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프로농구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말이 많다.

 

물론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과거 ‘마지막 승부’와 ‘농구 대잔치’로 대변되는 1990년대 중반 농구의 르네상스 이후 이렇다 할 국내 스타 플레이어를 발굴하지 못했다는 것이 아마도 가장 큰 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이렇듯 토종 스타 기근에 시달리는 프로농구지만 그 중에서도 단연 뛰어난 스타 플레이어가 있다. 바로 전주 KCC의 서장훈과 서울 SK의 방성윤.

 

8살 차이의 선-후배에 센터와 슈터라는 포지션으로 눈에 띄는 공통점을 찾아볼 수 없지만, 하향세와 상승세로 반등에 성공한 소속팀인 KCC와 SK의 운명과 그 궤를 같이하고 있다.

 

 KCC 서장훈(우)

KCC 서장훈(우) ⓒ 서민석

 

넘버 원이라는 입지가 흔들리는 서장훈

 

사실 최근 KCC의 부진에 짐을 서장훈 혼자 떠맡는 다는 것은 주홍글씨와도 다름없는 일인지도 모를 일이다. 임재현의 부상과 추승균의 부진. 하승진-마이카 브랜드-칼 미첼로 이어지는 장신 군단이 전혀 ‘키 값’을 못해주는 등 여러 악재가 함께 겹치면서 나온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어도 비록 노장이라고는 하지만, 서장훈은 207cm라는 키가 말해주듯 ‘국보급 센터’라는 닉네임처럼 넘버 원의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팬들에게는 환호보다는 야유 속에서 살아온 선수 역시 서장훈이다.

 

하지만, 아예 엔트리에서 제외된 17일 KT&G 경기를 뺀 최근 세 경기를 놓고 보면, 동부(6점)-오리온스(5점)-모비스(0점)으로 그야말로 최악의 성적을 보냈다. 들쭉날쭉하다던 지난 2007~2008 시즌에도 전 경기(54경기)에 출장. 16.28점 7.33리바운드를 기록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19경기에 나와 평균 12.11점 4.37리바운드라는 올 시즌 성적이 아쉽다.

 

물론 지난 2004~2005시즌 평균 22.07점을 기록 한 이후 매년 20점대 미만의 득점을 기록하는 서장훈이지만, 특히나 올 시즌은 후배인 하승진을 키우려는 허 재 감독의 전략 때문에 자연스레 같은 포지션인 서장훈의 설 자리는 줄어든 상황이다.

 

그래서일까? 묘하게도 최근 들어 서장훈의 부진을 태업으로 까지 확대하려는 사람 역시 적지 않다. 오비이락이라고, 지난 12월 17일 KT&G전에서도 감기 몸살로 서장훈이 결장하자 이러한 호사가들의 입방아는 더욱더 확산될 분위기다.

 

묘하게도 서장훈이 이적한다면, 가장 유력한 팀으로 전망되는 KCC와의 경기(19일) 역시 앞두고 있는 시기라 프로 데뷔 이후 항상 넘버 원의 자리에 있었던 서장훈의 입지는 더욱더 위태로운 상황이다.

 

자신의 흔들리는 넘버 원이라는 입지 못지않게 이제는 SK-삼성에 이어 KCC에서도 떠날 수도 있다는 것이 올 시즌 10,000점 돌파라는 대기록을 달성한 ‘국보급 센터’ 서장훈이 처한 운명인 셈이다.

 

 SK로 돌아온 방성윤 (가운데)

SK로 돌아온 방성윤 (가운데) ⓒ 서민석

 

팀이 하나 되는 방법을 터득한 방성윤

 

서장훈이 국보급 센터라는 별명으로 골밑을 든든히 지키는 선수라면, ‘빅 뱅’으로 불리는 방성윤은 신동파-이충희-김현준-문경은 등으로 이어지는 ‘슈터 계보’를 계승할 수 있는 선수로 불리고 있다.

 

특히나 195cm의 장신인 방성윤은 상대적으로 작은 키라는 태생적 한계를 딛기 위해 다른 방법으로 노력해야 했던 것을 감안하면, 일단 하드웨어에서도 방성윤은 타고난 선수였던 것이다.

 

이러한 재능을 바탕으로 프로 입단 후 2005~2006 시즌 17.18점 3점슛 2.5개를 시작으로 2006~2007시즌 19.31점 3점슛 2.7개-2007~2008 시즌 22.09점 3점슛 3.42개로 득점이나 3점슛 모두 가면 갈수록 상향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정작 소속팀은 세 시즌 동안 9위(24승30패)-7위(24승30패)-5위(29승25패)로 지난 2007~2008 시즌 어렵사리 6강 PO에 진출한 것을 제외하면, 방성윤 본인 스스로는 NO.1의 자리에 올랐을지 몰라도, 소속팀을 최고의 자리에 올려 놓는 데는 별다른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그랬던 그가 변하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NBA의 꿈을 접고 복귀한 3경기에서 평균 26점에 3점슛 5.33개를 기록 중이다. 특히 주목해 볼 만한 대목은 2.33어시스트라는 것이다. 어시스트라는 수치에서 알 수 있듯. 이제는 자신말고 팀 동료가 승부처에서 활약할 수 있는 패스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방성윤은 그 동안 ‘내가 해결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너무 지나쳐 경기를 그르친 경우도 적지 않았다. ‘방난사’라는 비아냥 역시 이러한 방성윤의 해결사 본능이 안 좋은 방향으로 귀결된 결과 붙여진 주홍글씨와도 같은 별명이었다.

 

그러나 미국에서 한국으로 복귀한 이후 방성윤이 가장 달라진 점 중에 하나는 바로 ‘나 보다는 동료와 팀’을 먼저 생각한다는 것이다. 자신과 다른 네 명의 구성원이 모두가 하나 되는 방법을 터득한 그가 더욱더 겁나는 이유다.

 

나 혼자가 아닌 팀을 하나로 만드는 스타가 필요할 때

 

최근 들어 프로 농구에 스타가 없다는 말이 많다. 맞는 말이다. 특히 방성윤의 가세로 인기가 시들하다는 프로농구에 새로운 활력이 생겼지만, 반대로 서장훈의 트레이드 설로 부쩍 시끄러워진 것도 사실이다.

 

스타가 소속팀에서 오래 뛰고 좋은 활약을 보이는 것. 물론 좋다. 하지만, 자신만이 빛나는 스타가 되려고 욕심을 부리게 되면, 자연스레 팀이라는 조직에는 균열이 생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자신 만이 넘버 원이 되기보다는 팀 자체를 하나로 만들어주는 스타. 그런 스타가 과연 진정한 스타가 아닐까?

 

그런 면에서 보면 적어도 올 시즌 서장훈과 방성윤. 두 토종 스타의 엇갈리는 행보는 그만큼 팬들의 시선을 끌 수밖에 없는 셈이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농구는 한 명이 아닌 다섯 명이 하는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2008.12.19 13:11 ⓒ 2008 OhmyNews
서장훈 방성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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