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야 '해피엔딩'이 됐지만, 몇 달 전만 해도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감독 선임 문제로 잡음이 적지 않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내정한 감독들이 하나 같이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다.

저마다 이유는 분명했다. 한국시리즈 2회 연속 우승에 빛나는 SK 와이번스 김성근 감독은 고령에 따른 건강 문제가 있었고,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을 이끈 두산 베어스 김경문 감독도 예선부터 계속된 강행군으로 무척 지쳐 있었다.

삼성 라이온즈 선동열 감독은 계약 기간 마지막 해로 소속팀에 매진해야 한다는 명분이 있었다. 결국 한화 이글스 김인식 감독이 1회 대회에 이어 다시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게 됐다.

그러나 김인식 감독이야 말로 'WBC 감독을 고사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가장 많은 감독이었다. 60대 노장 감독으로 건강 문제도 생각해야 하고, 한화와의 계약 기간도 올해가 마지막이었다. 게다가 김인식 감독은 1회 WBC가 끝난 후, 대표팀을 더 이상 맡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김인식 감독은 "나라가 있어야 야구도 있다" 라는 소신 하나로 '독이 든 성배'를 들었고, 준우승이라는 값진 열매를 얻어 냈다.

이제 WBC는 모두 끝났다. 김인식 감독은 '국민 감독'의 칭호를 받으며 대전으로 금의환향했지만, 사실 한화의 상황은 썩 좋지 않다. 작년 시즌 5위에 머문 한화는 올 시즌을 앞두고도 별 다른 전력 보강을 하지 못했고, 김 감독도 대표팀에 신경 쓰느라 상대적으로 소속팀에 소홀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화가 올 시즌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은, 한국 대표팀이 WBC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는 것 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김인식 감독이 지휘하는 또 하나의 '위대한 도전'이 시작되는 것이다.

[투수] 한화 선발진은 '류현진과 아이들'?

 2009년 한화 이글스 예상 라인업

2009년 한화 이글스 예상 라인업 ⓒ 양형석

구대성, 문동환, 최영필. 한화 이글스가 자랑하는 베테랑 투수들이다. 어느 보직을 맡겨도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경험과 구위를 갖췄다. 그러나 이 세 투수는 나란히 부상을 당하며 시범 경기에서 한 차례도 등판하지 못했다.

이들의 공백을 메워줘야 할 선수들은 역시 '젊은 피'다. 부상 선수가 돌아오기 전까지는 경험이 부족한 젊은 투수들로 선발 로테이션을 꾸려가야 한다.

작년 시즌 들쭉날쭉한 투구로 팬들을 애태웠던 유원상, 작년 4승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인 김혁민, 작년까지 셋업맨으로 활약했던 안영명이 류현진, 정민철과 함께 선발 투수로 활약할 예정이다.

이름값으로 보나, 지금까지 쌓아 올린 실적으로 보나 불안하기 짝이 없는 선발진이다. 그나마 통산 161승에 빛나는 정민철조차 작년에는 6승 10패 평균자책점 5.23으로 부진했다.

작년 시즌의 기록만 놓고 보면, 류현진이 혼자서 14승을 거두는 동안 나머지 4명은 22승을 합작했을 뿐이다. 조금 과장되게 표현하자면 '류현진과 아이들'이다.

'허리'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팀 내에서 가장 뛰어난 불펜 요원이었던 안영명이 선발로 올라가 버렸기 때문이다.

강속구를 자랑하는 윤규진이 안영명의 역할을 대신해야 하고, 작년에 무려 92.2이닝을 던진 마정길도 올해 부담이 더욱 커지게 생겼다. 구대성이 돌아 올 때까지 '좌완 스페셜리스트'로 활약할 송진우의 역할도 중요하다.

마무리 투수에는 작년 시즌 31세이브를 기록했던 브래드 토마스가 작년에 이어 한화의 뒷문을 책임질 예정이다. 한화 투수진 중에서 그나마 가장 믿음직스러운 곳이다.

결국 부상에 시달리고 있는 '베테랑 3인방'의 합류 시기와 이들의 빈자리를 메워 줄 '영건'들의 성장이 한화 마운드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다.

[타선] 언제 터질지 모르는 '다이너마이트'

 '국민 타자' 반열에 오른 김태균은 올 시즌에도 강력한 홈런왕 후보다.

'국민 타자' 반열에 오른 김태균은 올 시즌에도 강력한 홈런왕 후보다. ⓒ 한화 이글스

아무리 투수진에 불안 요소가 많다 해도, 한화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팀이다. 상대 투수를 벌벌 떨게 만드는 무시무시한 '다이너마이트 타선'이 건재하기 때문이다.

'토종 쌍포' 김태균과 이범호의 위력은 이미 지난 WBC의 '공동 홈런왕'으로 증명된 바 있다. 또한 두 선수는 시즌이 끝난 후 나란히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올해 더욱 분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풀타임 첫 시즌에 홈런 3위(23개)를 기록한 김태완 역시 한층 성숙한 기량으로 올 시즌을 벼르고 있다. 새 외국인 선수 빅터 디아즈의 파워도 작년 22홈런을 때려 낸 덕 클락(히어로즈)을 능가한다.

게다가 시범 경기에서 '신데렐라'가 탄생 했다. 4년차 내야수 송광민이다. 작년 시즌 75경기에 출장해 타율 .271 7홈런 23타점을 기록하며 만만치 않은 방망이 솜씨를 과시했던 송광민은 시범 경기에서 타율 .333 5홈런 12타점을 쓸어 담았다.

송광민은 통산 2006경기 출장에 빛나는 김민재를 밀어내고, 한화의 새로운 주전 유격수로 낙점 받았다. 이종범, 홍세완(이상 KIA 타이거즈)의 뒤를 잇는 대형 유격수의 탄생을 기대할 만 하다.

송광민의 놀라운 성장 덕분에 김민재는 체력 부담이 적은 2루로 자리를 옮겨 군에 입대한 한상훈의 공백을 메울 예정이다. 한화 타선에서는 여러모로 '송광민 효과'가 크다.

3번 디아즈부터 7번 송광민까지. 언제 어디서 홈런이 터져 나올지 모르는 '다이너마이트'의 화력은 120홈런(전체 1위)을 쏘아 올렸던 작년보다 더욱 강해졌다.

[주목할 선수] '서른 여섯' 강동우, 톱타자에 도전한다

 강동우는 자신의 4번째 팀 한화에서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

강동우는 자신의 4번째 팀 한화에서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 ⓒ 한화 이글스

강동우는 참 사연이 많은 선수다. 강동우는 입단 첫 해이던 지난 1998년, 타율 3할 10홈런 22도루의 빼어난 성적으로 1년 만에 '명문 구단' 삼성의 1번 타자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그 해 포스트시즌에서 수비 도중 정강이가 으스러지는 중상을 당하며 2년이나 경기에 나서지 못했고, 이후에도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며 고전했다.

평범한 선수로 전락한 강동우는 2006년부터 두산, KIA를 전전하며 간신히 선수 생활을 이어가다가, 올 시즌을 앞두고 내야수 신종길과 트레이드 돼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본인의 네 번째 팀이다.

강동우와 비슷한 타입의 '발 빠른 좌타 외야수'가 많았던 두산이나 KIA에 비하면, 한화는 강동우가 마음껏 활약하기에 매우 적합한 팀이다.

한화는 강력한 중심 타선에 비해 언제나 1번 타자가 약점이었고, 기존에 있던 고동진과 추승우는 각각 군 입대와 부상으로 올 시즌 전력에 포함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강동우는 올 시즌 한화의 '중견수 겸 1번 타자'로 중용될 전망이다. 두산의 이종욱, KIA의 이용규, LG 트윈스의 이대형 등 쟁쟁한 후배들과의 경쟁이 불가피하다.

강동우의 활약 여부는 곧 이글스 타선의 득점력과 직결된다. 강동우가 밥상을 잘 차려 준다면 막강한 중심 타선이 신나게 타점을 쓸어 담을 수 있지만, 강동우가 부진하면 한화의 '다이너마이트'는 자칫 '공갈포'로 전락할 수도 있다.

선수 생활 내내 '비운'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닌 강동우. 어느덧 서른 여섯의 노장 선수가 된 그의 새로운 도전을 지켜 보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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