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선수들이 22일 베이징 우커송 야구장에서 열린 2008베이징올림픽 야구 준결승 일본과의 경기에서 6-2 역전승을 거두고 결승에 진출하자 팀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한국의 선수들이 22일 베이징 우커송 야구장에서 열린 2008베이징올림픽 야구 준결승 일본과의 경기에서 6-2 역전승을 거두고 결승에 진출하자 팀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 유성호


부활한 '국민타자'의 결정적 한 방이 일본을 침몰시켰다.

한국 야구대표팀은 22일 우커송 야구장에서 벌어진 야구 준결승전에서 일본을 6-2로 통쾌하게 제압하며 결승에 진출했다.

이로써 한국은 야구 종목에서 은메달을 확보했고, 결승전은 23일 저녁 7시에 열릴 예정이다.

일본은 20일 미국과의 마지막 경기에서 승부치기 끝에 2-4로 패하며 예선 4위(4승 3패)로 준결승에 올랐다. 일본이 마지막 경기에서 한국을 선택한 것인지에 대한 물증은 없지만, 고의 패배 여부와 상관없이 7전 전승의 한국을 준결승에서 만난 것은 일본의 커다란 불행이었다.

일본이 자랑하는 철벽 불펜진 무너뜨리다!

 한국의 정근우가 22일 베이징 우커송 야구장에서 열린 2008베이징올림픽 야구 준결승 일본과의 경기에서 7회말 2사 1,2루 이진영의 우전 안타때 홈까지 뛰어들어 세이프되고 있다.

한국의 정근우가 22일 베이징 우커송 야구장에서 열린 2008베이징올림픽 야구 준결승 일본과의 경기에서 7회말 2사 1,2루 이진영의 우전 안타때 홈까지 뛰어들어 세이프되고 있다. ⓒ 유성호


한국은 1회초 수비에서 아라이 타카히로의 내야 땅볼로 1점을 먼저 내줬다.

고영민의 무리한 송구와 이승엽의 주루 방해, 매끄럽지 못한 병살 플레이 등이 섞인 실점이었다.

한국은 3회초에도 아오키 노리치카에게 적시타를 허용하며 한 점을 더 내줬다. 이 실점 과정에서도 2사 2루에서 나온 강민호의 패스트볼(passed ball, 포수의 잘못으로 볼을 뒤로 빠뜨리는 것)이 아쉬웠다.

한국은 4회말 공격에서 이용규·김현수의 연속 안타로 무사 1·3루의 기회를 잡았지만, 4번 타자 이승엽이 병살타를 때려 내며 한 점을 만회하는 데 그쳤고, 6회말에는 1사 1루에서 김현수가 무리한 도루를 시도하다가 허무하게 아웃됐다.

기선을 제압당한 한국은 좀처럼 반격의 실마리를 잡지 못한 반면에 일본은 일찌감치 철벽 불펜진을 가동했다. 선발 스기우치 도시야가 4회에 마운드를 내려 왔고, 가와카미 켄신, 나루세 요시히사, 후지카와 큐지가 이어 던졌다. '좌-우-좌-우'로 이어지는 필승의 계투 작전이었다.

 한국의 강민호가 22일 베이징 우커송 야구장에서 열린 2008베이징올림픽 야구 준결승 일본과의 경기에서 8회말 2사 2루 타석때 1타점 적시타를 날린뒤 2루에서 환호하고 있다.

한국의 강민호가 22일 베이징 우커송 야구장에서 열린 2008베이징올림픽 야구 준결승 일본과의 경기에서 8회말 2사 2루 타석때 1타점 적시타를 날린뒤 2루에서 환호하고 있다. ⓒ 유성호


그러나 예선 전승의 대한민국은 그리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7회말 공격에서 이대호의 볼넷과 고영민의 안타로 만든 2사 1·2루 기회에서 대타 이진영이 천금같은 동점타를 터트리며 일본이 자랑하는 '수호신' 후지카와를 무너뜨렸다.

일본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가 무너지자 일본의 밑천은 바닥나고 말았다. 일본은 2-2 동점이던 8회말 이와세 히토키를 다섯번째 투수로 등판시켰다. 이와세는 지난 16일 예선 한국전의 패전 투수였다.

한국은 이와세에게 자신감이 있었다. 한국은 8회말 공격에서 이승엽의 결승 투런 홈런을 포함해 4안타를 폭발시키며 대거 4점을 올려 승부를 결정지었다. 일본의 좌익수 G.G. 사토는 고영민의 타구를 놓치며 'GG(Good Game, 게임에서 경기를 포기할때 쓰는 용어)'를 선언했다.

한국은 9회초 수비에서 16일 일본전 승리 투수 윤석민을 내세워 가볍게 경기를 마무리했다. 결승 진출, 은메달 확보가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한국의 윤석민이 22일 베이징 우커송 야구장에서 열린 2008베이징올림픽 야구 준결승 일본과의 경기에서 6-2 역전승을 거두고 결승에 진출하자 강민호와 포옹하며 기뻐하고 있다.

한국의 윤석민이 22일 베이징 우커송 야구장에서 열린 2008베이징올림픽 야구 준결승 일본과의 경기에서 6-2 역전승을 거두고 결승에 진출하자 강민호와 포옹하며 기뻐하고 있다. ⓒ 유성호


최악의 부진 속에서 나온 결정적 한방, 역시 '국민 타자'!

 한국의 이승엽이 22일 베이징 우커송 야구장에서 열린 2008베이징올림픽 야구 준결승 일본과의 경기에서 8회말 1사 1루 타석때 역전 2점 홈런을 친뒤 그라운드를 돌며 환호하고 있다.

한국의 이승엽이 22일 베이징 우커송 야구장에서 열린 2008베이징올림픽 야구 준결승 일본과의 경기에서 8회말 1사 1루 타석때 역전 2점 홈런을 친뒤 그라운드를 돌며 환호하고 있다. ⓒ 유성호


 한국의 이승엽이 22일 베이징 우커송 야구장에서 열린 2008베이징올림픽 야구 준결승 일본과의 경기에서 8회말 1사 1루 타석때 역전 2점 홈런을 친뒤 더그아웃에서 팀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한국의 이승엽이 22일 베이징 우커송 야구장에서 열린 2008베이징올림픽 야구 준결승 일본과의 경기에서 8회말 1사 1루 타석때 역전 2점 홈런을 친뒤 더그아웃에서 팀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 유성호


예선에서 최악의 부진에 빠진 이승엽. 22타수에서 홈런은 커녕, 안타도 고작 3개에 불과했다. 타율 .136에 장타율은 고작 .182였다. 한국 타선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4번 자리에서 타선의 구멍이 되고 말았다.

이날도 세 번째 타석까지 이승엽은 최악이었다. 첫번째 타석과 세번째 타석에서는 삼진, 두번째 타석에서는 무사 1·3루 기회에서 추격의 불씨를 스스로 꺼버리는 병살타를 때렸다.

그러나 '국민타자'는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지지 않았다. 어쩌면 마지막 기회였을지도 모를 8회말 1사 주자 1루에서 그동안의 부진을 완전히 씻어버리는 통렬한 투런 홈런을 터트렸다.

시드니 올림픽에서 그랬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도 그랬듯, 대한민국의 '국민타자'는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 '결정적 한 방'을 터트려 준 것이다. 

이승엽의 홈런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뉴하트' 김광현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김광현은 초반 2실점에도 불구하고 8회까지 마운드를 지키며 새로운 '일본킬러'로 떠올랐다.

김광현은 8회까지 97개의 공을 던지며 6피안타 5탈삼진 2실점(1자책)으로 일본의 강타선을 막아 냈다. 김광현의 눈부신 호투 덕분에 한국은 '괴물' 류현진을 비롯해 정대현·오승환 등을 아끼고 경기를 끝낼 수 있었다.

한편, 예선 2·3위로 준결승에 진출한 쿠바와 미국은 22일 오후 7시에 준결승 경기를 치른다. 누가 올라오든 결승전에서 후회없는 한 판을 펼쳐주길 기대한다.

 한국의 김광현이 22일 베이징 우커송 야구장에서 열린 2008베이징올림픽 야구 준결승 일본과의 경기에서 8회초 무사 아라키 마사히로를 삼진 아웃시킨뒤 주먹을 쥐어보이고 있다.

한국의 김광현이 22일 베이징 우커송 야구장에서 열린 2008베이징올림픽 야구 준결승 일본과의 경기에서 8회초 무사 아라키 마사히로를 삼진 아웃시킨뒤 주먹을 쥐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덧붙이는 글 베이징 올림픽 야구 준결승

일본 : 101 000 000 - 2
한국 : 000 100 14X - 6

○승리 : 김광현(8이닝 2실점)

○홈런 : 이승엽(8회말 2점)
베이징 올림픽 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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