의 경기에서 2대 0으로 승리한뒤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라 김성근 감독을 헹가래치고 있다.

프로야구의 겉은 화려해보이지만 속은 대단히 열악하다는 것이 선수협회의 진단이다. 사진은 지난 해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른 뒤 김성근 감독을 헹가래치고 있는 SK선수들. ⓒ 유성호


- 선수들의 신분 문제가 최대 쟁점이다. 선수들이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에 노조 설립이 불가능하다는 견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프로야구 선수는 한번 구단과 계약을 맺으면 자유롭게 구단을 옮길 수 없다. 국내 구단은 물론이고 해외 구단으로 이적하는 것도 제약을 받는다. 그리고 계약서를 쓰고 일정기간 동안 급여를 받는다. 게다가 선수에 대한 생사여탈권은 사용자가 가지고 있다. 또 소집, 훈련, 경기 출전 등 모든 사항들을 구단이 정해서 관리감독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프로야구 선수들은 사실상 노동자 혹은 근로자라는 게 선수협 법률자문단의 견해다."

- 구단과 KBO는 반대의 견해를 내고 있다. 과거 노동부도 '프로야구 선수를 근로자로 볼 수 없다'고 했는데.
"선수들이 개인사업자가 된 것은 구단들이 4대 보험이나 퇴직금 문제 등을 피하기 위해서다. 실질적으로는 노동자의 지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2000년 당시 노동부에서는 노조 설립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낸 적이 있다."

- 결국 의견차가 큰 이 신분 문제로 소송을 해야 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노조 설립 신고를 하면 지방노동청에서 판단을 할 것이다. 만약 반려된다면 법원의 판단을 구할 수밖에 없다. 지방노동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거는 형태가 될 것이다. 일본에서는 노조 설립 신고가 반려됐지만 법원에서 결정이 뒤집혀 1985년에 선수 노조가 생길 수 있었다."

- 노조 가입을 원하는 선수만 조합원이 되는 오픈샵 방식을 선택했다. 구단의 회유와 협박 때문에 노조 가입이 지지부진할 수 있기 때문에 차라리 프로야구 선수가 되면 동시에 조합원 자격이 생기는 '유니온샵'이 전략상 낫다는 견해도 있다.
"프로야구 선수들은 모두 성인이다.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선수협의 기본 정신을 생각한다면 강압이나 강요는 바람직하지 않다. 노조 설립 취지에 동의하지 않거나 노조가 없어도 별 어려움이 없다고 느낀다면 가입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지금도 먹고 살고 야구하는데 지장이 없는 손민한 선수가 노조 설립의 필요성을 느끼고 총대를 맨 그 함의를 잘 봐야한다. 선수 노조가 결코 고액 연봉자들을 위한 조직이 아니기 때문에 많은 선수들의 지지를 받을 것으로 믿고 있다."

- 만약 구단들이 노골적으로 노조 설립을 방해한다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10년 전 선수협을 만들 때도 선수 개개인에게 임의탈퇴 시키겠다는 등 많은 압박들이 있었다. 이번에도 그런 일들이 있을 것이다. 충분히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구단 관계자나 KBO 관계자들이 선수들의 노조 가입을 부당하게 방해할 경우 이번에는 반드시 법적인 책임을 물을 계획이다."

- 아시다시피 '삼성그룹'은 무노조 경영이 사시다. 삼성 구단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데.
"삼성 야구단 노조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프로야구 전체 선수 노조를 만드는 것이고 삼성 구단 선수들은 노조 가입을 선택할 수 있을 뿐이다. 다만 삼성 구단이 선수들의 노조 가입을 막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별도로 생각할 문제다."

"만성적자론? 불투명한 내부자 거래 없애면 지금도 흑자 가능"


- 선수협회가 노조 설립 방침을 밝히자 예상대로 구단과 KBO는 '만성 적자론'을 되풀이 하고 있다.

"적자론은 핑계에 불과하다. 각 구단이 1년에 150억에서 200억 정도의 모기업 지원을 받지 않는 대신 구단 이름에 모기업 이름을 사용하는 대가와 유니폼에 브랜드 광고와 제품 광고를 하는 데 따른 대가를 정확히 계량화해서 받는다고 해보자. 그러면 지금처럼 적자난다는 이야기를 하지 못할 것이다. 비즈니스 관점에서 전혀 독립성이 없는 상황에서 적자론을 내세우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 국내 프로야구단과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첼시를 직접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삼성전자의 경우 첼시에 후원금액으로 1년간 200억 원 정도를 내고 있기도 하다.
"전 세계 프로스포츠 구단 중 어느 곳이나 유니폼에 광고를 하려면 그에 합당한 비용을 지불해야한다. 더구나 구단 이름에 기업 이름을 넣는 것은 대단한 특혜다. 각 구단의 모기업이 이런 부분에 대한 비용을 전혀 지불하지 않으면서 프로야구단이 매년 적자를 내고 있다고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각 구단이 독립적인 사업 관계를 맺는다면, 즉 지금처럼 불투명하게 내부자 거래를 하지 말고 제대로 된 시장가격에 의해서 홍보비용 등을 지불하게 된다면 흑자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스포츠 마케팅 전문가들도 이를 부인하지 않는다.

그리고 정말 적자 때문에 프로야구단이 골치라면 차라리 깨끗이 구단 운영을 포기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지자체 등 다른 운영 주체들이 충분히 프로구단을 꾸려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축구는 벌써 시민구단이 5개나 된다. 27일 기자회견에서도 말했지만 야구단의 홍보효과에 대해서는 몇백억이라고 자체 보고서를 만들면서 선수들이 권리를 주장할 때만 적자라고 주장하는 이중적인 행태를 언제까지 반복할 것인가. 모기업들이 프로구단에 '언제 돈 벌라고 했나, 성적이나 잘 내라' 이렇게 말하는 풍토가 바뀌지 않는 한 '만성 적자론'은 한국에서 프로야구가 존재하는 한 계속될 수밖에 없다."

- 우리 프로구단의 태생적 한계인 것 같다. 이익 극대화를 하지 않아도 망하지 않는 구조 속에서 28년을 흘러왔기 때문에 비즈니스 마인드가 전혀 없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동안 구단들은 서비스 개선을 위해 투자한 게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중석 의자 교체하는 게 투자의 전부였다. 인프라를 개선하지 않고 수익을 내겠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국민들이 1만5000원이나 2만 원을 내고도 다시 야구장을 찾고 싶도록 한 적이 있는가? 투자 없이 뭔가를 빼가려고만 하는 마인드가 잘못된 것이다."

- 노조 설립 추진이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구단과 KBO 압박용이라는 의심도 있다. 11개 제도개선안을 받아들인다면 노조 설립을 유보할 수도 있나.
"물론 대화할 의지는 있다. 하지만 그동안 철저하게 선수협의 요구를 무시하다가 노조를 설립하겠다고 하니 들어주겠다고 한다면 구단이나 KBO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모양새가 이상할 것이다. 그리고 KBO가 전향적으로 나올 가능성도 기대하지 않는다."

"시즌 중단 등 팬들 볼모로 잡지 않을 것"

- 야구가 중단될까 걱정하는 팬들도 있다.
"노조가 설립된다고 해도 절대 팬들과 야구 경기 자체를 볼모로 선수들의 이익을 도모하지는 않을 것이다. 구단 운영에 '감놔라 배놔라' 하지도 않을 것이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야구 발전에 기여하는 게 목적이다."

- 노조 설립신고는 언제쯤 할 계획인가.
"2~3주 내에 할 것이다. 그 전에 추진위원 모임을 몇 차례 열지, 바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지 고민하고 있다. 30일 열리는 단장 회의 결과를 보고 방침을 결정할 계획이다."

- 역대 선수협 회장단들은 어떤 의견인가.
"각자 팀에서 처한 위치가 있기 때문에 부담주지 않으려고 한다. 다만 노조 설립에 대한 분명한 생각들은 하고 있다. 송진우 선수는 '한화는 걱정하지 마십시오'라고 한마디만 했다."

선수협회 권시형 손민한 선수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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