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터플라이 영화스틸컷

▲ 버터플라이 영화스틸컷 ⓒ (주)아펙스 엔터테인먼트

프랑스 영화 <버터플라이>는 너무 오랫동안 기억 속에 봉인된 작품이이다. 원래 이 영화는 2004년부터 국내개봉 라인업에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계속 개봉이 연기되면서 관객들은 이 작품을 접할 수 없었다. 
 
차일피일 개봉이 연기되던 시점에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최고인기상을 수상하며 다시 한 번 한국개봉 일정이 잡히나 싶었지만, 여전히 극장개봉은 요원하기만 했다. 그로부터 무려 4년이 지난 2009년 1월이 돼서야 국내개봉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 조금은 씁쓸하다.

이 영화는 자극적이지 않다. 프랑스에서 장기 상영되어 2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한 작품이지만, 본질적으로 관객들의 큰 흥미를 끌 자극적인 요소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한국에서 흥행을 낙관할 수 없는 영화이기도 하다. 만약 이 작품에 흥행이 될 만한 요소가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이렇게 오랜 시간 극장개봉에서 밀리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을 하면 그 뒷맛이 더 씁쓸해진다.

영화 주인공들 역시 생소하다. 2007년 사망한 줄리앙 역의 미셸 세로, 엘자 역의 클레어 부아닉 모두 한국관객들에게 너무나 생소한 이름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좋은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개봉은 연기될 수밖에 없었다.

줄리앙과 엘자의 하모니가 돋보이는 영화

이 작품은 영화 주인공인 나비학자 줄리앙(미셸 세로)과 엘자(클레어 부아닉)의 하모니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두 사람은 순수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여행을 즐긴다.

주인공인 두 사람의 만남은 결코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지 않다. 엘자는 미혼모의 딸이다. 엘자의 엄마는 아이를 돌보는 시간보다 남자들과 함께 시간 보내는 것을 좋아한다. 엄마의 빈자리 때문에 엘자는 항상 외로움을 느낀다. 이런 엘자를 가엽게 여긴 줄리앙은 엘자를 자신의 집에 불러들이지만 결국 그녀는 줄리앙의 나비온실을 엉망으로 만들고 만다. 줄리앙에게 있어 엘자는 귀찮은 이웃 소녀일 뿐이다. 하지만 전설의 나비를 찾아 떠나는 줄리앙의 여행에 엘자가 몰래 숨어들면서 이야기는 극적으로 진행된다.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줄리앙과 엘자의 여행은 너무 아름답다. 그들은 아름다운 자연을 즐기며 여유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특히 줄리앙과 엘자가 주고받는 질문과 답변은 <버터플라이>를 철학적이면서도 작품성 있는 영화로 만들어준다.

줄리앙과 여행하면서 엘자는 쉴 새 없이 그에게 질문한다. 그 질문들은 엉뚱하기도 하고 철학적이기도 하며 유머스럽기도 하다. 이런 질문들에 대답하는 줄리앙의 모습은 진지하면서도 유머 있다. 특히 엘자가 궁금해 하는 것들을 알려주는 그의 모습에선 연륜과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이들이 여행을 통해 주고받는 질문과 답들은 세상살이에 찌든 우리 자신에게 주는 교훈같이 느껴진다. 세상에 얼마나 아름다운 것이 많은지 그리고 조금만 더 여유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어떤 것이 펼쳐지는지 <버터플라이>는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자연과 음악은 부가적인 선물

<버터플라이>는 두 주인공의 하모니가 빛을 발하는 영화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 작품에 숨은 조연을 찾는다면 당연히 영화 전반을 수놓는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영화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에서 스크린을 통해 보여지는 자연은 환상 그 자체다. 무수한 별들이 쏟아질 것 같은 밤하늘과 푸르른 녹음, 파란 하늘 등 어느 한 장면도 놓칠 수 없을 만큼 프랑스 남부의 아름다움을 영화에 잘 담아냈다. 영화에서 보여지는 자연은 카메라로 담아 놓은 정지된 화면이 아닌 우리 눈앞에 쏟아질 것 같은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그뿐만 아니라 영화에 나오는 음악들은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너무 잘 어울릴 만큼 감미롭다. 두 사람의 여행이 낭만적이고 여유로워 보이는 것은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더불어 영화의 분위기를 살려주는 영화음악이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가 전하는 아름다운 선율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버터플라이> 너무나 잔잔한 영화!

나는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 극찬을 했다. 그 이유는 잔잔한 영화를 좋아하는 개인적인 성향과 너무나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버터플라이>는 치명적인 약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잔잔함이 관객들에게 '지루함'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이 영화가 전해주는 두 사람의 하모니, 아름다운 영화음악, 영화를 수놓는 빛나는 자연환경 등은 금방 피부로 느낄 수 있을 만큼 즉각적이지 않다. 찬찬히 들여다보아야만 이 영화가 전해주는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화를 통해 큰 재미나 감동을 느끼고자 하는 관객들에겐 이 영화는 상당한 지루함을 동반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영화에서 보여주는 장점들이 때에 따라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지루함이 될 수 있다는 것.

한국관객들에게 이 영화의 어떤 부분이 더 크게 받아들여질지 그 결과가 궁금하다. 끝으로 만약 이 영화를 관람하는 분들이 있다면, 영화가 끝난 후 나오는 엔딩크레딧 부분을 놓치지 말기를 권해드린다. 영화 대미를 장식하는 아름다운 영화음악과 함께 색다른 엔딩크레딧을 맞볼 수 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9.01.15 14:56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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