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K-리그 챔피언이 된 것을 자랑하는 수원 블루윙즈 누리집(www.fcbluewings.com) 첫 화면

2008 K-리그 챔피언이 된 것을 자랑하는 수원 블루윙즈 누리집(www.fcbluewings.com) 첫 화면 ⓒ 수원 블루윙즈

 

수요일 첫 경기에 비해 2033명이 더 들어온 4만1044명의 관중 숫자에서도 놀랐지만 절묘하게도 수원의 우승 횟수를 상징하는 '4'라는 숫자가 무려 세 번이나 겹쳤다. 그래서 황금 트로피는 축구 수도 '수원'에 더 어울리는 것이었는지 모른다.

 

오전에 눈이 내려 경기장에서 큰 잔치를 준비하는 분들이 많이 걱정하고 바쁘게 뛰어다닌 보람이 있었다. 거짓말처럼 경기 종료 직전부터 쏟아지기 시작한 축복의 눈은 수원 선수들이 유니폼 위에 덧입은 우승 기념 티셔츠와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했다. 정규리그 1위에 이어 챔피언결정전 트로피까지 거머쥔 그들은 눈을 뿌려주는 축구의 신과 함께 기뻐할 자격이 충분했다.

 

차범근 감독이 이끌고 있는 수원 블루윙즈는 7일 낮 수원 빅 버드에서 벌어진 2008 K-리그 챔피언결정전 두번째 경기에서 FC 서울을 2-1로 물리치고 통산 네 번째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첫번째 별, 에두아르두 곤칼베스 데 올리베이라('에두')

 

 FW 에두

FW 에두 ⓒ 수원 블루윙즈

스물일곱 번째 생일을 일주일 전에 보낸 그는 2008 K-리그의 마지막 날을 자신의 날로 만들며 누구보다 기쁜 선물을 받았다. 챔피언결정전 두 번째 경기는 '에두의, 에두에 의한, 에두를 위한' 경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1981년 11월 30일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태어난 수원 골잡이 에두는 경기 시작 12분 만에 상대 수비수 최원권이 잘못 걷어낸 공을 잡아 침착하게 왼발 하프발리 슛으로 선취골을 터뜨렸다. 긴장감이 넘치는 마지막 대결에서 이 한 골의 가치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그리고 선취골 이후의 활약이 더욱 인상적이었다. 23분에는 방문팀 간판 수비수 김진규를 앞에 두고 왼쪽 측면에서 위협적인 띄워주기로 골문 앞 배기종의 이마를 정확하게 노렸다. 30분에도 왼쪽 끝줄에서 유연하게 넘겨준 띄워주기는 방문팀 수비수들이 감당해내기 힘들 정도였다.

 

수원에서 에두가 제일 잘했다면 이를 상대하는 FC 서울에서는 첫 경기 선취골의 주인공 아디가 제일 잘했다. 아디는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고 난 뒤에도 한동안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릴 정도로 아쉬워했다. 그만큼 사력을 다한 경기였다. 특히, 아디는 수원의 에두가 반대쪽 측면을 완전히 무너뜨리며 날카로운 찔러주기나 위력적인 띄워주기를 보낼 때마다 놀라운 골문 앞 커버 플레이로 위기에서 벗어났다.

 

정조국의 페널티킥 동점골이 나오고 경기 상황이 더욱 흥미롭게 전개될 때 에두와 아디는 또 한 번 만났다. 바로 거기서 이 경기의 승부를 결정하는 문제의 장면이 벌어졌다. 35분, 오른쪽 측면에서 공을 잡은 에두는 아디를 앞에 두고 스포츠카가 순간 가속을 위해 변속 기어를 넣듯 빠르게 벌칙구역 안으로 파고들었다.

 

수비수 입장에서 작정하고 달려드는 그 속도와 유연성을 막아낸다고 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리고 커버플레이에 나선 방문팀 주장 김치곤은 어설픈 태클로 에두를 넘어뜨렸다. 펠릭스 주심은 주저없이 휘슬을 불어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에두의 원맨쇼는 그렇게 우승팀을 말해주고 있었다.

 

두번째 별, 거미손 '이운재'

 

 GK 이운재

GK 이운재 ⓒ 수원 블루윙즈

후반전도 절반을 넘어서며 경기장에는 터질 듯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을 때 지난 수요일 밤 열린 첫 번째 경기에서 이마로 선취골을 터뜨렸던 방문팀의 왼쪽 수비수 아디가 과감하게 공격에 나섰다.

 

73분, 수원 벌칙구역 반원 가까이에서 아디가 낮게 때린 슛은 문지기로서 대응하는 타이밍을 잡기가 까다로웠다. 하지만 이운재는 자신의 별명이 왜 거미손인가를 증명하듯 오른쪽으로 몸을 내던지며 걷어냈다.

 

느렸지만 굴러서 기둥을 벗어나는 공을 바라보며 이운재는 모처럼 활짝 웃었다. 대전 시티즌 문지기 최은성의 미소에 비할 것은 못 되지만 정말 오래간만에 보는 자연스러운 미소였다.

 

사실, 전반 24분에 이운재는 방문팀 미드필더 이청용을 넘어뜨리며 페널티킥을 내주는 바람에 분위기가 가라앉았지만 후반전 이청용의 결정적인 오른발 대각선 슛 선방에 이어 아디의 절묘한 슛까지 막아내면서 동료들에게 안정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준 맏형 이상의 존재였다.

 

세번째 별, 통곡의 벽 '마토'

 

 DF 마토

DF 마토 ⓒ 수원 블루윙즈

지난 3일 방문 경기에서 수원의 간판 수비수 마토는 날카로운 찔러주기, 띄워주기를 시도하는 등 과감한 공격 가담으로 상대팀 선수들은 물론, 귀네슈 감독까지 당황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비교적 안정된 본연의 임무에 충실했다.

 

미드필더의 기술적 우위로 따졌을 때, '김치우, 김한윤, 기성용, 이청용'으로 짜여진 방문팀 미드필더진은 수원의 그것에 비해 앞서 있었다. 싸움닭을 떠올리게 만드는 수비형 미드필더 김한윤까지 챔피언결정전 1, 2차전 모두 수준 높은 찔러주기가 돋보일 정도였기 때문에 이 부분은 재론할 여지가 없었다.

 

24분, 김한윤의 부드러운 넘겨차기가 수원의 수비벽을 무너뜨릴 때, 수원 수비수 이정수는 따라오지 못했고 결국 문지기 이운재의 반칙으로 페널티킥 동점골이 나왔다. 이 때부터 정신을 바짝 차렸는지 마토의 벽은 더욱 높아졌다. 늘 그렇듯이 '통곡의 벽' 그 자체였다.

 

이청용과 김치우, 기성용 등 공격 방향 전환 능력이 출중한 미드필더들 앞에서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그리고 300경기 출장의 대기록을 이룬 상대 골잡이 김은중까지 68분부터 뛰기 시작했지만 크로아티아의 흰 독수리 '마토'는 끝까지 위험 지역을 잘 지켜냈다.

 

네번째 별, 과감한 승부사 '차범근' 감독

 

 차범근 감독

차범근 감독 ⓒ 수원 블루윙즈

사람이 마음을 달리 먹는다는 것은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축구는 '변화와 변칙의 미학'이라 일컬을 수 있는 종목이기 때문에 선수는 물론 코칭 스태프의 '생각의 변화'는 필수적이라 하겠다.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과정에서 무너지고 어둠의 터널을 걷던 차범근 감독은 장고 끝에 팀을 훌륭하게 재건했고, 올 시즌 중반까지 무서운 연승 가도를 달리면서 기나긴 고민의 흔적들을 경기장에서 시원스럽게 털어놓기 시작했다.

 

차범근 감독의 달라진 의식은 올 시즌 수원의 승리 기록에서 충분히 증명되고 있다. 수원 블루윙즈는 올 시즌 정규리그와 컵 대회에서 모두 24번의 선취골을 올렸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이 스물 네 경기를 모두 승리로 장식한 것. 챔피언결정전 두 번째 경기까지 포함하면 '25번의 선취골=승리'라는 믿기 어려운 공식을 만들어낸 것이다.

 

골 득실차로 정규리그 순위가 갈라진 FC 서울과의 챔피언결정전에서 차범근 감독의 지략은 더욱 빛났다. 지난 3일 부담스러운 방문 경기로 열린 첫 맞대결에서 차 감독은 처음에 '3-4-3' 시스템을 내세웠다가 허리 싸움에서 밀리자 '4-4-2'로 바꿔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더 중요한 것은 전체적인 시스템의 변화만이 아니라 부분 전술면에서 상대 선수와 공-수 전개 상황에 어울리는 주문을 시시각각으로 넣었다는 사실이다.

 

이 마지막 경기에서 2-1로 앞서고 있는 상태로 후반전이 시작되었고 당연히 방문팀의 공격은 거세게 이어졌다. 여기서 움츠리기만 하는 전술을 택했다면 분명히 동점골을 내주고 말았을 것이지만 차 감독의 선택은 매우 냉정했고 또 유효했다.

 

61분에 배기종 대신 신영록을 들여보내며 분위기 전환은 물론, 상대 수비수들을 더욱 긴장하게 만들었다. 가뜩이나 공격 가담에 욕심이 많은 FC 서울의 가운데 수비수들(김진규, 김치곤)은 신영록과 에두를 따라다니느라 헛심을 쓰기에 바빴다.

 

또한, 역습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자 홍순학 대신 백지훈(77분)을 들여보내 허리 쪽에서 공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아울러 김대의를 빼고 남궁웅을 들여보내며 '이정수-마토-곽희주-송종국'으로의 수비라인 재정비를 지시했다. 그리고 새로 들어온 남궁웅 쪽으로 역습을 자주 시도했다. 공격 가담에 마음만 바빠진 상대의 측면을 노리는 훌륭한 포석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감독의 시의적절한 임기응변이 4년만의 우승이라는 감격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이다. 2008년 12월의 첫 번째 일요일 밤, 수원의 푸른 밤하늘은 네 개의 별이 더욱 빛나고 있으리라.

덧붙이는 글 | ※ 2008 K-리그 챔피언결정전 두번째 경기 결과, 7일 수원 빅 버드

★ 수원 블루윙즈 2-1 FC 서울 [득점 : 에두(12분), 송종국(36분) / 정조국(25분,PK)](관중:41,044명)
- 첫 경기(1-1) 합산 성적 3-2로 수원 우승!

◎ 수원 선수들
FW : 에두, 배기종(61분↔신영록)
MF : 홍순학(77분↔백지훈), 송종국, 조원희, 서동현
DF : 김대의(82분↔남궁웅), 마토, 곽희주, 이정수
GK : 이운재

◎ FC 서울 선수들
FW : 데얀, 정조국(68분↔김은중)
MF : 김치우(82분↔한태유), 김한윤(77분↔이상협), 기성용, 이청용
DF : 아디, 김치곤, 김진규, 최원권
GK : 김호준

2008.12.07 18:30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 2008 K-리그 챔피언결정전 두번째 경기 결과, 7일 수원 빅 버드

★ 수원 블루윙즈 2-1 FC 서울 [득점 : 에두(12분), 송종국(36분) / 정조국(25분,PK)](관중:41,044명)
- 첫 경기(1-1) 합산 성적 3-2로 수원 우승!

◎ 수원 선수들
FW : 에두, 배기종(61분↔신영록)
MF : 홍순학(77분↔백지훈), 송종국, 조원희, 서동현
DF : 김대의(82분↔남궁웅), 마토, 곽희주, 이정수
GK : 이운재

◎ FC 서울 선수들
FW : 데얀, 정조국(68분↔김은중)
MF : 김치우(82분↔한태유), 김한윤(77분↔이상협), 기성용, 이청용
DF : 아디, 김치곤, 김진규, 최원권
GK : 김호준
에두 수원 블루윙즈 K-리그 챔피언결정전 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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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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