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도 원칙도 없는 한국 랭킹

한국복싱은 현재 13개 체급중 라이트급을 제외한 나머지12체급이 10위권 랭킹조차 채우지 못한 상태다. 4체급(라이트플라이, 수퍼플라이,수퍼페더,수퍼웰터)은 챔피언도 없는 상태이다. 그 중 몇 체급을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 플라이급 (50.800Kg 이하) 챔피언 : 박종남
   1.정진기  2.이병주 3.공석  4.정정수  5.임병관  6.공석 7.공석  8.공석 9.공석 10.공석
- 슈퍼플라이급 (52.160Kg 이하) 챔피언 : 공석
   1.공석  2.김정완 3.조용기  4.공석 5.공석 6.김연준 7.류성현 8.공석 9.공석 10.공석
- 수퍼웰터급 (69.850Kg 이하) 챔피언 : 공석
   1.윤인영  2.공석 3.공석 4.정형원  5.신동호  6.서동효 7.공석 8.공석  9.공석  10.공석

게다가 순위선정에 대한 기준도 투명하지 않다. 군 복무중이어서 시합이 불가한 선수가 랭킹에 있는 건 선수가 부족해서 어쩔 수 없었다 치자. 하지만, 군복무를 하느라 최근 3년간 단 한 게임도 치르지 않은 선수, 데뷔 후 단 한번도 이겨보지 못한 선수도 10위권 내 선수로 랭크 되었다. 불투명하고 주먹구구식인 행정이야말로 한국복싱의 몰락을 자초한 요인이었다고 본다.

시골장터를 도는 유랑극단

화성,부안,진안,마산,진도,하남,울산,합덕,대구.. 올 7월 이후 경기가 개최된 장소들이다. 단순히 지방에서 경기가 열린다고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난방시설도 없어서 실내기온이 영하인 고등학교 체육관에서, 변변한 선수 대기실도 없어서 복도나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는 여건은 그대로인 채, 백발이 성성한 원로들이 링 사이드에 장막을 치듯 앉은 광경을 보자면 타임머신을 타고 7,80년대로 되돌아간듯한 느낌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라도 재미있으면 이해를 한다. 절반 이상은 메인경기가 여자경기였고 모두 세계 타이틀전이었다. 여자 경기는 한국 타이틀전보다 세계 타이틀전이 더 흔하고, 실제로 한국 챔피언보다 세계 챔피언이 더 많다. 하지만, 여자 프로복싱이 있는 나라는 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니 그 수준은 남자 경기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주최하는 이들은 서울에 비해 스포츠 이벤트에 갈급한 지방을 돌면서 스폰서를 끌어들이기에는 세계타이틀이라는 명분이 더 쉬우니 그럴 수 밖에 없다고 말할 것이다.

 스폰서들이 선수보다 더 위에 소개되고 있다

스폰서들이 선수보다 더 위에 소개되고 있다 ⓒ 이충섭


남자경기는 또 어떤가? 메인 시합으로 갈수록 재미가 없어진다. 특히 태국, 필리핀 등 동남아 선수들이 대부분인 외국선수와의 국제시합이 그렇다. 그저 스폰서 유치의 명분을 위한 기량 미달의 국제 선수라면 아무리 이겨본들 관중들에게는 그저 식상하고 박진감도 없는 한국 복싱에 대한 실망감만 확인시켜줄 뿐이다. 그러니 세계 타이틀전이니 전초전이니 해도 무료 입장이 아니겠는가? 

반면, 아마추어 복싱동호인들의 시합은 올해만 3번이나 장충체육관에서 개최되었다. 마라톤 대회처럼 본인들이 직접 5만원씩 돈을 내고 출전 하는 인원과 응원하는 체육관 동료, 가족들이 공짜로 입장하는 세계타이틀매치보다 그 수가 열 배는 더 많았다.

어설픈 이벤트 대신 기초를 다져야 한다

한국권투위원회는 최근 새로운 이벤트를 홍보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코리안 콘텐더’라는 것으로 13개 전 체급이 아닌 페더급, 라이트급, 웰터급, 미들급 4개 체급으로만 16강전으로 챔피언을 정하는 방식이고 우승 상금도 무려 500만원이나 된다고 아래와 같이 홍보를 하고 있다.

①1차, 2차 각 체급 16강전(4R) : 40만원, KO승 상금 20만원
②1차, 2차 각 체급 8강전(6R) : 60만원, KO승 상금 30만원
③1차, 2차 각 체급 준결승전(8R) : 100만원, KO승 상금 50만원
④1차, 2차 각 체급 결승전(10R) : 우승자 500만원, 준우승자 100만원

주최측이나 권투위원회에서는 나름 파격적인 상금과 이벤트로 흥행에 자신을 했지만 반응은 영 신통치 않은 모양이다. 우선 선수 모집부터 잘 안되고 있다. 주니어, 수퍼체급과 합쳤으니 3개 체급에서 16명 선발도 미달이어서, 원래 예정이었던 페더급 경기가 미뤄지고 미들급 경기를 겨우 치렀다. 유망주를 선발해서 세계타이틀 도전의 기회도 부여한다더니 69년, 72년, 73년 등 은퇴한 지 10년 가까이된 선수들도 나서야 했기 때문이다. 

출전선수가 빈약한 가장 큰 원인은 초라한 상금 때문이다. 500만원 중에 선수 몫은 58%니까 290만원이고 세금까지 감안하면 더 떨어진다. 신인왕전 최우수선수상도 상금이 500만원이었다. 1회전 40만원도 신인왕전 상금과 같다. 달라진 것이라곤 신인왕전은 현금이 20만원이고 10만원짜리 신인왕전 입장권 2장이었던 것이 현금으로 나간다는 점이니 그나마 좀 나아졌다고 봐야 할까?

원래 ‘코리안 콘텐더’ 프로그램은 미국에서 실버스타 스텔론, 슈거 레이 레너드가 진행하는 유망주 발굴 프로그램으로 우승 상금이 15억(1백만불)이었다. 4경기 이겨야 총 상금 7백만 원(실수령액 3백여 만원) 벌 수 있는 걸 홍보하는 자체가 한국 복싱의 현 주소다.

게다가 또 한가지 우스운 것은 ‘코리안 콘텐더’를 주최한 JIB프로모션의 대표가 이 대회 메인 스폰서인 KBS스포츠에 소속되어 있는 해설위원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자신이 주최한 대회를 자화자찬식으로 해설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래저래 신뢰도가 떨어지지 않을 수 없다.

신인왕전이 더 시급하고 중요하다

바쁠수록 돌아가라고 했다. 3체급 통합 16강전도 선수가 부족한 한국복싱에 시급한 과제는 선수저변을 확대하는 것이어야 한다. 신인왕전은 2006년 이후 열리지 않고 있다. 게다가 한때는 34살까지도 나갈 수 있었던 것을 2006년부터는 유망주 발굴이라는 명분으로 나이 제한도 26세 미만으로 낮춰놓은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신인왕전과 비슷한 상금규모로 이름만 바꿔서 ‘코리안 콘텐더’가 시행되는 탓에 올해도 신인왕전 개최는 물 건너간 셈이다. 나이 제한을 낮춘 것도 예선전 참가선수 출전비를 줄이기 위해서라는 비난이 있었는데, 신인왕전과 비슷한 상금으로 3체급 통합해서 16명만으로 이벤트를 개최하는 것으로 신인왕전을 대신한다면 오히려 한국복싱을 몇 년 더 후퇴시키는 것이라고 본다.

신인왕전은 나이를 제한하면서 세계챔피언 만들기 프로젝트라는‘코리안콘텐더’엔 은퇴했던 73~69년생 선수들이 출전하는 ‘시니어 복싱대회’가 되고 있으니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거창한 이벤트을 벌이는 노력은 가상하다. 하지만, 기본을 생략한 것이어서는 아무 의미가 없다.

한국복싱 한국권투위원회 신인왕전 코리안콘텐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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