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IA 타이거즈는 후반기에 접어들어 가장 큰 폭으로 추락해버린 대표적 팀이다. 베이징올림픽 이전까지만 해도 롯데-삼성과 함께 4강 다툼의 경쟁자로 꼽혔으나 공수밸런스에서 급격한 몰락을 거듭 '안 되는 팀의 전형(?)'을 보여주며 사실상 플레이오프 탈락을 결정지은 상태다.

이러한 KIA의 부진은 이유를 대기가 어려울 만큼 갑작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전반기 초반 끝 모를 하락세에서 중반 이후 조금씩 전력을 추스르며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으로, 그러한 팀이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 도리어 거꾸로 낙마하는 경우는 좀처럼 보기 힘든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장타력 부재에 정교함-스피드마저 잃어버린 '최악의 타선'

최희섭 그는 올시즌 잦은 잔부상과 심리적인 문제로 중심타자의 역할을 전혀 해주지 못했다

▲ 최희섭 그는 올시즌 잦은 잔부상과 심리적인 문제로 중심타자의 역할을 전혀 해주지 못했다 ⓒ KIA 타이거즈


지난 시즌 KIA의 성적은 암울 그 자체였다. 꼴찌를 기록한 최종 순위를 반영하듯 방어율과 출루율에서 최하위를 기록했다. 다행히 올 시즌은 윤석민-이범석 등 젊은 선발투수진의 분전에 힘입어 평균자책에서는 4위(4.05)에 올라있으며 출루율 또한 5위(.340)를 기록하고 있다.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더 나빠질 가능성도 있지만 아래 팀과의 격차를 봤을 때 꼴찌는 면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KIA의 불명예 기록 2연패가 유력해 보이는 부분이 있으니 다름 아닌 팀 홈런과 장타율이 바로 그것. 2006시즌 아슬아슬한 차이로 두산을 제치고 꼴찌를 면했던 KIA는 지난해 73개를 쳐내며 당당히(?) 팀홈런 최하위를 기록한다. 그리고 올해 역시 42개로 가장 적은 홈런 개수를 양산중이다.

'발야구'를 표방하는 두산 베어스(58개)와도 상당한 격차로 지난 시즌 홈런숫자는 물론 최종 50개 돌파도 쉽지 않아 보인다. LG와 아래쪽에서 경합중인 장타율 역시 현재의 기세(?)라면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할 확률이 크다. 그야말로 왜 KIA가 이렇게까지 곤두박질치고 있는지 새삼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홈런이 팀 타격의 전부는 아니다. 과거 잘나갈 때의 타이거즈는 구태여 홈런이 아니더라도 철벽마운드와 기동력 있는 타선을 앞세워 리그를 평정하곤 했다. 하지만 현재의 KIA는 홈런 뿐 아니라 정교함이나 스피드마저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

부족한 장타력을 메우기 위해서는 다른 부분에서 선전해야 되겠지만 KIA는 안타 개수와 도루에서마저 각각 1008개(6위)와 120개(4위)에 그치고 있는 모습이다. 색깔도 없고 경쟁력도 찾아볼 수 없는 최악의 타선인 셈이다.

기대 모았던 좌-우-좌 '클린업트리오', 내년에는 정상 가동될까?

장성호(사진 왼쪽)와 나지완 이들이 3-4번에서 활약해준다면 KIA의 클린업트리오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수 있을 것이다

▲ 장성호(사진 왼쪽)와 나지완 이들이 3-4번에서 활약해준다면 KIA의 클린업트리오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수 있을 것이다 ⓒ KIA 타이거즈


장타력을 갖춘 팀들의 공통점은 강력한 '클린업트리오'를 보유하고 있거나 아님 팀 타선이 고르게 홈런을 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최고의 '대포군단'인 한화는 검증된 '쌍포' 김태균-이범호에 호타준족의 '외인' 클락 그리고 신예 김태완까지 홈런을 날려주고 있다.

기동력으로 대표되는 두산만 살펴봐도 김동주라는 확실한 거포가 존재하고 있으며 홍성흔 등이 적재적소에서 고르게 장타를 생산하고 있다. 선두를 달리는 SK 역시 박재홍을 제외하고는 많은 숫자의 홈런을 기록하고 있는 선수는 없지만 대부분의 선수들이 찬스에서 한방을 날려줄 수 있는 펀치력을 갖추고 있다.

반면 KIA는 클린업트리오는 무너진 지 오래고 이용규-이종범-김원섭 등 핵심 외야수들이 단 한 개의 홈런도 기록하지 못하고 있을 만큼 타선전체가 장타력 갈증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이다. 최다홈런을 기록 중인 이재주가 겨우 10개를 쳐냈을 정도로 장타하고는 철저히 담을 쌓고 말았다.

사실 시즌 초만 해도 KIA의 '클린업트리오'는 상당한 기대를 모았던 것이 사실. 검증된 '3할타자' 장성호-대형신인 나지완-메이저리그 출신 거포 최희섭으로 이어지는 '좌-우-좌' 타선은 힘과 정확성에서 충분히 타 팀과 겨뤄볼 만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용규-김원섭-이종범 등으로 구성될 테이블세터진을 감안 했을 때 타점을 생산할 환경도 충분히 좋은 편이었다.

하지만 현재 이들은 하나같이 기대치에 못 미치는 성적을 올리고 있다. 장성호(타율 .304, 안타 89개, 홈런 7개, 46타점)-나지완(타율 .295, 안타 46개, 홈런 5개, 25타점)- 최희섭(타율 .229, 안타 43개, 홈런 6개, 22타점) 중 100안타-10홈런-50타점을 넘긴 선수는 아무도 없다. 물론 이 수치를 넘겼다 해도 잘했다고는 할 수 없다.

이러한 기록을 반영하듯 장성호-나지완-최희섭 등으로 이루어진 '클린업트리오'는 시즌동안 별로 볼 수 없었다. 이들은 번갈아 가면서 잔부상과 타격부진에 시달렸고 그 결과 김원섭-이종범 등 중심타선과는 어울리지 않는 선수들까지도 3~5번 타순을 왔다 갔다 해야 했다.

다행인 것은 올 시즌 이들은 이보다 더 나쁠 수 없을 만큼 최악의 성적을 남겼다는 것이다. 큰 부상으로 개점휴업하지 않는 이상 현재보다 더 좋지 않은 기록을 남길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장성호는 그동안 프로무대에서 꾸준한 성적을 보여준 이른바 '검증된 타자'이다. 최희섭 역시 지난 시즌 후반기의 모습을 감안했을 때 심리적인 요인을 털어 내고 몸을 추스른다면 충분히 제몫을 해줄 것이라는 예상이다.

나지완 같은 경우가 변수가 될 수 있겠지만 그는 올해가 첫 시즌임에도 불구하고 출장이 거듭될수록 좀 더 나은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직구에 비해 변화구 대처능력이 취약하고, 배트컨트롤보다는 노려 치기로 일관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지만 파워가 좋고 배트스피드 또한 출중한지라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다.

과연 KIA는 다음 시즌 '장타갈증'이라는 해묵은 과제를 풀어낼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클린업트리오' 후보들의 '와신상담'이 꼭 선결되어야 할 것이다.

홈런 KIA 타이거즈 장성호 나지완 최희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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