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의 후안데 라모스 감독

토트넘의 후안데 라모스 감독 ⓒ 토트넘 홋스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가 최대의 위기에 빠졌다.

 

최근 독일 분데스리가로 옮긴 이영표가 몸담았던 토트넘은 올 시즌 최악의 슬럼프에 빠져있다. 지난 8월 개막 이후 8경기 동안 단 1승도 거두지 못하며 20개 구단들 중 최하위로 떨어져 있다.

 

토트넘의 성적표는 '이보다 더 나쁠 수 없을 정도로' 초라하다. 2무 6패로 승점은 단 2점에 불과하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특단의 조치를 내놓지 않는 한 2부 리그로 강등될 것이라는 예상들이 돌고 있다.

 

한국시간으로 18일 열린 스토크 시티와의 원정경기는 참혹할 정도였다. 스토크 시티는 평소 토트넘이 거들떠보지도 않을 정도로 실력 차이가 큰 약체였지만 이날 경기에서 토트넘은 선수 2명이 퇴장당하며 1-2로 패했다.

 

토트넘의 후안데 라모스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단 1승만 거둔다면 분위기가 반전될 것"이라며 호소했지만 '그나마' 만만한 상대였던 스토크 시티한테도 패하면서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경기가 끝난 뒤 토트넘 수비수 조나단 우드게이트는 "성적이 나쁘지만 나를 비롯한 모든 선수들은 라모스 감독을 믿고 있다"며 옹호했지만 사태는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나빠졌다. 가장 든든한 '아군'이어야할 서포터들이 데모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데모 준비하고 있는 서포터들

 

한국시간으로 19일 <타임스>, <데일리 메일> 등 영국언론들은 '토트넘의 격노한(furious) 서포터들이 오는 일요일 홈구장에서 열릴 볼턴 원더러스와의 경기에서 대규모 데모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토트넘 서포터 간부들은 이미 데모를 위해 배부할 25,000장의 전단지를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계획한 데모는 경기 시작 전 모든 관중들이 전단지를 들고 야유하는 것이다.

 

영국언론들은 전단지가 라모스 감독보다는 다니엘 레비 토트넘 회장을 비난하는 내용을 더 많이 담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의 부진이 라모스 감독의 잘못도 있지만 그를 고용한 레비 회장의 책임이 더 크다는 것이 토트넘 서포터들의 주장이다.

 

 서포터들로부터 사임 압력을 받고 있는 토트넘 홋스퍼의 다니엘 레비 회장

서포터들로부터 사임 압력을 받고 있는 토트넘 홋스퍼의 다니엘 레비 회장 ⓒ 토트넘 홋스퍼

 

케임브리지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스포츠마케팅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레비는 지난 2005년 토트넘 회장으로 취임했다. 레비 회장은 취임 후 토트넘을 상위권 팀으로 끌어올리며 호평을 받았지만 지난 시즌 라모스 감독을 데려오면서부터 문제가 시작됐다.

 

지난해 10월 스페인 세비야의 사령탑 라모스 감독을 거액의 연봉을 주고 영입한 레비 회장은 막강한 권한을 부여하며 그를 신임했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라모스 감독은 토트넘에 온 뒤 이영표를 비롯해 로비 킨, 디미타르 베르바토프 등 기존선수들을 내보내고 로만 파블류첸코, 데이비드 벤틀리, 아우렐요 고메스 등을 새롭게 영입하면서 '구조조정'을 단행했지만 아직까지 실적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레비 회장은 "아직 초반에 불과하다"며 라모스 감독을 계속 유임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부진한 성적에 실망한 토트넘 서포터들의 화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홈경기가 열리는 날 서포터들의 대대적인 항의를 받게 될 토트넘의 레비 회장이 과연 어떠한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2008.10.21 10:19 ⓒ 2008 OhmyNews
토트넘 홋스퍼 프리미어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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