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현은 새로운 소속팀에 전력보강-미래-흥행 등 3가지 선물을 한꺼번에 선사해줬다

강병현은 새로운 소속팀에 전력보강-미래-흥행 등 3가지 선물을 한꺼번에 선사해줬다 ⓒ 전주 KCC

 

'고마워요 전자랜드…'

 

시즌 중반부터 계속된 전주 KCC의 기세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KCC는 올스타전 이후 치러진 첫 경기에서 대구 오리온스를 99-66으로 대파하며 여전한 위력을 과시하는 듯 했다. 그러나 다음 경기인 '숙적' 삼성전에서 87-81로 발목을 잡히며 잠시 주춤하는 기색을 보였다. 이 와중에서 그동안 구태여 부각되지 않았던 많은 문제점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달라진 KCC에게 연패란 좀처럼 없었다. 어린 선수들이 주축이라 아직 기복은 있는 편이지만 허재 감독 특유의 수비농구가 자리를 잡게 되자 안정감적인 측면에서 확실히 달라졌다. KCC는 삼성에 패한후 이틀 만에 가진 1위팀 원주 동부와의 경기에서 시종일관 팽팽하게 공방전을 주고받은 끝에 88-81로 승리했다.

 

동부와는 정규리그 이후 큰 경기 등에서 만나 확률이 높은지라 시즌이 막바지에 이른 시점에서의 승리는 단순한 1승 못지 않은 가치가 있었다는 의견이다. 그리고 연이어 치러진 부산 KTF와의 경기 역시 87:77로 낙승을 거뒀다. 타팀 팬들 역시 KCC는 이제 웬만해서지지 않을 정도로 안정감을 갖추고 있다고 인정하고 있다.

 

이렇듯 상승세를 타고있는 KCC의 원동력을 꼽아보라면 많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믿음의 농구'로 팀을 이끌고있는 명장 허재 감독의 지도력을 비롯 캡틴 추승균의 3번 포지션 복귀 그리고 전 선수들이 열심히 뛰면서 만들어나가는 특유의 '수비농구' 등 잘 되는 집안에는 칭찬할 것도 많다.

 

그 중에서도 빼놓아서는 안 될 것 중 하나가 바로 서장훈과의 2-3트레이드 당시 전자랜드에서 넘어온 강병현-조우현-정선규의 활약상일 것이다. 서장훈의 '출장 시간 불만'으로 이뤄지게 되었던 당시의 트레이드에서 많은 이들은 "전자랜드는 즉시전력을, KCC는 미래를 위한 선택을 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이같은 판단이 조금 틀리게 된 것 같다. 전자랜드도 나름대로 서장훈을 활용하며 승수를 차분히 쌓아가고 있지만 KCC는 트레이드 되어온 3인이 모두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주며 미래와 현재를 동시에 얻어가고 있다. 그야말로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상황이다.

 

부족한 부분을 요소 요소에서 채워주고 있는 전자랜드 출신 3인방

 

트레이드 당시만 해도 KCC팬들은 불안하기 그지없었다. 전성기가 지났다고는 하지만 서장훈은 여전히 국내 선수 중에서는 손가락 안에 꼽힐 만큼 대단한 공격력을 지닌 검증된 선수였다. 반면 전자랜드에서 넘어온 선수들은 하나같이 불안요소를 가지고 있었다.

 

트레이드의 핵심인 강병현은 당시만 해도 취약한 슈팅능력에 불안한 볼 처리만 눈에 띄던 불안정한 기대주였고 정선규는 말 그대로 식스맨이었다. 또한 몸값을 맞추기 위해 데려온 조우현은 이름 값만 놓고 봤을 때는 거물임에 틀림없었지만 오랜 시간 동안 부상으로 신음하며 개점휴업 중인 그가 새로운 팀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였다.

 

결국 팀 내 가장 확실한 주포를 내놓고 불안정한 선수들을 그 대가로 받은 셈이다. 전자랜드 최희암 감독 역시 "어음을 주고 현찰을 받았다"며 당시의 트레이드에 크게 만족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당시의 트레이드는 KCC 입장에서도 어쩔 수 없었다. 서장훈은 당초 후배인 하승진과 외국인 선수들을 잘 이끌어주며 베테랑의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자신의 출장시간이 줄어들며 기록에서 손해를 보게되었다는 점에 불만을 표시하며 팀 내 분위기를 크게 흐려놨기 때문이다. 그는 팀의 승패 여부를 떠나 자신의 득점이 많은 날은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지만 팀이 이기더라도 개인기록이 만족스럽지 못하면 신경이 날카로워지며 벤치 분위기를 어둡게 만들기 일쑤였다.

 

어느 리그를 막론하고 대부분의 일반적인 선수들은 은퇴가 다가올수록 개인 기록보다는 팀 우승에 집착하기 일쑤다. 하지만 서장훈 만큼은 예외로 그는 자신의 기록에 훨씬 더 많은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고, 그러한 목표를 위해서라도 출장시간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소였다.

 

서장훈은 수비에서의 체력을 아껴가며 공격시 슈터를 방불케하는 슛팅능력으로 차곡차곡 득점을 쌓아나갔다. 결국 이러한 스타일은 서장훈 본인은 좋을지 몰라도 팀 입장에서는 수비-기동력에서 마이너스가 되는 상황이 연출됐다.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출장 시간 등에서 점점 더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경기장에서 대놓고 걸어다니는 등의 태업성 플레이를 일삼는가하면 작전 타임시에는 감독의 말을 듣지 않고 딴 곳을 쳐다보는 등 팀 분위기를 완전히 무너뜨려 버렸다. 시즌초 KCC가 연패의 늪에 빠졌던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무엇보다도 팀 분위기가 망가져 버린 이유가 가장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조우현은 비록 부상 등으로 인해 당장은 전력에 큰 보탬이 되지못했지만 벤치에서의 파이팅과 어린후배들을 챙겨주는 고참의 역할에 충실하며 팀 상승세의 보이지않는 주역이 되어주었다

조우현은 비록 부상 등으로 인해 당장은 전력에 큰 보탬이 되지못했지만 벤치에서의 파이팅과 어린후배들을 챙겨주는 고참의 역할에 충실하며 팀 상승세의 보이지않는 주역이 되어주었다 ⓒ 전주 KCC

 

그런 점에서 전자랜드에서 둥지를 옮긴 3인방은 '복덩이'라고 할 수 있다. 일단 이들은 전력 적인 보탬을 떠나 팀 내 분위기를 살리는데 큰 역할을 해냈다. 강병현과 정선규는 젊은 선수들답게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로 가라앉았던 KCC의 팀 근성을 끌어올리는데 일조했고 조우현 역시 베테랑 답지 않게 마치 신인을 방불케 하는 진지한 자세로 덕 아웃의 분위기메이커를 자처했다.

 

특히 조우현 같은 경우는 부상과 이후의 회복 등으로 인해 경기 자체는 거의 뛰지 못했지만 작전타임시의 경청하는 자세와 덕 아웃에서 동료들을 응원하는 모습 그리고 후배들을 자상하게 챙겨주는 역할을 통해 경기에서 뛰는 선수들 이상의 몫을 해냈다는 극찬을 받고 있다.

 

조우현의 그런 모습은 서장훈으로 인해 상처받았던 KCC팬들의 마음을 녹일 수 있었고 그 결과 팬들로부터 팀내 어머니(?)같은 존재로 인정받게 되었다. 지난 11일 오리온스의 홈경기에서 조우현이 오랜만에 코트에 나섰을 때 팬들이 보내준 우레와 같은 함성에는 그러한 고마움이 포함되어 있었다.

 

강병현의 활약상은 구태여 설명하지 않아도 농구 팬들이라면 이제 다들 알고 있다. 팀내 가장 뛰어난 수비수 중 한 명이자 몸을 사리지 않는 허슬플레이어 그리고 돌파-슛-리딩-속공 등 고른 부분에서 공헌도를 보여주고 있는 그는 KCC에 없어서는 안될 간판급 스타로 급부상한 상태다.

 

출중한 외모와 스타근성까지 갖추고 있는지라 하승진-신명호와 더불어 차세대 간판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KCC 입장에서는 당장의 전력 상승 효과는 물론 미래와 스타마케팅까지 모두 한손에 쥐어버린 셈이 되었다.

 

정선규의 활약 역시 쏠쏠하다. 주전가드인 임재현을 대신해서 맹활약중인 신명호는 수비는 리그 최상위급이지만 슈팅이라는 부분에서 약점이 뚜렷하다. 설상가상으로 강병현 역시 슛에서 만큼은 안정감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상대팀에서는 종종 지역방어를 통해 KCC의 약점을 파고드는 모습인데 그러한 상황에서 슛하나 만큼은 상위레벨인 정선규가 '조커'로 적절하게 활용되고 있다. 외곽슛은 물론 미들라인에서의 점프슛까지 워낙 정확한지라 그가 나서게 된다면 상대팀은 신명호를 상대할 때와는 다르게 플레이를 펼칠 수밖에 없다.

 

백돼지용팔이라는 KCC의 한 열성 팬은 "전자랜드의 최희암 감독은 석유가 있을까 반신반의하던 황무지를 KCC에게 넘겨주고 기름진 곡창지대를 받았지만 의외로 너무도 빨리 석유가 나와버린 것은 물론 온천까지 터진 형국이 되었다"는 말로 전자랜드 3인방에 대한 만족감을 표시하는 모습이었다.

 

과연 순식간에 KCC의 핵심전력으로 급부상한 전자랜드 출신 3인방은 새로운 팀에 우승이라는 영광을 안겨줄 수 있을지, 넝쿨째 굴러들어온 호박에 KCC팬들의 마음은 그저 흐뭇하기만 하다.

2009.02.21 09:52 ⓒ 2009 OhmyNews
트레이드 전주 KCC 프로농구 허재 감독 석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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