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앞에서 무너져버린 동양 에이스 자리, 진화하지 않는다면 미래도 없다!'

 

사토 요시히로(27·일본)는 서양강자들이 득세하고있는 K-1 MAX 무대에서 그나마 동양파이터의 자존심을 지켜줄 몇 안되는 선수 중 하나로 꼽히는 인물이다.

 

지난해 우승자 마사토는 올 연말을 기점으로 은퇴를 선언, 아예 올해 토너먼트에는 참가조차하지 않았고 한때의 '황제' 쁘아까오 포 프라묵은 최근 들어 계속해서 자존심을 구기고있다.

 

그런 점에서 지난 'K-1 월드맥스 2009 월드 챔피언십 토너먼트 파이널 16'은 사토를 응원하던 많은 팬들에게 깊은 아쉬움을 남겼다. 비록 상대가 드라고(24·아르메니아)라는 만만치 않은 강자이기는 했지만 지난해 보여준 경기력을 감안했을 때 충분히 꺾고 다음 라운드에 진출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기 때문.

 

주최측에서도 충분히 사토의 기량에 대해 믿음을 가지고 드라고와의 대진을 편성한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사토는 연장접전 끝에 무너지며 마사토의 뒤를 이어 MAX무대에서 서양강자들과 당당하게 우승을 다툴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리고 말았다.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던 지난해 '돌풍'

 

 마사토-쁘아까오의 뒤를 이어 강력한 동양파이터를 꿈꾸던 사토 요시히로에게 이번 드라고 전의 패배는 뼈아프기만 하다

마사토-쁘아까오의 뒤를 이어 강력한 동양파이터를 꿈꾸던 사토 요시히로에게 이번 드라고 전의 패배는 뼈아프기만 하다 ⓒ K-1

185cm의 신체조건으로 인해 'K-1 MAX의 세미 슐트'라 불리는 사토는 장신의 이점을 활용한 다양한 공격이 특기인 선수.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시달렸지만 최근 들어 기량이 원숙해지며 어떤 상대와 맞붙어도 쉽게지지 않을정도의 안정감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실 세미 슐트라는 표현은 사토에게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다. 그의 신장은 분명 동체급에서 상당히 좋은 편이지만 슐트처럼 압도적인 우위를 가져갈 만큼은 아니다. 과거와 달리 MAX에는 좋은 신체조건을 가지고있는 선수들이 계속해서 늘고있는지라 점점 희소성은 사라지고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그런 만큼 제대로 된 기량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으며 여기에 발맞춰 사토는 꾸준히 성장을 거듭했다.

 

과거에 비해 사토는 펀치 테크닉과 경기운영이 부쩍 좋아졌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접전 상황에서 벼락같이 들어가는 펀치는 타이밍과 정확성에서 상대 선수를 위협하는 가장 큰 무기로 작용하고있는 모습.

 

지난해 있었던 '월드챔피언십 토너먼트 8강전'에서 집요한 어퍼컷에 이은 강력한 훅으로 쁘아카오 포 프라묵(26·태국)에게 MAX 무대 최초의 KO패를 안겨주는가 하면 마사토(30·일본)와 벌였던 파이널 4강전에서도 대등한 승부를 펼치며 연장접전 끝에 아쉽게 판정패 당했다.

 

사실 마사토와의 4강전은 지금까지도 팬들 사이에서 판정 논쟁이 일고있는 경기중 하나다. 당시 사토는 정타숫자에서는 밀리고 있었지만 난타전 중 라이트 스트레이트를 적중시키며 다운을 빼앗아 결승행 진출이 유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판정단은 연장전을 선언했고 결국 적극성에서 근소하게 앞섰다는 이유로 마사토의 손이 마지막에 올라갔다. 접전 끝에 나온 다운이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사토 입장에서는 충분히 억울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여기에는 사토에 비해 인기에서 월등한 마사토의 존재감이 판정에 영향을 끼쳤다는 의견도 많다. 하지만 이러한 경기 등을 통해 사토는 팬들과 관계자들에게 누구와 맞붙어도 쉽게 당하지 않을 정도의 강자라는 존재감을 심어주는데는 성공했다.

 

아투르 키센코(사진 왼쪽)와 사토 요시히로 지난해 연말 당시 호각의 승부를 벌였던 두사람의 명암은 이번 16강전에서 완전히 갈려버렸다

▲ 아투르 키센코(사진 왼쪽)와 사토 요시히로 지난해 연말 당시 호각의 승부를 벌였던 두사람의 명암은 이번 16강전에서 완전히 갈려버렸다 ⓒ 드림

 

갈수록 강해지는 냉혹한 MAX 전장, 강자만이 살아남는다!

 

토너먼트 파이널 이후 있었던 지난해 연말 'K-1 Dynamite 2008' 아투르 키센코(23·우크라이나)전 역시 비록 패하기는 했지만 사토의 경기력이 빛난 승부라는 평가가 많다.

 

키센코는 'MAX의 피터 아츠'라는 닉네임이 붙고 있을 정도로 차세대 에이스로 각광받고 있는 최고의 슈퍼스타 후보다. 화끈한 화력에 나날이 기량이 발전하는지라 올해는 우승후보로까지 극찬을 받고 있다. 특히 공격적인 성향이 워낙 강한지라 화끈한 경기를 원하는 팬들에게 인기가 높다.

 

사토는 키센코와의 대결 당시 난타전 끝에 아쉽게 패했다. 마사토전과 마찬가지로 누구의 손이 올라가도 이상하지 않을 한판이었다. 당시 사토는 묵직한 펀치로 밀고 들어오는 키센코에게 맞서 차근차근 로우킥을 적중시키며 꾸준히 상대에게 데미지를 입힌 바 있다. 3라운드 후반 키센코가 로우킥에 많이 고통스러워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만약 연장전까지 경기가 이어졌으면 승부는 뒤바뀌었을 가능성도 높다.

 

쁘아까오를 넉아웃으로 눕히고, 마사토-키센코와 펼친 호각의 승부. 적어도 이런 점만 놓고봤을 때는 사토가 무난히 드라고를 이길 것만 같았다. 더욱이 드라고의 신장이 사토에 비해 10cm 가량 작다는 점도 유리한 요소였다.

 

드라고의 장점은 엄청난 근성을 바탕으로 탱크처럼 밀어붙이는 저돌성에 있다. 때려도 때려도 아랑곳하지 않고 들이대는 이러한 스타일은 많은 파이터들에게 상당한 부담감을 안겨줬지만 반대로 그 성장 가능성에도 어느 정도 한계를 보여줬다는 혹평도 나왔다. 때문에 사토가 신장의 이점을 활용해 차근차근 공략한다면 어렵지 않게 이길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실제로 사토는 드라고와의 경기 때 특기인 로우킥과 순간적으로 들어가는 니킥을 활용해 3라운드까지 경기를 잘 이끌었다. 하지만 드라고 역시 다른 때에 비해 비교적 침착하게 경기를 운영했다. 더불어 단신인 자신의 약점을 커버하기 위해 집요하게 사토의 복부를 노린 요소가 잘들어 맞아 연장전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어차피 결과론이지만 사토는 1-2라운드에 많이 써먹었던 로우킥을 3라운드에서도 계속해서 활용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드라고는 로우킥을 비교적 대주는 경향이 강했는데 3라운드 들어 사토는 되려 자신의 페이스를 일정 부분 잃고 같이 펀치를 주고받으며 판정을 연장까지 몰고 가고 말았다. 3라운드까지의 전체적인 경기 내용은 사토의 근소한 우위라는 의견도 많지만 뭔가 드라고에게 확실하게 데미지를 입힌 듯한 모습을 보여줬어야만 했다.

 

되려 사토는 드라고의 집요한 복부공격에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졌다는 점에서 이날 경기만큼은 드라고가 좀더 전략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사토로서는 마사토처럼 카운터 펀치로 상대를 눕힐 수 없었다면 로우킥을 통해 좀더 기동력을 묶을 필요가 있었다.

 

지난 16강 전에서는 조르지오 페트로시안(24·이탈리아), 니키 홀츠켄(26·네덜란드) 등 쟁쟁한 '뉴페이스'들이 좋은 경기력을 과시하며 새롭게 팬들에게 얼굴을 알렸다. 알버트 크라우스(29·네덜란드)-앤디 사워(27·네덜란드)  등 기존강자들도 여전한 위력을 과시했다. 때문에 향후의 MAX 판도는 이전보다도 훨씬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과연 사토는 마사토의 은퇴선언-쁘아까오의 부진 등이 겹치고있는 MAX무대에서 새로운 동양권강자로 자리 매김 할 수 있을지, 팬들은 그가 드라고전의 패배를 자양분 삼아 더욱 완성된 파이터로 거듭나기를 바라고 있다.

2009.04.27 10:44 ⓒ 2009 OhmyNews
K-1 MAX 사토 요시히로 파이터 진화 월드 챔피언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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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전) 홀로스, 전) 올레 , 전) 이코노비 객원기자 /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 / 점프볼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연재중 / 점프볼 농구카툰 'JB 농구툰' 연재중 / 점프볼 객원기자 / 시사저널 스포츠칼럼니스트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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