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명이 넘게 찾아준 안방에서 노란 옷을 입고 뛰어야 할 이천수가 그 대신 노란 깃발(FIFA 페어플레이 기)을 들고 들어왔다. 지난 7일 2009 K-리그 개막 경기에서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로 여섯 경기 출장 정지를 포함하여 봉사활동까지 해내야 하는 그의 얼굴에는 반성의 빛이 역력했다.

 

일리야 페트코비치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21일 낮 광양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2009 K-리그 전남 드래곤즈와의 맞대결을 1-1로 비겨, 최근 여섯 번의 맞대결 기록에서 무패(3승 3무, 2007. 3. 31 이후) 기록을 이어갔다.

 

페어플레이 기수가 된 이천수 그라운드에서 판정에 불만을 품고 부적절한 행위로 중징계를 받은 프로축구 전남 드래곤즈 이천수가 21일 전남 광양전용구장에서 벌어진 인천 유나이티드와 홈 경기에 앞서 국제축구연맹(FIFA) 페어플레이 깃발을 들고 입장하고 있다. 이천수는 지난 7일 FC서울과 경기 때 오프사이드 판정에 불만을 품고 해당 부심을 향해 `주먹 감자' 세리머니와 `총쏘기' 시늉을 해 6경기 출장 정지와 사회봉사 명령을 받았다.

▲ 페어플레이 기수가 된 이천수 그라운드에서 판정에 불만을 품고 부적절한 행위로 중징계를 받은 프로축구 전남 드래곤즈 이천수가 21일 전남 광양전용구장에서 벌어진 인천 유나이티드와 홈 경기에 앞서 국제축구연맹(FIFA) 페어플레이 깃발을 들고 입장하고 있다. 이천수는 지난 7일 FC서울과 경기 때 오프사이드 판정에 불만을 품고 해당 부심을 향해 `주먹 감자' 세리머니와 `총쏘기' 시늉을 해 6경기 출장 정지와 사회봉사 명령을 받았다. ⓒ 연합뉴스 형민우

 

대전에서 못다 핀 꽃, 인천 MF 김민수

 

방문 팀 인천은 지난해까지 팀의 주축을 이루던 김영빈, 보르코, 박재현, 드라간을 모두 벤치에 앉히고 낯선 얼굴들을 여럿 내세웠다. 그 주인공은 프로축구 무대에 첫 경험을 하는 장원석과 지난해 대전 시티즌에서 첫 발을 내딛었던 김민수였다.

 

인천의 새로운 플레이메이커 도화성을 도우며 수비형 미드필더로 뛴 장원석은 호된 첫 신고식을 치렀다. 86분, 중앙원 부근에서 높은 공을 다투다가 전남 미드필더 정경호와 머리를 부딪친 것. 이 때문에 정경호는 뒷머리에서 피를 흘렸고 장원석은 이마 쪽을 싸매야 했다.

 

 FW 카디코프스키

FW 카디코프스키 ⓒ 심재철

또 한 명의 인천 미드필더 김민수는 감격적인 첫 무대를 뛰었다. 지난해 대전 시티즌에서 3골 2도움을 올리며 그 가능성을 인정받았던 김민수는 주로 측면 미드필더로 활약했다. 원래 왼발 킥 실력이 출중하지만 65분에 오른발로 마케도니아 국가대표 출신 키다리 골잡이 드라간 카디코프스키의 공식 데뷔골을 도왔다. 띄워주기의 속도와 정확성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일깨워주는 명장면이었다.

 

김민수는 인천으로 오면서 대전에서의 등번호 16번을 희망했지만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할 수 없이 올해 44번을 달기로 한 그는 전반전 전남에 밀리며 무기력한 공격력 속에서도 폭넓은 움직임으로 숨겨왔던 공격 본능을 자랑했다. 유효 슛은 아니었지만 염동균이 지키고 있는 골문 앞쪽으로 달려가며 몸을 내던져 전남 팬들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만들었다.

 

그가 달고 싶어했던 16번은 성남에서 거금을 주고 데려온 가운데 미드필더 손대호의 유니폼에 새겨져 있다. 이름만 대도 K-리그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그가 이번 광양 방문경기 명단에는 없었다. 새 감독이 부임하고 이제 겨우 두 경기를 치렀을 뿐이지만 인천 팬 입장에서 이런 상황이 익숙하지 않다.

 

등록 선수 '45명', 거기서 영그는 '꿈'

 

K-리그 무대에서 시민구단이 자리 잡기에는 여러가지 어려운 점이 많았다. 네 번째 별을 단 디펜딩 챔피언 수원 블루윙즈나 국가대표가 즐비한 FC 서울 선수들과는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였다. 그만큼 경기력이나 구단 운영에 대해 '가난한' 이라는 수식어가 더 어울리는 구단이었다.

 

그런데, 2009년 K-리그의 뚜껑이 열리기 전부터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발걸음이 예사롭지 않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에서도 '비상 경영 체제'를 선언할만큼 어려운 시기이지만 인천만은 예외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공격적인 운영을 추구하고 있다.

 

K- 리그 클럽으로서는 보기 드물게 창단 3년만에 5억원의 흑자(2006년)를 기록했던 인천은 이후에도 다른 구단들의 부러움을 사며 계속적인 흑자 성장을 거듭해왔다. 급기야 아시아 스포츠 클럽 최초로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있을 정도로 자신감에 차 있다.

 

이처럼 미래를 내다보고 발빠르게 뻗어가고 있는 구단 살림에 걸맞게 올 시즌 선수단 규모도 K-리그 15개 클럽 중에서 최고를 자랑하고 있다. 45명이라는 놀라운 숫자는 마치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 나가는 클럽이라 생각될 정도로 그 층이 두꺼운 편이다.

 

실제로 이번 광양 방문 경기 명단에는 지난해까지 인천의 허리를 책임지고 있던 노종건이나 김상록, 윤원일의 이름이 아예 보이지도 않았다. 김상록만이 지난 8일 홈 개막전 후반전에 잠깐 얼굴을 내밀었을 뿐, 노종건이나 윤원일의 이름은 두 경기가 끝난 현재 찾아볼 수조차 없다.

 

몸 상태가 나쁜 것은 아니다. K-리그 2라운드에서 유일하게 경기 일정이 없던 인천은 경기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11일과 17일 두 차례에 걸쳐 고려대, 연세대와의 연습 경기를 소화했는데 거기에는 분명히 그들의 익숙한 이름이 있었다.

 

행복한 인천팬들... 인천유나이티드 꿈 이뤄지나

 

어찌 표현하면 인천 팬의 입장에서 행복한 비명을 지를 판이다. 지난해까지 수원이나 성남, FC 서울 등을 만나면 화려한 상대의 미드필더들을 보면서 마냥 부러워하기만 했다. 지금도 결코 만만하게 볼 수 있는 팀은 아니지만 이제는 한 번 붙어볼만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손대호와 김상록 등이 벤치를 지키다가 후반전에 바꿔 나올 정도로 새 얼굴들이 든든히 자리를 지켜주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고무적이다. 부산에서 데려온 도화성이 확실하게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해내며 드라간까지 쉬게 하고 있을 정도니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지난 8일 프로데뷔전에서 천금같은 결승골을 터뜨린 골잡이 유병수와 이번 전남과의 방문 경기에서 귀중한 동점골을 터뜨린 카디코프스키가 버티고 있는 공격수 자리도 마찬가지다. K-리그 최다골 기록을 갖고 있는 우성용도 벤치에서 출발하며 포항에서 데려온 이성재도 대기중이다.

 

유럽 무대를 노크하고 있는 이근호의 뒤를 이어 인천 구단에 2군리그 두 번째 우승 트로피를 안겨준 강수일과 체구는 좀 작지만 정혁이라는 새내기도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을 정도다. 아마도 오는 25일 대전 시티즌을 불러서 리그 컵 대회 첫 경기를 치를 때에는 이들의 숨겨진 실력을 한꺼번에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한다.

 

경기력이나 구단 살림 모두의 측면에서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꿈'은 생각보다 빨리 이루어질 듯하다.

덧붙이는 글 | ※ 2009 K-리그 3라운드 경기 결과, 21일 광양전용경기장

★ 전남 드래곤즈 1-1 인천 유나이티드 FC [득점 : 정윤성(60분,도움-정경호) / 카디코프스키(65분,도움-김민수)]

◎ 전남 선수들
FW : 웨슬리, 정윤성, 슈바
MF : 백승민, 정경호(86분↔이규로), 김승현(74분↔유홍열), 유지노
DF : 이정열, 김영철, 정인환(46분↔박지용)
GK : 염동균

◎ 인천 선수들
FW : 카디코프스키, 유병수(49분↔박재현)
MF : 김민수, 장원석, 도화성(84분↔보르코), 박창헌(67분↔김영빈)
DF : 전재호, 임중용, 안재준, 제이드
GK : 김이섭

2009.03.22 10:07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 2009 K-리그 3라운드 경기 결과, 21일 광양전용경기장

★ 전남 드래곤즈 1-1 인천 유나이티드 FC [득점 : 정윤성(60분,도움-정경호) / 카디코프스키(65분,도움-김민수)]

◎ 전남 선수들
FW : 웨슬리, 정윤성, 슈바
MF : 백승민, 정경호(86분↔이규로), 김승현(74분↔유홍열), 유지노
DF : 이정열, 김영철, 정인환(46분↔박지용)
GK : 염동균

◎ 인천 선수들
FW : 카디코프스키, 유병수(49분↔박재현)
MF : 김민수, 장원석, 도화성(84분↔보르코), 박창헌(67분↔김영빈)
DF : 전재호, 임중용, 안재준, 제이드
GK : 김이섭
카디코프스키 김민수 인천 유나이티드 FC 전남 드래곤즈 K-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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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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