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리, 이 글 보면 내 방으로 좀 와(sdsoft, 네이버)"
→ (연합뉴스 8월 17일자 '직장인 32% 업무 중에 올림픽경기 본다' 기사에 달린 댓글)

지금 이 말에 뜨끔하신 직장인들 많으시죠? 가까운 중국에서 올림픽이 열려 밤샐 걱정 없다고 좋아했지만, 직장 상사와의 치열한 눈치 작전은 남현희의 펜싱 경기를 방불케 합니다. 

부장님의 눈치가 베이징의 태양보다 뜨겁다 해도 4년에 한 번씩 열리는 '지구촌의 축제'를 놓칠 수는 없겠죠? 부디 폐막하는 그 날까지 별 탈 없이 올림픽을 즐기시길 바랍니다.

더불어 <댓글 늬우스 번외편 - 올림픽 특집>을 보시다가 부장님에게 불려가시는 불상사가 생기지 않도록 긴장의 끈 놓지 마시길….

[야구] 속이 꽉찬 남자 99.99... "한번만 기회를 주세요"

 한국의 한기주 투수가 16일 베이징 우커송 야구장에서 열린 2008베이징올림픽 야구 예선 일본과의 경기에서 9회말 5대3 추격을 허용한 뒤 김경문 감독에게 볼을 건네주며 마운드를 내려오고 있다.

▲ "한번만 기회를 주세요" 한국의 한기주 투수가 16일 베이징 우커송 야구장에서 열린 2008베이징올림픽 야구 예선 일본과의 경기에서 9회말 5대3 추격을 허용한 뒤 김경문 감독에게 볼을 건네주며 마운드를 내려오고 있다. ⓒ 유성호


한국 야구가 제대로 미쳤습니다. 물론, 좋은 쪽으로 미쳤습니다. 첫 경기에서 '종주국' 미국을 이기고, '숙적' 일본을 이기더니만, '아마 최강' 쿠바까지 꺾으며 7전 전승으로 준결승에 올랐습니다.

특히 9전 전승으로 우승을 하겠다고 호언장담하던 호시노 센이치 감독이 이끄는 일본에게 거둔 승리는 정말 짜릿했는데요. 호시노 감독은 작년 아시아 지역예선을 들먹이며 "한국 팀에 특히 경계하는 선수는 없다, '위장 오더'만 안내면 좋겠다"며 한국을 자극했습니다.

이에 우리의 누리꾼들은 오만방자한 호시노에게 일침을 놓습니다.

"그까짓 오더 좀 바꾸면 어떠냐? 너네는 남의 나라 땅까지 너네 나라 땅으로 바꾸려고 하면서… (saakgu, 네이버)"

24명의 태극 전사가 고루 활약하고 있는 가운데, 유독 누리꾼의 집중 포화를 받는 선수가 있습니다. 바로 미국전·일본전 블론세이브를 기록한 한기주인데요.

KIA 타이거즈에서 얻은 '피터팬'이라는 멋진 별명은 온데간데 없이 베이징에서는 '한 작가', '속이 꽉찬 남자 99.9(대만전 전까지 평균자책점이 무한대인 99.99라 얻은 별명)'라는 새로운 별명을 얻었습니다. 심지어 '한기주 삼행시'까지 떠돌고 있습니다.

'' 한번만
'' 기회를
'' 주세요(delpieros, 네이버)

한기주의 맹활약(?)은 이 뿐만이 아닙니다. 서로 자기가 응원하는 팀만 감싸며 티격태격하던 8개 구단의 야구팬을 하나로 묶는 훈훈한 장면을 만들어 내기도 했는데요.

감동의 '이해' 릴레이 롯데 선수 욕하는 롯데 팬의 마음... 이제 이해할 수 있어요.

▲ 감동의 '이해' 릴레이 롯데 선수 욕하는 롯데 팬의 마음... 이제 이해할 수 있어요. ⓒ 인터넷 화면 캡처


"롯데 팬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거 같네요. 임 작가를 왜 그리 욕했는지…(vheo3, 네이버)"

여기서 '임 작가'라 함은 롯데 자이언츠의 마무리 투수 임경완 선수를 말합니다. 올 시즌 롯데가 다 이긴 경기를 다시금 접전으로 만드는 극적인 드라마를 많이 집필한 마무리계의 '베스트셀러 작가'라 할 수 있죠.

이 글에는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자이언츠 팬들의 댓글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비록 두 번의 블론세이브로 국민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한기주지만, 대만전에서는 '무려' 7개의 아웃카운트를 잡으며 승리 투수가 되기도 했습니다. 토너먼트에서의 활약도 기대해 봅니다. 

[축구] 축구장에 조명 꺼라, 현희 펜싱해야 된다

야구와 함께 한국의 대표 인기 스포츠인 축구는 어떨까요? 한국 축구는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온두라스에게 1-0으로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1승 1무 1패로 예선 탈락했습니다.

'아프리카의 강호' 카메룬, '아주리 군단' 이탈리아와 같은 조에 속해 선전했지만, 축구에 걸었던 기대가 너무 큰 탓일까요?  축구 대표팀의 예선 탈락 소식은 비인기 종목 선수들의 메달 소식과 묘하게 겹치면서 누리꾼들에게 표적이 되고 말았습니다.

특히 '축구장에...' 시리즈는 <애마부인> <젖소부인>의 뒤를 잇는 한국의 대표적인 시리즈물로 급부상하며 누리꾼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축구장 관중석에 조명 꺼라, 현희 펜싱해야 된다(갈대, 다음)
축구 골대 줄여라, 핸드볼 슈팅 연습하게(미녹시기, 다음)
축구장에 물 채워라, 태환이 수영해야 된다(kurng, 네이버)
축구장에 물 얼려라, 연아 스케이트 타야 된다(jmg9500, 네이버)
축구장에 매트 깔아라, 민호랑 기춘이 유도해야 된다(kiwi2u, 네이버)
축구장에 네트 설치해라, 용대 배드민턴 쳐야 된다(사탕나무, 다음)

또한 한국 축구의 답답한 경기에 참지 못한 누리꾼 'tpwlsad(네이버)'는 우리의 역사 속 인물로 '가상 BEST11'을 만들어서 때 아닌 누리꾼들로 하여금 국사 공부를 하게 만들었습니다.

"GK(골키퍼)
흥선대원군(조선) - 끊임없는 열강들 선방

DF(수비수)
강감찬(고려) - FC거란 10만명 학살
계백(백제) - 나홀로 5만명 수비
김시민(조선)- 진주성의 리베로
을지문덕(고구려) - 살수대첩의 수비의 귀재

MF(미드필더)
고주몽(고구려) - 백발백중 크로스
이순신(조선) - 공수능력이 탁월한 중원의 사령관
윤봉길(일제) - 한방 능력을 갖춘 해결사
장보고(통일신라) - 9세기 동북아시아리그 MVP

FW(공격수)
안중근(일제) - 타겟형 스트라이커의 본좌
광개토대왕(고구려) - 한·중·일 리그 제압"

이렇게만 출전한다면 올림픽 금메달은 물론, 월드컵 우승도 문제없겠죠? 근데 뭔가 허전하네요. 아, 12번째 선수 '붉은악마'가 빠졌군요. 걱정 마세요. 화룡점정을 찍겠습니다.

"응원단장은 의자왕입니다. 치어리더 3000명 확보!(rhrhrbehd, 네이버)"

[역도-장미란] 4800만의 기대와 바람까지 들어 올린 넘버원!

 장미란이 16일 베이징 항공항천대체육관에서 열린 2008 베이징올림픽 여자역도 75kg 이상 급 인상에서 140kg의 세계신기록을 세운 뒤 용상에서도 세계신기록인 186kg를 들어 합계 326kg이란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 4800만의 기대까지 들어 올린 장미란 장미란이 16일 베이징 항공항천대체육관에서 열린 2008 베이징올림픽 여자역도 75kg 이상 급 인상에서 140kg의 세계신기록을 세운 뒤 용상에서도 세계신기록인 186kg를 들어 합계 326kg이란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 남소연


"꿈을 향한 당신의 몸매는 미스코리아보다 아름답습니다(noakitae, 네이버)"

세계를 들어 올린 장미란 선수. 다른 나라 선수들의 경기가 모두 끝난 후에 1차 시기에 나설 만큼 압도적인 기량을 과시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중국의 무솽솽은 '안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겠죠.

한국 언론뿐 아니라 세계 언론의 극찬이 이어졌습니다. 특히 로이터 통신은 "바벨을 장난감처럼 들어올렸다"고 표현했습니다. 그러나 장미란 선수가 들어 올린 것은 단순히 326㎏(인상 140㎏·용상 186㎏)의 무게만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바벨은 장난감처럼 들었을지 몰라도 4800만의 기대와 바람은 한 번에 들기 어려우셨을 겁니다. 허나 그것조차도 가뿐히 들어 올리신 당신은 명실상부한 4800만의 넘버원, 그리고 세계의 넘버원입니다. (atchen,네이버)"

16년 만에 역도 종목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장미란 선수와 사재혁 선수도 훌륭했지만, 우리들은 또 한 명의 '역도 영웅'을 기억합니다. 바로 다리에 쥐가 난 상황에서도 끝까지 바벨을 놓지 않았던 이배영 선수인데요. 실격의 아쉬움을 감추지 못한 이배영 선수에게 우리 누리꾼들은 뜨거운 박수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아쉬워하지 마세요. 오늘 당신은 대한민국을 들어올리지 않았습니까(rnjsgurahwkd, 네이버)"

[수영-마이클 펠프스] 8관왕 식단의 놀라운 비밀

 올림픽 수영 8관왕에 도전하며 미국의 금메달 행진을 이끌고 있는 마이클 펠프스

▲ 사람이야? 생선이야? 올림픽 수영 8관왕을 차지한 마이클 펠프스 ⓒ 베이징올림픽조직위원회


올림픽은 분명 인간들의 축제입니다. 역도 경기에 곰이 출전한다거나, 체조 경기에 원숭이가 출전한다면 분명 규정 위반이겠죠. 베이징 올림픽에선 바로 그 부분에서 의심되는 선수가 있습니다.

바로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미국)인데요. 펠프스는 허무맹랑하다 했던 '8관왕'의 위업을 기어코 달성하고야 말았습니다. 올림픽에 출전하는 게 평생의 소원인 선수들도 많은데, 올림픽 금메달만 14개인 펠프스는 '욕심쟁이 우후훗~'.

펠프스의 경악스런 활약을 지켜본 누리꾼은 '마씨 괴물론'이라는 새로운 학설을 들고 나왔습니다. 마씨 성을 가진 사람들 중에서 유독 특출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인데요.

"역시 마씨는 다 괴물이다. 마이클 펠프스, 마이클 조던, 마이크 타이슨, 마동탁…. 그리고 '마린보이 박태환'(coreayo, 네이버)"

성인 남성의 6배에 달하는 1만2000㎉를 하루에 먹어치우는 펠프스의 엄청난 식단도 화제가 됐습니다. <뉴욕포스트> 15일자에 따르면 펠프스는 계란프라이 3개가 들어간 샌드위치와 계란 5개로 만든 오믈렛, 초콜릿 팬케이크, 프렌치토스트 3장, 파스타, 햄·치즈 샌드위치, 피자 한 판 등이 하루 식사량이라고 하는데요. 실로 엄청난 양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하셨나요? 펠프스의 식단을 자세히 살펴보면 뭔가 빠진 게 있습니다. 역시 펠프스는 펠'피쉬(fish)'라는 이론이 더욱 설득력을 갖게 되네요.

"식단에 생선류는 찾을 수 없다. 그래도 지킬 건 지키는 구나(ksherbet, 네이버)"

[수영-박태환] 어라? 정말 생각대로 됐네

박태환 "펠프스 정말 잘하던데요?" 12일 오후 중국 베이징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박태환 선수가 미국의 펠프스 선수를 칭찬하며 '살인미소'를 보이고 있다.

▲ "금 나와라 뚝딱!" 12일 오후 중국 베이징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박태환 선수가 미국의 펠프스 선수를 칭찬하며 '살인미소'를 보이고 있다. ⓒ 문경미


<댓글 늬우스-올림픽편> 재밌게 보셨나요? 이제 마칠 시간입니다. 마무리는 조금 오싹한 이야기입니다. 전기세 잡아먹는 에어컨은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서양인들의 전유물로만 생각했던 수영 자유형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따내며 온 국민을 기쁘게 했던 '마린보이' 박태환. 그런데, 박태환의 올림픽 성적을 정확하게 예언한 자가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용하다고 소문난 역술인이 아닙니다. 박태환의 금메달로 인해 가장 많은 광고 효과를 누렸다는 이동통신 회사가 바로 그 예언자입니다. 이 이동통신사는 올림픽이 개막하기 전부터 박태환을 모델로 쓴 '생각대로송-올림픽편' 광고를 내보냈는데요. 이 노래에 비밀이 숨어 있습니다. 한 번 흥얼거려 보세요.

"금 나와라 뚝딱 금메달이 되고 - 400m 금메달
은 나와라 뚝딱 은메달이 되고 - 200m 은메달
메달 못 따도 최선 다하면 되고 - 1500m 예선 탈락
올림픽 생각대로 하면 되고 (oxoi, 네이버)"

'생각대로 하면 된다'고 그렇게 노래를 부르더니, 정말로 생각대로 돼버렸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금 나와라 뚝딱 금메달이 되고'만 3회 반복하는 노래를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싶네요.

<댓글 늬우스 번외편 - 올림픽 특집>은 2012년 런던 올림픽 때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4년 동안 금메달처럼 짜릿한 일만 기득하시길….

박태환(가운데)과 중국의 장린(좌), 미국의 젠슨(우) 수영 400m 자유형 수상자 '놈놈놈' 패러디

▲ 박태환(가운데)과 중국의 장린(좌), 미국의 젠슨(우) 수영 400m 자유형 수상자 '놈놈놈' 패러디 ⓒ 인터넷 화면 캡처


베이징 올림픽 댓글 늬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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