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 보이의 박시연 영화스틸컷

▲ 마린 보이의 박시연 영화스틸컷 ⓒ 리얼라이즈 픽쳐스


데뷔한 지 4년차에 접어드는 박시연은 앞으로 주목해서 지켜볼만한 여배우 중 한 명이다. 그녀가 처음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작품은 이동욱, 이다혜, 이준기와 함께 한 SBS드라마 <마이걸>(2005년)을 통해서였다. 하지만 필자에게 그녀의 이름을 처음 각인시킨 것은 누구누구의 애인이라는 이야기였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처음 그녀에 대한 인상은 좋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젊은 남녀가 서로 사랑하는데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다만 그 사랑이 혹시 자신을 알리기 위한 홍보 방편은 아니었는지 의구심을 가졌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과 연기실력으로 승부하지 않는 배우라면 얼마 지나지 않아 대중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질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박시연이란 여배우 이름을 거론할 때 앞의 일을 떠올리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녀는 여전히 성장해가는 여배우지만 충분히 자신의 연기력을 통해 앞으로 주목하고 지켜볼 가치가 있는 배우임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박시연에 대한 글을 적기 위해 기초자료를 모으면서 알게 된 사실은 그녀의 데뷔작이 <마이걸>(2005년)이 아니란 것이다. 그녀는 2004년 중국 CCTV드라마 <봉구황>(2004년)을 통해 처음 데뷔했다. 외국에서 먼저 데뷔한 후 한국에 데뷔한 케이스다.

그녀는 모두 잘 알고 있듯이 2000년 미스코리아 출신이다. 그녀는 미스코리아대회 이후 여러 CF에 출연하며 당시 주목받는 CF신인이기도 했다. CF활동은 그녀에게 첫 행운을 가져다준다. 당시 CCTV는 한국인과 중국인 이미지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배우를 찾고 있었는데 그녀가 눈에 띈 것이다. 이렇게 중국에서 첫 출발을 시작한 박시연은 이후 2005년 중국 드라마 <보련등>(2005년)에 연이어 출연한다.

그녀의 첫 연기 시작은 분명 중국에서 시작되었다. 아주 소수의 마니아들과 일부 언론 보도를 통해 그녀의 이름을 인지하고 있는 사람을 제외하면 한국에서 그녀의 인기는 큰 변화가 없었다. 그녀가 한국 팬들에게 이름을 처음으로 인지하게 해준 작품은 위에서 언급했듯이 SBS드라마 <마이걸>(2005년)이다. 그녀는 <마이걸>(2005년)을 통해 시원시원한 외모와 육감적인 몸매를 자랑하며 한국 팬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린다.

사실 그녀의 한국데뷔는 운이 좋은 편이었다. 당시 인기 높은 젊은 연기자들과 함께 TV드라마에 얼굴을 비추면서 자연스럽게 인지도 또한 높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에게 천국과 지옥을 오가게 한 2006년이 다가오고 있었다.

TV드라마 <연개소문>의 천관녀와 영화 <구미호 가족>의 첫째 딸 박시연

구미호 가족의 박시연 영화스틸컷

▲ 구미호 가족의 박시연 영화스틸컷 ⓒ MK픽처스


2006년은 그녀에게 잊을 수 없는 한해가 될 것 같다. 그녀는 엄청난 연기력 부족에 대한 비판을 받아야 했으며, 그해 출연했던 한 영화를 통해 한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시상식 중 하나인 제43회 백상예술대상(2007년) 영화 여자신인연기상을 수상했기 때문이다. 참으로 롤러코스터 같은 한해였다.

그녀에게 연기력 부족에 대한 비판을 가져왔던 드라마는 바로 SBS <연개소문>(2006년)이다. 그녀는 이 드라마에서 김유신(이종수)을 사랑하지만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목말라 하는 여인 천관녀(박시연) 역을 맡았다.

하지만 문제는 그녀의 연기력이 전혀 사극에 준비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녀가 보여준 연기는 국어책을 읽는 듯한 느낌을 줄 정도로 연기자의 감정이 살아 있지 않았다. 특히 동 시간대에 다른 방송국에서 방영된 사극에 시청률까지 밀리며 그 원흉으로 엄청난 집중포화를 맞아야 했다.

필자 역시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면 어떻게 저런 배우가 검증 받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사극에 출연했는지 의아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개인적으로 연기에 대한 기본이 전혀 되어 있지 않는 배우란 평가를 했었다. 아무리 좋은 구석을 찾아보려고 해도 도저히 찾을 수 없는 연기력이었다.

이렇게 따가운 눈초리를 받던 그녀가 영화 <구미호 가족>(2006년)에 출연한다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접어야 했다. 드라마 <연개소문>(2006년)에서 많은 지탄을 받은 그녀가 갑자기 같은 해 영화에서 뛰어난 연기를 보여줄 것이란 기대를 전혀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지레짐작은 개봉된 <구미호 가족>(2006년)을 보는 순간 완전히 사라져버리고 만다. 저 배우가 도대체 <연개소문>(2006년)에서 국어책 읽듯이 연기한 그 박시연이가 맞아?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녀의 연기는 180도 바뀌어 있었다. 특히 이 영화는 한국에서 거의 시도하지 않았던 판타지 뮤지컬 영화라는 것을 감안하면 그녀가 맡았던 구미호 첫 째 딸은 쉽지 않은 배역이었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그녀가 보여준 연기는 충분히 합격점을 줄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터닝포인터 작품에 대해 여러 가지 의견을 내놓겠지만, 개인적으로 그녀의 연기 인생에 첫 번째 터닝포인터가 된 작품은 <구미호 가족>(2006년)이라고 생각한다. 그녀가 단지 자신의 외모만 가지고 승부를 거는 그저 그런 배우가 아님을 이 작품을 통해 확인시켜준다. 그리고 이 작품은 그녀가 가지고 있는 매력이 무엇인지 많은 사람들에게 각인시켜준 영화이기도 하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꽤 괜찮은 작품성에도 불구하고 대중성이 떨어지면서 많은 영화관객들이 이 작품을 보지 못하고 지나갔다는 점이다. <구미호 가족>(2006년)에서는 현재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하정우 또한 함께 볼 수 있다.

영화 <사랑>을 통해 본격적으로 궤도에 오르기 시작하다.

사랑의 박시연 영화스틸컷

▲ 사랑의 박시연 영화스틸컷 ⓒ (주)태원엔터테인먼트


2007년작 <사랑>은 엄밀하게 이야기하면 주진모의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자신만의 색을 내뿜는 배우로 자리 매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박시연과 김민준 또한 이 영화를 통해 다시 한 단계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구미호 가족>(2006년)에서 보여준 그녀의 연기 성장이 단순한 일회용이 아님을 확인시켜준 작품이다.

정미주역을 맡은 그녀는 절제된 연기를 통해 자신의 속내를 관객들에게 차분하게 전달한다. 그녀의 이런 연기가 없었다면 주진모가 맡은 채인호란 인물의 감정이 관객들에게 모두 전달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영화포스터에 있는 “지랄 같네.. 사람 인연...”이란 문구가 가슴에 와 닿을 만큼 뛰어난 연기를 보여주었다.

그녀는 이 작품을 통해 제27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2007년) 여자신인상을 수상한다.

이후 그녀는 <다찌마와 리 -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를 통해 영화 활동을 이어갔고, 2009년 개봉을 앞두고 있는 <마린보이>를 통해 다시 관객들과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박시연이란 배우는 아직 성장단계에 있는 여배우다. 솔직히 그녀가 현재 모든 잠재력을 폭발시킨 건지, 앞으로 더 많은 놀라움을 줄 것인지 속단할 수 없다. 하지만 <구미호 가족>(2006년)을 기점으로 하여, 그녀의 연기를 보면서 책 읽는 배우란 비판은 거의 사라지고 있다. 최소한 그녀가 매 작품 발전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녀가 지금보다 더 훌륭한 배우가 되기 위해서는 좋은 하드웨어(외모)를 받쳐줄 수 있는 소프트웨어(연기)가 지속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지금보다 더 큰 배우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그녀가 계속해서 연기에 대한 욕심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지금보다 더 노력해야 한다.

앞으로 박시연이란 배우가 어떻게 성장해 가는지 지켜보는 것은 또 다른 작은 즐거움이 될 것 같다. 2009년 그녀가 어떤 다양한 색으로 자신의 연기 폭을 넓혀갈지 기다려진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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