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켜봐!" 전주 KCC 포워드 추승균이 주희정과 이현호의 수비를 뚫고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 "비켜봐!" 전주 KCC 포워드 추승균이 주희정과 이현호의 수비를 뚫고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 전주 KCC

 

'하나씩 돌아오는 지원군들, 이제는 거칠 것 없다!'

 

프로농구 전주 KCC의 기세가 무섭다. '높이 농구'에서 '스피드 농구'로의 팀컬러 변화, 거기에 주축 선수들의 연이은 줄부상 등으로 좀처럼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던 모습에서 탈피해 점차 탄탄한 전력을 구축해가고 있다. KCC는 지난 15일 안양 체육관에서 있었던 안양 KT&G와의 원정 경기에서 84-79로 승리, 15승 16패로 인천 전자랜드와 함께 공동 6위로 올라섰다.

 

이날 KT&G전 승리는 KCC 입장에서 많은 의미가 있었다. 리그에서 가장 빠르고 조직력이 탄탄한 KT&G는 그동안 공수 전반에 걸쳐 KCC를 가장 괴롭혔던 팀 중 하나다. 팀컬러를 바꾼 후 '난적'을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는 것은 향후 비슷한 색깔을 가진 타 팀들과의 맞대결에서도 큰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는 분석. 거기에 비록 많이 뛰지는 못했지만 그동안 부상으로 빠져있던 센터 하승진(4득점, 1리바운드)이 7분 14초 동안 경기에 나서 컨디션을 가다듬으며 취약지구로 꼽혔던 골 밑까지도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속공농구'를 잡아버린 '수비농구'

 

올 시즌 KT&G는 높이의 열세를 스피드로 메우는 대표적인 팀으로 꼽힌다. KT&G는 시즌 전부터 자신들의 경쟁력을 '스피드'로 잡았다. 평균신장이 훌쩍 높아진 올해 기존의 외국인 선수를 마퀸 챈들러(26·196.5㎝)-TJ 커밍스(27·203cm)에서 마퀸 챈들러(재계약)-캘빈 워너(28·196.5cm)로 재구성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타 팀들이 조금이라도 더 큰 용병을 선발할 때 KT&G는 되려 더 작은 선수를 데려온 것이다. 어설프게 큰 선수보다는 팀컬러에 맞는 더 잘 뛰는 외국인 선수를 그들의 파트너로 낙점 했다. 결국 이렇게 구성된 KT&G의 선수들은 그야말로 누구하나 할 것 없이 종횡무진 코트를 뛰어다니며 '빠른 농구'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KT&G가 수비 리바운드를 잡게되면 상대팀 수비는 정신이 없어진다. 코트에서 뛰는 KT&G 선수 5명이 한꺼번에 전력질주를 하기 때문으로 이렇듯 몇 차례 공방전이 거듭되고 나면 어느새 자신들의 밸런스를 잃기 십상이다. KT&G는 번개같은 속공은 물론 공격이 성공한 뒤에는 빠르게 백코트하며 상대의 반격에 대비한다. 때문에 신장은 작지만 수비시 숫자가 모자라는 경우는 거의 없다. 되려 너나 할 것 없이 도움수비를 펼치는 통에 미스매치를 이용하려던 상대 장신자들은 공을 가로채기 당하기 일쑤다.

 

최근 KT&G는 외국인선수인 워너의 부상공백과 지나치게 뛰는 농구로 인해 생긴 체력적 문제로 조금 주춤한 모습이다. 하지만 강력한 조직력과 팀 플레이를 펼칠 수 있는 백업멤버들이 좋은지라 꾸준하게 중위권 이상을 지켜나가고 있는 상태다.

 

그동안의 KCC는 느린 공수전환과 외곽포 부재로 인해 KT&G만 만나면 무기력한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자신들의 약점이 곧 상대팀의 장점인지라 전력 자체를 떠나 '상대성'에서도 매우 좋지 않았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전체적인 팀컬러가 스피드하게 바뀐 KCC는 더 이상 예전의 굼뜬 팀이 아니었다. 비록 상당수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빠져있기는 하지만 신명호-강병현이 이끄는 리그 최고의 '앞선 수비 라인'을 바탕으로 공수전환도 몰라보게 빨라진 상태다. 일단 스피드가 확연하게 올라오자 외곽에서의 오픈찬스도 많이 생겨나게 되었고 이는 '성공률 상승'이라는 시너지효과까지 파생시켰다.

 

실제로 KCC는 젊고 빠른 가드들을 바탕으로 경기 내내 스피드로 맞붙을 놓았고 이러한 공방전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올 시즌 '포인트가드 스토퍼'로 거듭난 신명호(5득점, 5리바운드, 5어시스트, 5스틸)와 장신가드 강병현(24득점, 3점슛 3개)은 앞 선에서부터 타이트한 수비를 펼치며 KT&G의 속공자체를 원천 봉쇄했다.

 

신명호는 올 시즌 최고의 포인트가드로 꼽히는 주희정(18득점, 6어시스트)을 전담 마크하는 한편 틈틈이 도움수비까지 들어가며 KT&G의 조직력을 어지럽히는데 일등공신이 되었다. 주희정은 비록 개인득점은 많았지만 신명호에 가로막혀 정작 원활한 게임리딩에서는 좋은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주희정이 많은 득점을 올린 배경에는 신명호를 비롯한 KCC 선수들의 질긴 수비에 동료들이 가로막혀 어쩔 수 없이 자신이 공격을 많이 시도한 이유도 있다. 만약 신명호가 도움수비를 버린 채 철저하게 주희정 봉쇄에만 들어갔다면 더욱 어려웠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강병현의 활약 역시 눈부셨다. 강병현은 포지션은 2번이지만 상황에 따라서 1번까지도 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때문에 그는 2번 역할을 소화하면서도 1번을 도와 보조 리딩을 하고 수비시에는 상대편의 3-4번 포워드까지도 막아내는 다재다능함을 뽐내고 있다.

 

이날도 강병현은 신명호가 없을 때는 포인트가드로 팀을 이끌면서도 2번 포지션으로 돌아오면 득점에 신경을 많이 썼고, 수비시에는 양희종(12득점, 3리바운드) 등 상대편 포워드들을 마크하며 만점활약을 펼쳤다. 이들로 인해 노장 추승균(11득점, 5어시스트)이 수비부담을 덜고 슈터로서의 역할에 집중하며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고 있는 점도 호재다.

 

현재의 KCC는 베스트5 전원이 기동력과 3점 능력을 갖추고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조직력이 더욱 탄탄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여기에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는 하승진이 주전급 식스맨으로 뛰며 골 밑에서 활약해준다면 충분히 4강 직행도 노려볼 수 있다는 평가다. 임재현이 돌아온다면 신명호-강병현의 체력관리도 가능해진다.

 

과연 KCC는 시즌 초 중반의 시행착오와 부상악재를 딛고 후반기 돌풍의 선봉에 설 수 있을지, 빠르고 강해진 이지스함의 대반격에 프로 농구판이 시끄러워지고 있다.

덧붙이는 글 | ◆ 15일 안양 체육관(안양 KT&G 79 VS 84 전주 KCC)

1쿼터 16-26, 2쿼터 24-25, 3쿼터 13-12, 4쿼터 26-21

▶ 주요선수 기록

전주 KCC

신명호(5득점, 3점슛 1개, 5리바운드, 5어시스트, 5스틸)
강병현(24득점, 3점슛 3개, 1리바운드, 1어시스트)
추승균(11득점, 1리바운드, 5어시스트, 1스틸)
마이카 브랜드(17득점, 11리바운드, 2어시스트)
칼 미첼(17득점, 3점슛 4개, 10리바운드, 1스틸)
하승진(4득점, 1리바운드)

안양 KT&G

주희정(18득점, 3점슛 3개, 4리바운드, 6어시스트, 1스틸)
양희종(12득점, 3리바운드, 3블록슛, 2스틸)
김일두(5득점, 6리바운드, 1어시스트)
조나단 존스(12득점, 13리바운드, 1어시스트, 3블록슛, 1스틸)
마퀸 챈들러(17득점, 3점슛 2개, 7리바운드, 1스틸)

2009.01.16 10:40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 15일 안양 체육관(안양 KT&G 79 VS 84 전주 KCC)

1쿼터 16-26, 2쿼터 24-25, 3쿼터 13-12, 4쿼터 26-21

▶ 주요선수 기록

전주 KCC

신명호(5득점, 3점슛 1개, 5리바운드, 5어시스트, 5스틸)
강병현(24득점, 3점슛 3개, 1리바운드, 1어시스트)
추승균(11득점, 1리바운드, 5어시스트, 1스틸)
마이카 브랜드(17득점, 11리바운드, 2어시스트)
칼 미첼(17득점, 3점슛 4개, 10리바운드, 1스틸)
하승진(4득점, 1리바운드)

안양 KT&G

주희정(18득점, 3점슛 3개, 4리바운드, 6어시스트, 1스틸)
양희종(12득점, 3리바운드, 3블록슛, 2스틸)
김일두(5득점, 6리바운드, 1어시스트)
조나단 존스(12득점, 13리바운드, 1어시스트, 3블록슛, 1스틸)
마퀸 챈들러(17득점, 3점슛 2개, 7리바운드, 1스틸)
돌아온 하승진 강병현 신명호 세대교체 전주 K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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