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야구는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고, 500만 관중 시대를 활짝 열며 다시 한 번 중흥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 같은 야구 붐이 일면서 사회인 야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대학 아마추어 야구 리그에 선수로 뛰고 있는 나는 이런 야구에 대한 열기가 여간 반갑지 않다. 흔히 '대학 아마 야구'라는 말을 하면 대학교 야구 선수의 경기를 지칭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각 대학교 야구 중앙 동아리를 주축으로 한 야구 리그도 같은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대학 아마 야구'를 아시나요?

대학 아마 야구 리그 로고 'Amature university baseball league'의 약자다

▲ 대학 아마 야구 리그 로고 'Amature university baseball league'의 약자다 ⓒ 대학아마야구연합회

수도권의 34개 대학교가 연합하여 5개조로 나뉘어 리그가 열리고 있는 대학 아마 야구는, 1981년에 시작되어 지금까지 이어질 만큼 긴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2001년까지는 추계와 춘계리그로 진행되었으나 2002년부터는 단일리그로 바뀌어서 진행되고 있다.

소속 학교가 순차적으로 연합회를 맡아서 리그를 주최하고 있는데, 경기 방식은 다른 사회인 야구와 비슷하게 7회 게임과 2시간 30분의 시간제한을 두고 한다. 매년 초에 추첨을 통하여 조를 뽑고, 각 학교에서 운동장 혹은 야구장을 확보하여 연합회 게시판에 올리면 연합회 학교 측에서 경기를 배정하는 방식이다.

경기는 대부분 두 경기씩 배정돼 앞뒤의 학교 측의 선수들이 심판을 보는 방법으로 리그가 운영된다. 전문적인 심판이 아니기 때문에 상황에 따른 대처 능력은 미흡하지만 모든 팀의 사전 합의를 통하여 큰 어려움 없이 경기를 진행한다.

봄 학기가 개강할 때쯤이면 동아리는 신입생을 받으려 분주하다. 축구 농구 등에 비하여 장비를 갖추는데 많은 비용이 들고 적은 인원으로 하기 힘든 스포츠이다 보니깐, 야구를 좋아하는 학생들에겐 야구동아리 가입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다.

하지만 축구·농구보다는 저변이 확대 되어있지 못 해 신입생 모집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정식 야구공으로 연습과 시합을 하다보니까 부상의 위험도 따라서 야구에 대한 기본 실력이 있지 않다면 따라가기 어려운 부분도 많다.

'여자 야구 선수', 북에서 왔습메다

한신대 운동장 대학 아마야구 리그 경기를 하는 모습이다. 이 학교의 운동장은 운동장 주변으로 학생이나 주민을 위한 러닝 트랙이 있는데 자칫 방심하면 파울볼에 맞아서 큰 부상이 일어날 수 있다.

▲ 한신대 운동장 대학 아마야구 리그 경기를 하는 모습이다. 이 학교의 운동장은 운동장 주변으로 학생이나 주민을 위한 러닝 트랙이 있는데 자칫 방심하면 파울볼에 맞아서 큰 부상이 일어날 수 있다. ⓒ 신호철


올해는 특히 특이한 신입생들이 우리 야구부에 많이 들어왔다.

먼저 프랑스인 유학생의 입단이다. 필자와 같은 학교에 대학원 과정을 맡고 있는 그는 프랑스에서도 야구를 좋아하였는데, 한국에 와서도 야구를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친구에게 부탁하여 우리 동아리를 찾아왔다.

의사소통에서 다소 어려움은 있지만 운동하는데 말 보다 행동으로 보이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큰 어려움 없이 지내고 있다. 유학생활 중이기 때문에 동아리 생활에만 매달릴 수 없어 많이 함께 하지는 못하고 있다. 그래도 가끔씩 나와서 같이 연습할 때마다 야구만으로 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낀다.

두 번째로 특이했던 에피소드는 여성 부원의 가입이다. 여자 부원이라고 하면 시합 때 기록이나 응원을 하며 매니저 역할을 하는 것을 생각 할 것 인데, 여자 '선수'로 동아리에 가입한 것이다.

더욱 특이한 점은 그녀가 북한에서 왔다는 것이다. 더 특이한 점은 그녀가 북한에서 선수생활을 했다는 점. 리그의 유일한 여성 선수로 한 학기동안 동거동락하였지만, 2학기가 시작할 무렵에 학교를 자퇴했다. 지금은 실업 리그에서 다시 선수생활을 시작하며 다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연예인 야구 한다고 학교에서 학생을 내쫒다니...

인하대 야구장 야구장이 있는 학교에서도 학교 야구장보다는 일반 운동장에서 치르는 경기가 더 많다.

▲ 인하대 야구장 야구장이 있는 학교에서도 학교 야구장보다는 일반 운동장에서 치르는 경기가 더 많다. ⓒ 신호철


학생들의 리그인 만큼 운동을 할 때 여러 어려움들이 있다. 가장 큰 것은 경기장 확보의 어려움이다. 학생들이다 보니 학교에서 언제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주말에 경기를 하려면 운동장을 확보하여야 하는데 야구장은 이미 사회인 야구팀에게 임대가 끝나있는 상황이 다반사이고, 일반 운동장은 축구 등 타 구기종목과 일정이 겹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 학교는 야구장이 있음에도 주말에는 사회인 야구팀이나 학교 교직원 팀의 야구장 사용으로 인해 거의 써볼 기회가 없다. 실력 향상을 목표로 열심히 연습하는 학교 야구부의 사용에는 당연히 불만이 없지만, 연예인 야구 리그나 사회인 야구 리그의 시합으로 인해 우리들은 옆의 운동장에서 야구를 할 때에는 억울한 생각도 든다.

우리가 시합을 위해 먼저 경기장을 빌려 놓은 상태이더라도 다른 학생들이 옆에서 축구나 농구 등 간단히 운동하는 것에 대해 뭐라고 할 권리가 없기 때문에 여럿이서 한 운동장을 사용하게 되고, 이에 따라서 다칠 위험도 있어서 불편한 점이 있다. 또한 그물망 같은 시설이 잘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칠 수 있기 때문에 이 또한 위험하다.

운동하는 환경은 열악할 수도 있지만 열정은 프로 못지않다. 일주일에 최소 주 1회 이상 전체 훈련을 통하여 각자의 실력을 다져나가며, 학교에 따라서 방학 때 단체로 야구레슨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미국이나 일본 등 야구 선진국에 비하면 한국의 일반인에 대한 야구기반 시설은 미흡한 점이 많다. 하지만 가까운 학교에 가서 대학생들에 야구하는 모습을 지켜보면 우리의 열정적인 모습은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대학아마야구 홈페이지 http://home.freechal.com/amayagu
대학아마야구 AU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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