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야구팬들이 8일 저녁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08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1차전 삼성과의 경기에서 열띤 응원을 하고 있다.

롯데 야구팬들이 8일 저녁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08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1차전 삼성과의 경기에서 열띤 응원을 하고 있다. ⓒ 유성호


 롯데 야구팬들이 8일 저녁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08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1차전 삼성과의 경기에서 열띤 응원을 하고 있다.

롯데 야구팬들이 8일 저녁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08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1차전 삼성과의 경기에서 열띤 응원을 하고 있다. ⓒ 유성호


 롯데 야구팬들이 8일 저녁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08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1차전 삼성과의 경기에서 열띤 응원을 하고 있다.

롯데 야구팬들이 8일 저녁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08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1차전 삼성과의 경기에서 열띤 응원을 하고 있다. ⓒ 유성호


8일 오후 5시 40분,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취재를 위해 부산 종합운동장 지하철역에 내렸을 땐 예상 외로 주위가 한산했다. 경기장에 들어갈 사람은 이미 다 들어간 상태였기 때문이다. 늦었던 탓에 나도 서둘러야 했다.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을 땐, 미처 표를 구하지 못한 롯데 열성 팬 아저씨 한분이 신문지를 건네며 "경기장 안에 들어갈 참이면 챙겨라"며 '선의'를 베푸시기도 했다. 그는 이어 "인터넷을 하지 못한 나 같은 사람은 예매도 제 때 못한다"며 "늙은이들은 그저 소주방에서 TV 보는 것이 재밌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경기장 밖에서부터 들려오는 사직구장의 함성소리에 벌써 내 가슴은 방방 뛰고 있었다. 롯데와 삼성의 준 플레이오프전이 열렸던 부산 사직구장은 축제 분위기였다. 사직구장을 여러 차례 찾았지만 이처럼 아슬아슬하게 감도는 긴장과 흥분은 느껴본 적이 없었다. 가을 잔치가 열리지 않았던 8년 동안은 말이다. 이전과는 사뭇 '다름'이 느껴졌다.

부산의 야구팬들이 그토록 원했던 가을 잔치가 드디어 펼쳐지게 되었다.

롯데 "마!" vs 삼성 "와!"... 여기까진 좋았다

 삼성 야구팬들이 8일 저녁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08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1차전 롯데와의 경기에서 열띤 응원을 하고 있다.

삼성 야구팬들이 8일 저녁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08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1차전 롯데와의 경기에서 열띤 응원을 하고 있다. ⓒ 유성호


 삼성 야구팬들이 8일 저녁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08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1차전 롯데와의 경기에서 열띤 응원을 하고 있다.

삼성 야구팬들이 8일 저녁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08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1차전 롯데와의 경기에서 열띤 응원을 하고 있다. ⓒ 유성호


 삼성 야구팬들이 8일 저녁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08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1차전 롯데와의 경기에서 열띤 응원을 하고 있다.

삼성 야구팬들이 8일 저녁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08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1차전 롯데와의 경기에서 열띤 응원을 하고 있다. ⓒ 유성호


팬들은 선수들 움직임 하나하나에 반응했다. 투수의 볼 하나하나에 들려오는 3만 관중의 엇갈린 반응은 소름끼칠 정도였다.

특히 삼성팬들의 응원이 인상적이었다. 3루측 관중석을 가득 매운 그들은 좌석에서 일어나 일심동체가 된 듯 열성적으로 소리 질렀다. 좌석에 앉는 일은 거의 없었다. 롯데의 전매특허 응원구호인 "마!('임마' '하지마' 등을 뜻함)"를 외치면 삼성팬들은 "와!(경상도 사투리로 '왜'를 뜻함)"로 응수했다.

응원도구도 다양했다. '와!'가 적힌 카드섹션에서부터 파란색 풍선과 부딪힐 때마다 '빵빵' 소리 나는 풍선박수까지, 만반의 준비가 돼 있었다.

특히 3회에는 삼성이 득점할 때마다 미리 준비한 듯 보이는 폭죽이 사방에서 터져나왔다. 폭죽에서 나오는 굉음과 연기는 롯데 팬들을 자극했다. 하지만 함께 웃으며 평화적으로 경기를 관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롯데 야구팬이 8일 저녁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08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1차전 삼성과의 경기에서 12:3으로 크게 리드하자 삼성 응원단상에 올라가 롯데를 응원하는 추태를 부리다가 경찰과 경호원들에게 저지되고 있다.

롯데 야구팬이 8일 저녁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08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1차전 삼성과의 경기에서 12:3으로 크게 리드하자 삼성 응원단상에 올라가 롯데를 응원하는 추태를 부리다가 경찰과 경호원들에게 저지되고 있다. ⓒ 유성호


취기가 완전히 오르기 전인 7회까지는 그랬다. 나는 그 때 외야에서 신문지를 깔고 경기를 관전하는 꼬마 롯데 팬들을 취재하고 있었는데 3루 쪽에서 관중들이 모두 일어서서 심각하게 한 곳을 응시하고 있는 게 보였다. 싸움이 난 게 틀림없었다. 우려했던 일이 발생한 것이다.

외야에 있던 나는 서둘러 달려갔지만, 상황이 이미 상당부분 진척된 상태였다. 얼굴이 붉어진 몇몇 롯데 팬은 삼성의 응원단석을 점거하고 "롯데! 롯데!"를 외쳤다. 단석을 점거한 한 롯데 팬은 스피커를 넘어뜨리고 삼성 팬 한명과 때 아닌 레슬링을 벌이기도 했다. 반갑지 않은 '장외 경기'였다. 말 그래도 '추태'였다.

전의경들이 '인간펜스'를 치고 사복경찰과 경비원들이 총 집결해서 이 사태를 막아보려 했지만 술 취한 팬들의 괴력을 막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삼성 응원단은 철수를 결정했다. 환하게 웃던 삼성의 치어리더는 굳은 표정을 한 채로 가장 먼저 경기장을 빠져나갔고, 응원단장 역시 대피했다. 마스코트는 파란색 모자만 남긴 채 떠나버렸다.

뒤이어 스피커와 응원도구들이 차례로 정리됐다. 삼성 원정 팬들 역시 집에 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입고 있던 삼성 유니폼을 벗어던지고 하나 둘 자리를 비우기 시작했다. 7회말의 일이었다.

"일부 팬의 추태... 선량한 롯데 팬들도 피해 본다"

 8일 저녁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08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1차전 롯데와 삼성과의 경기에서 롯데 팬들이 삼성 응원단상에 올라가 응원하는 추태를 부리는 일이 벌어지자 전의경들이 삼성 팬들을 보호하기 위해 근무를 서고 있다.

8일 저녁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08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1차전 롯데와 삼성과의 경기에서 롯데 팬들이 삼성 응원단상에 올라가 응원하는 추태를 부리는 일이 벌어지자 전의경들이 삼성 팬들을 보호하기 위해 근무를 서고 있다. ⓒ 유성호


3루 측에서 사태를 관찰하고 있던 기자에게 한 삼성 팬이 말을 걸어왔다. 대구에서 왔다는 K(50·회사원)씨는 "이건 정말 아니지 않습니까? 원정 팬들을 이렇게 막 대해도 되는 겁니까? 롯데 팬들 너무 과격하다고 생각합니다"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옆에 있던 대구에서 온 P(48·자영업) 씨도 "2회 때부터 전의경들이 있었는데도 이런 사태가 벌어졌다, 해도 해도 너무 한다, 롯데 팬이 대구에 오면 괜찮은데 삼성팬은 사직에 오면 안 되냐"며 뒤에 있던 아이들에게 "너희들도 절대로 이런 거 배우지 마라"라며 다그쳤다.

8회가 되니 3루측 관중석은 눈에 띄게 비어 있었다. 롯데 팬들은 이 사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자신을 '롯데 팬'이라고 밝힌 K(26·대학생)씨는 안타까운 마음을 표했다.

"(롯데가 응원단석 점거한 것은) 페어플레이가 아니다. 감정에 너무 치우친 행동이었다. 아무리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하지만 그래도 이번 건 너무했다."

반면 옆에 앉아있던 롯데 팬 K씨는 다른 의견이었다. 삼성 원정 응원단의 '예의'를 꼬집었다.

"일반적으로 점수 차가 5점 이상 나면 선수단에서도 도루를 삼가는 등의 '예의'를 갖춘다. 그런데 응원은 예왼 것 같다. (삼성 팬들은) 상대 응원팀의 마음 아랑 곳 하지 않고 자기 팀 응원하기만 바빴다."

다른 롯데 팬인 K(29·소방관)씨는 우려의 목소리도 전했다.

"(술 먹고 추태 부리는 것은) 반드시 고쳐야 할 응원 문화다. 신문을 보니 앞으로 야구장에서 음주 못하게 하려는 법안이 준비 중이라더라. 저런 사람들 때문에 선량한 사람들 까지 피해보고 롯데 팬들 이미지만 나빠진다. 일부 팬들의 몰지각한 행동이 나머지 팬들의 '즐길 수 있는 권리'마저 빼앗아 가는 느낌이 든다."

'서울에서 온 롯데 팬'이라고 밝힌 L(33·회사원)씨는 "처음 사직을 방문했는데 그저 놀랍다"면서 "잠실에서는 이런 일이 거의 벌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롯데 팬들의 행동은 문제가 있지만 어쨌거나 롯데 팬의 어마어마한 열정에 놀랄 따름이다"며 "롯데 팬들은 모든 게 화끈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허탈하게 웃으며 "오늘 경기도 화끈하게 졌다"고 덧붙였다.

"롯데 팬은 대구 와도 되고, 삼성 팬은 부산 가면 안되나"

 삼성 선동렬 감독이 8일 저녁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08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1차전 롯데와의 경기에서 12대 3으로 승리한 뒤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삼성 선동렬 감독이 8일 저녁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08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1차전 롯데와의 경기에서 12대 3으로 승리한 뒤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 유성호


8년 만에 가을 잔치에 초대 받은 롯데는 첫 경기에서 삼성에 3-12 로 대패했다. 응원전도 졌다. 응원의 목소리는 삼성 팬보다 훨씬 컸지만, 매너에선 3-12로 역시 대패했다.

7일에는 보건복지부에서 야구장 등의 공공시설에서 주류 판매 및 음주를 불허하는 법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일부 팬들의 지나친 음주와 '추태 때문에 나머지 다수 팬들의 즐길 권리가 축소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부산발 야구 열기는 계속 되어야 하지만, 이런 비극은 없어야 한다.

롯데 준플레이오프 사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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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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