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한국시각) LA 스테플 센터에서 열린 WBA(세계복싱협회) 웰터급 타이틀전에서 예상을 뒤엎는 명승부가 일어났다.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71년생)의 도전자 쉐인 모슬리가 서른 살의 챔피언 안토니오 마가리토에게 역부족일 것이라는 예상을 비웃는 통쾌한 9라운드 KO승을 거뒀기 때문이다. 한국계 부인을 둔 모슬리는 경기때마다 트렁크에 태극기를 달고 시합에 임하는 까닭에 한국팬들의 관심과 성원을 받고 있기도 하다.

 

 경기때 태극기를 달고 싸우는 미국복서 모슬리

경기때 태극기를 달고 싸우는 미국복서 모슬리 ⓒ www.hbo.com

 

유료 관중 2만820명이 운집한 가운데 펼쳐진 경기장은 멕시코 이민자들이 많은 LA에서 열린 까닭에 멕시코 출신의 챔피언 마가리토를 일방적으로 응원하는 분위기였다. 도전자 모슬리가 세 차례의 전미 아마추어 챔피언을 지내며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출전 이후 프로로 전향해서 호야를 꺽는 등 이미 3체급을 평정한 바 있지만, 전성기의 챔피언 마가리토에겐 역부족일 거라는 예상이 대부분이었다.

 

 경기전 포즈를 취한 마가리토와 모슬리

경기전 포즈를 취한 마가리토와 모슬리 ⓒ www.hbo.com

 

하지만, 10년 전 같은 장소에서 ‘골든보이’ 오스카 델라 호야에게 첫 패배를 안기며 큰 이변을 연출한 바 있는 모슬리의 표정은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챔피언 마가리토의 공격을 피하다가 반격을 엿보는 아웃복싱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했던 전문가들의 예상을 비웃듯 모슬리는 경기 시작부터 선제 공격으로 경기를 풀어나갔다. 빠른 주먹스피드와 기민한 상체 움직임을 바탕으로 더블 잽에 이은 원투 스트레이트를 적중시켜 나갔다. 아마추어 시절 250승이라는 경력이 말해주듯 모슬리의 잽은 역대 챔피언 중 최고의 스피드와 파괴력을 지녔다고 불리는 까닭을 보여주는 듯했다.

 

늦게 몸이 풀리는 성향과 아직 단 한 번도 KO로 진 적이 없는 단단한 맷집을 보유한 마가리토는 3라운드부터 레프트 훅을 모슬리 안면에 적중시키며 경기장을 달구기 시작했다. 약을 올리듯 자근자근 잽을 던지며 선제 공격을 하는 모슬리였지만, 5cm 이상 큰 마가리토의 한 방이 터진다면 언제고 경기를 반전시킬 수 있다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라이트 어커컷으로 다운을 뺏는 모슬리

라이트 어커컷으로 다운을 뺏는 모슬리 ⓒ www.hbo.com

 

하지만, 8라운드 막판 모슬리의 전광석화 같은 연타가 휘몰아쳤다. 라이트 어퍼컷에 앞으로 고꾸라지며 다운되었지만 일어난 순간에 이미 8라운드 종료를 알리는 공이 울리며 모슬리의 공격을 막았다. 하지만 이미 승부는 그때 갈렸다. 9라운드가 시작하자 모슬리는 서두르는 모습 하나 없이 냉정하게 마가리토의 안면을 양훅으로 갈랐고, 그의 코너에서는 타월을 던져 경기를 포기하고 말았다.

 

모슬리는 경기 후 “충분한 준비로 이루어낸 당연한 승리다. 나는 열심히 훈련했고 집중했다. 마가리토는 강력한 파워를 지녔지만, 내 스피드와 리듬을 깨지 못한 것이 패인이다” 며 승리 요인을 분석했다.

 

한편 마가리토는 “모슬리의 오른손을 막을 수 없었던 것이 패인이다. 회를 거듭할수록 잔 펀치의 충격이 누적되고 말았다. 그는 어마어마한 경험을 가졌다. 그의 현란한 리듬에 연타 공격을 만들 기회가 없었다” 며 그의 생애 첫 KO패를 인정했다.

 

 모슬리의 라이트 스트레이트에 곤혹스러워했다

모슬리의 라이트 스트레이트에 곤혹스러워했다 ⓒ www.hbo.com

2009.01.25 18:46 ⓒ 2009 OhmyNews
쉐인모슬리 마가리토 태극기 복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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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선수협의회 제1회 명예기자 가나안농군학교 전임강사 <저서>면접잔혹사(2012), 아프니까 격투기다(2012),사이버공간에서만난아버지(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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