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KCC-전자랜드의 6강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KCC의 신명호가 경기 도중 코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당해 실려나가고 있다.

지난 2일 KCC-전자랜드의 6강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KCC의 신명호가 경기 도중 코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당해 실려나가고 있다. ⓒ 전주 KCC

 

불꽃 튀는 감정싸움은 그칠 줄을 몰랐다.

 

3일 2008~2009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맞붙은 전주 KCC와 인천 전자랜드가 또 다시 지나친 신경전과 위험한 플레이로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미 이틀 전 열렸던 3차전 경기에서 KCC의 임재현이 상대 선수의 손에 얼굴을 맞아 눈 밑이 시퍼렇게 멍들었으며, 신명호는 코뼈가 부러져 수술대에 오르는 등 살벌한 장면들이 쏟아지면서 두 팀의 감정은 악화되기 시작했다.

 

이날도 역시 1쿼터가 시작되자마자 KCC 이중원과 전자랜드 도널드 리틀이 서로 몸싸움을 벌이다 두 선수 모두 더블 테크니컬 파울을 받으면서 치열한 신경전을 예고했다.

 

플레이오프 대결답게 양 팀 선수들 모두 적극적인 경기에 임하면서 반칙도 많이 나왔지만 이미 감정의 골이 깊어진 터라 사소한 반칙과 몸싸움에도 신경질을 내며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양 팀의 '맏형'이라 할 수 있는 KCC 추승균과 전자랜드 서장훈도 경기 도중 말싸움을 주고받으며 긴장감을 높였다.

 

이날 경기에서만 양 팀 모두 합쳐 60개의 반칙이 나왔고 5반칙으로 퇴장당한 선수는 5명에 달했다. 특히 전자랜드는 KCC의 '괴물 센터' 하승진을 막느라 서장훈을 비롯해 리틀, 포웰 등 외국인 선수들까지 5반칙 퇴장을 당했다.

 

전자랜드의 장신 선수들이 줄줄이 5반칙으로 코트를 떠나자 하승진은 마음껏 골밑을 휘저으며 KCC의 94-85 역전승을 이끌었다.

 

그러나 이들의 감정싸움은 경기가 끝난 뒤에도 계속됐다. 경기 내내 화를 삭이던 전자랜드의 포웰이 결국 감정을 참지 못하고 KCC의 벤치로 뛰어 들어가 몸싸움을 벌였고 양 팀 코칭스태프들 사이에서도 고성이 오가면서 사태는 극으로 치달았다.

 

다행히 폭력으로까지 번지지 않았지만 경기장 분위기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고 일부 관중들은 코트 안으로 물병을 던지기도 했다.

 

이상하게 과열되는 프로농구... 선수들도 반성해야

 

이처럼 양 팀이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는 데에는 '1승에 목숨을 거는' 플레이오프의 특성도 있지만 올 시즌 도중 서장훈이 KCC에서 갈등을 겪다가 전자랜드로 이적을 하면서 서로 간에 미묘한 라이벌 감정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전자랜드의 리틀과 KCC의 하승진이 키가 큰 데다가 경기 도중 팔을 크게 휘두르다보니 다른 선수들이 위협을 느끼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또한 지난 2일 막을 내린 서울 삼성과 창원 LG의 또 다른 6강 플레이오프에서도 과격한 플레이와 신경전이 난무했고 삼성의 외국인 선수 테렌스 래더는 벌금 징계까지 받으면서 최근 프로농구가 잘못된 방향으로 과열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농구팬은 '농구가 아니라 마치 격투기를 보는 것 같다'며 '심판들이 엄격하고 정확한 판정을 내려 신경전으로 악화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해야 하지만 선수들도 자숙하고 페어플레이를 보여주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서로 2승 2패를 거두며 오는 5일 마지막 5차전 경기를 앞두고 있는 KCC와 전자랜드가 스포츠맨십을 발휘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09.04.04 11:38 ⓒ 2009 OhmyNews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전주 KCC 인천 전자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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