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무대를 향한 대학선수들의 꿈이 실현되는 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가 4년 전의 파행을 되풀이했다. 

 

2일 열린 2009년 한국프로농구연맹(KBL) 신인 드래프트에서 프로구단들의 지명을 기다리던 대학선수들이 갑자기 모두 퇴장해버렸다. 1라운드에서만 두 번의 지명권을 갖고 있는 울산 모비스가 나머지 한 번의 지명권 행사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이날 대학선수들의 단체 행동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전날 열렸던 귀화, 혼혈선수 드래프트에서 프로구단들이 5명의 선수를 지명하면서 국내 대학선수들의 몫이 대폭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지난 200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캐나다 교포 김효범이 지명을 받자 이에 반발한 국내 대학선수들이 단체로 퇴장하며 드래프트 참가를 거부했었다.

 

결국 밖으로 나갔던 대학선수들이 KBL의 설득 끝에 잠시 후 다시 입장하면서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되었지만 드래프트에 참가한 40명의 선수들 중 23명은 끝내 지명을 받지 못하고 갈 곳을 잃었다.

 

대학농구 취업난은 부족한 실력 탓?

 

 3일 열린 2009 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프로 구단들에게 지명을 받은 17명의 선수들

3일 열린 2009 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프로 구단들에게 지명을 받은 17명의 선수들 ⓒ 한국프로농구연맹

 

4년 전의 안타까운 일이 되풀이되는 것을 지켜본 농구팬들은 '일단 보이콧하고 보자'는 대학선수들의 태도를 지적했다.

 

그 어느 곳보다 수요와 공급의 이론이 냉정하게 적용되는 프로의 세계에서 실력이 모자라는 것은 탓하지 않고 국내 선수들을 지켜줘야 한다는 명분만을 앞세워 기득권을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선수를 뽑는 구단들의 부담도 만만치 않다. 신인선수가 많아질 경우 샐러리캡(구단별로 소속 선수들의 연봉 총액이 일정 금액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을 충족시키기가 힘들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이는 곧 기존 선수들의 반강제적인 은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에 울산 모비스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 프로농구 규정상 지명 선수에게 무조건 계약기간 5년을 보장해줘야 하는 1라운드 지명권은 뽑고 싶은 선수가 없는 구단에게는 적잖은 부담이다.

 

귀화, 혼혈선수의 드래프트 기준을 강화하자는 목소리도 있지만 지나칠 경우 오히려 실력이라는 객관적 기준을 무시한 역차별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이밖에 샐러리캡 규모를 늘리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지만 대학선수들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는 보장이 없다.

 

프로와 아마추어는 '파트너 관계' 

 

물론 이러한 행동들이 기득권이 아닌 생존권 주장이라는 대학선수들의 주장에도 설득력은 있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대학선수들이 외면당한다면 프로무대 진출을 꿈꾸는 중학교, 고등학교의 농구 지망생들의 수가 점차 줄어들 것이고, 이는 곧 한국농구의 부실로 이어져 프로와 아마추어 모두가 피해가 입는다.

 

한국농구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서는 프로농구와 대학농구가 단순한 상하관계가 아닌 파트너 관계가 되어야한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외국인 선수들에 이어 귀화, 혼혈선수들의 진출이 본격화되면서 프로농구에서도 '취업난'이 심각해지는 만큼 오로지 운동에만 집중하며 학업을 중요시하지 않는 학원 스포츠 풍토도 바로잡아야할 문제다.

 

결국 이번 드래프트는 역대 최저 인원인 17명이 지명을 받으면서 어렵사리 마무리되었지만 하루 빨리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다면 한국농구를 지탱하는 프로와 아마추어간의 갈등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2009.02.04 09:52 ⓒ 2009 OhmyNews
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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