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터 그들의 공연은 이미 유투브에서 화제를 일으켰지요. 그들의 삶을 영화로 담았네요

▲ 포스터 그들의 공연은 이미 유투브에서 화제를 일으켰지요. 그들의 삶을 영화로 담았네요 ⓒ (주)영화사 진진

오바마는 ‘Yes We Can’을 외치며 미국 대선에서 이겼지요. 그러나 오바마보다 먼저 ‘Yes We Can Can’을 노래하며 사람들에게 희망을 준 이들이 있지요.

 

평균나이 81세로 세계 최고령 노래패라 할 수 있는 영앳하트(YOUNG@HEART), ‘마음은 청춘’이라고 여기며 신체 나이와는 달리 ‘푸르게’ 살아가는 사람들이지요.

 

많은 경우, 노인하면 떠오르는 인상이 편찮으시고 쇠약한 사람이지요. 그렇기에 대중교통에서 그들에게 자리를 양보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런 노인의 인상 때문인지 사람들은 노후걱정에 불안해하며 젊은 날을 보내기 쉽지요. 노후안정을 위해 보험에 들라는 광고가 솔깃해진다면 11월 27일 개봉한 <로큰롤 인생>을 보시길 바랄게요.

 

81세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흥겨운 로큰롤

 

주인공들은 73세부터 93세까지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에요. 한국 같으면 은퇴해서 편안한 노후를 보내거나 사회에서 챙겨주지 않아 힘들게 살아갈 나이지요. 그러나 그들은 쉬기보다는 클래쉬, 지미 헨드릭스, 롤링스톤즈, 라디오헤드를 부르며 사람들을 달아오르게 하지요. 다큐멘터리 감독 스티븐 윌커는 영앳하트 소식을 듣고 영국에서 미국으로 건너가 공연 준비와 공연 장면을 담습니다.

 

원년 노래꾼들은 전부 세상을 떠난 2006년, 그들은 콘서트 ‘Alive and Well(건재하다)’을 준비하지요. 공연 7주 전에 모여 새롭게 선보일 6곡을 준비하지요. 흥겹고 신나는 <제임스 브라운>의 “I Got you(I Feel Good)”, 가사를 부르는 자신들도 고개를 내저었던 <소닉 유스>의 ‘정신분열증’, <앨런 투세인트>의 ‘Yes We Can Can’ 등이지요. 그들이 준비하는 과정은 몹시 재미있고 감동을 주네요.

 

경쾌하면서 신명나게 ‘I Feel Good'을 외쳐야 하는데 스탠 할아버지는 가사를 자주 까먹어 I(아~~)가 ‘으악’이 되기 일쑤지요. 단장 입에서 ‘포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란 말이 나오게 할 정도지요. 같이 부르는 도라 할머니는 엇박자를 내며 “아 신난다!(I Feel Good)‘을 목 높여 외치지요. 속 터지는 단장의 모습이 어우러지며 관중은 정말 신나게 되지요.

 

저렇게 노래를 부르며 늙을 수 있을까

 

그렇다고 영화는 노인들의 모습을 우습게 그리는 것이 아니에요. 노인들의 솔직한 모습을 담은 것뿐이지요. 사람들은 누구나 늙기에 그들을 보며 자신이 늙었을 때를 생각하게 되죠. 주인공들의 활력을 보면서 ‘저렇게 신나게 노래를 부르며 늙을 수 있을까’란 불안한 마음이 스멀스멀 기어드네요. 리모컨을 잡고 졸고 있는 할머니가 떠오르면서 한국에서 노인으로 산다는 것을 돌아보게 됩니다.

 

그들은 죽음과 조금 더 가까운 나이기에 동료들이 세상을 떠나는 것을 자주 접하지요. 공연포스터의 주인공이었던 조 할아버지도 갑작스레 죽게 되지요. 친절하고 다정한 그는 익살스러운 표정을 자주 지었던 포근한 사람이었지요. 재소자 공연에 앞서, 그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지요. 슬픔으로 공연도 못할 것 같지만 의외로 그들은 담담하네요. ‘조도 공연하길 바랄 겁니다’라며 아픔을 삭이고 무대에 서지요.

 

"생애 최고 콘서트였습니다." 처음에는 심드렁했던 재소자들이 그들의 노래를 듣고 열광하지요. 공연이 끝난 뒤 영앳하트를 껴안으며 칭찬을 하네요

▲ "생애 최고 콘서트였습니다." 처음에는 심드렁했던 재소자들이 그들의 노래를 듣고 열광하지요. 공연이 끝난 뒤 영앳하트를 껴안으며 칭찬을 하네요 ⓒ (주)영화사 진진

감옥 콘서트 감옥에서 변치 않은 젊음을 노래하네요. 수감자들이 흔히 죄수복을 안 입고 일반옷을 입고 있어서 새롭더군요.

▲ 감옥 콘서트 감옥에서 변치 않은 젊음을 노래하네요. 수감자들이 흔히 죄수복을 안 입고 일반옷을 입고 있어서 새롭더군요. ⓒ (주)영화사 진진

심드렁한 재소자들 앞에선 그들은 조를 가슴에 품고 노래를 부르지요. 특별한 날이기에 그들의 노래에는 더 혼이 담겨 있지요. <밥 딜런>의 ‘Forever Young(변치 않는 젊음)’을 마지막으로 부르는데, 무척 짠하여 듣는 사람이 뭉클할 수밖에 없지요. “항상 두 손과 두 팔로 땀 흘려 살아가길, 그리고 언제나 즐거운 마음이길”이라고 노래하는 그들의 눈빛에 관중도 재소자도 일어나서 박수를 치게 되지요.

 

얼마 안 있어, 가슴 아린 소식이 들려오지요. 힘겨운 투병생활을 하면서도 노래 열정을 꺾지 않고 <콜드 플레이>의 ‘Fix You’를 부르기로 한 밥 할아버지도 세상을 떠나지요. 함께 부르기는 것을 연습하던 프레드 할아버지는 먹먹한 마음을 부여잡으며 홀로 마지막 공연을 준비하지요. 자신도 몸이 아파 더 이상 무대에 서는 일이 힘들어졌기 때문이죠.

 

절로 박수가 나오는 감동의 공연

 

이렇게 우여곡절을 겪으며 영앳하트 공연이 준비되었습니다. 사람들을 애먹게 하는 준비과정을 지켜본 관객들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공연을 기다리게 되지요. 엄청난 인기를 반영하듯 일찌감치 표는 완전 매진되었고 가득 들어찬 관객들 앞으로 영앳하트가 나타납니다.

 

정신분열증을 훌륭하게 부르며 출발을 멋지게 하지요. 걱정되는 스탠 할아버지와 도라 할머니의 ‘I Feel Good’은 멋들어진 화음으로 무대를 들었다 놓지요. 관객들도 절로 일어나 어깨를 들썩이며 흥겨운 잔치가 벌어지지요. 스탠 할아버지가 “I~~~Feel nice(아~~ 기분 좋아)를 부르는데 그동안 고생이 떠오르며 마음이 짠하면서도 행복한 느낌이 들더군요.

 

최고 듀엣 엇박자내는 도라 할머니와 가사 까먹기 달인 스탠 할아버지가 빚어내는 아름다운 무대, 그 감동은 영화를 본 사람만 느낄 수 있답니다.

▲ 최고 듀엣 엇박자내는 도라 할머니와 가사 까먹기 달인 스탠 할아버지가 빚어내는 아름다운 무대, 그 감동은 영화를 본 사람만 느낄 수 있답니다. ⓒ (주)영화사 진진

불편한 몸을 이끌고 프레드가 의자에 앉습니다. 같이 부르기로 되었지만 이제 세상에 없는 밥을 추억하며 ‘Fix You’를 부릅니다. “정말 피곤하지만 잠들지 못할 때, 반복되는 일에 틀어박혀 눈물이 너의 얼굴을 흘러내릴 때, 네가 채울 수 없는 무언가를 잃어 버렸을 때, 내가 너를 보듬어줄게.” 공연을 지켜보는 사람들은 눈물을 닦아내고 마음이 얼얼해지네요.

 

"내가 너를 보듬어줄개." 아픈 몸으로 마지막 공연을 하는 프레드 할아버지, 같이 부르기로 한 밥 할아버지는 지병으로 공연 전에 세상을 떠나셨지요. 프레드 할아버지의 묵직한 목소리에는 친구를 잃은 아픔이 담겨 있기에 사람들 가슴을 울리네요.

▲ "내가 너를 보듬어줄개." 아픈 몸으로 마지막 공연을 하는 프레드 할아버지, 같이 부르기로 한 밥 할아버지는 지병으로 공연 전에 세상을 떠나셨지요. 프레드 할아버지의 묵직한 목소리에는 친구를 잃은 아픔이 담겨 있기에 사람들 가슴을 울리네요. ⓒ (주)영화사 진진

 

마지막으로 그들은 'CAN'이란 말이 71번이나 나오는 아주 빠른 노래 ‘Yes We Can Can’을 부릅니다. 연습할 때는 그렇게 틀리고 외우지 못했던 그들이었지만 무대에서는 훌륭하게 노래를 부르지요. 관객들이 열광하며 기립박수를 칠 수밖에 없는 노래를 선보이며 노인에 대한 편견을 깨뜨리네요.

 

한국에서 노인으로 사는 일과 동안신드롬

 

모든지 성하다가 쇠하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지요. 사람도 마찬가지여서 늙게 되면 힘이 빠지고 기운이 쇠하게 되지요. 하지만 몸이 약해졌다고 아예 쉬는 것과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지요. 사람은 일을 할 때 삶이 이루어지죠. 몸과 마음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에 몸이 아무런 일을 하지 않을 때 마음은 급격하게 늙게 되지요. 영앳하트 노인들의 마음이 젊은 이유는 ‘의미 있는 일’을 애정을 갖고 하기 때문이지요.

 

노인도 자신에 알맞은 활동을 할 수 있게끔 도와주고 문화 복지를 누릴 수 있도록 제도 지원이 되어야 하지요. 영앳하트를 보니 한국 노인들의 모습이 겹쳐지면서 ‘저들은 노후보험은 다 들었을까’ 걱정이 생겨나네요. 그만큼 한국 사회의 노인대책과 문화여건이 덜 되었다는 것을 말하겠지요. 탑골 공원에 앉아서 쓸쓸하게 하늘을 바라보고 계신 할아버지 모습이 떠오르네요.

 

문화 복지는커녕 노후대책 준비도 버거운 한국에서 영앳하트는 그저 환상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지요. 외롭게, 어렵게 여생을 보내고 있는 노인들을 보면서 ‘알아서’ 몇 억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지요. 노인의 삶을 신경 쓰지 않는 사회에서 젊은이들의 삶은 노후걱정에 흔들리며 갉아 먹히기 쉽지요. 생존도 어려운 사회에서 놀 거리를 즐기는 노후는 꿈같은 이야기죠.

 

이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늙음을 두려워 할 수밖에 없지요. 늙는 건 자연스러운 이치인데 받아들이지 못하지요. 늙음은 ‘죄악’이며 피해야 하는 ‘괴물’이 되었기에 사람들은 ‘동안신드롬’에 빠져서 ‘어려’ 보이려고 애를 쓰고 있지요. 동안만 되면 좋은데, 정신세계도 어린이가 되려고 생떼를 쓰는 ‘어른아이’들이 눈에 띕니다. 21세기에서 1970년대로 퇴행하는 사회병리현상을 보면서 제대로 나이를 먹는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고민해봅니다.

 

저들처럼 흥겹게 늙을 수 있을까 신나는 공연준비를 하고 생활에서도 활력있게 살아가는 영앳하트를 보면서 '저렇게 늙을 수 있을까.' 돌아 보게 됩니다.

▲ 저들처럼 흥겹게 늙을 수 있을까 신나는 공연준비를 하고 생활에서도 활력있게 살아가는 영앳하트를 보면서 '저렇게 늙을 수 있을까.' 돌아 보게 됩니다. ⓒ (주)영화사 진진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8.12.01 13:38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영앳하트 로큰롤 인생 음악영화 최고령밴드 동안신드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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