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레논 컨피덴셜 존 레논의 생애에 대한 생생한 기록

▲ 존 레논 컨피덴셜 존 레논의 생애에 대한 생생한 기록 ⓒ 진진


하얀 자루 속에 누군가가 들어있다. 자루 속에서는 간간히 여자와 남자의 웃음소리와 목소리가 들린다. 기자들이 자루를 둘러싸고 마이크를 들이댄 채 자루 속의 사람과 인터뷰를 시도하고 있다.

"존 레논 맞아요?"
"네."
"뭐하는 거예요?"
"소통하는 거예요."
"소통이 아니라 단절인데…."
"그건 당신의 생각이지요."
"자루에서 나오세요."
"싫어요."

파격적인 퍼포먼스로 세상을 놀라게 한 비틀즈의 멤버 존 레논과 그의 여신 오노 요코를 다룬 <존 레논 컨피덴셜>(데이빗 레프, 존 쉐인펠드 감독)은 1970년대 존 레논이 사회운동을 시작하게 된  배경, 그 전개 과정, 그를 경계해 음모를 꾸몄던 미 정보부(CIA)의 비열한 행동, 그의 죽음을 바비 씰, 노엄 촘스키 등 31명의 증언과 다양한 자료를 통해 생생하게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존 레논이 처음부터 탄탄한 성공의 길을 달린 것도, 사회운동을 한 것도 아니다. 존 레논은  세계적으로 인기를 누리던 1966년 비틀즈 멤버들과 함께 "우리는 전쟁을 혐오한다. 결코 동조할 수 없다"는 기자회견으로 첫 사회적 발언을 시작한다.

"우리는 지금 예수보다 더 유명하다. 로큰롤과 기독교 중 무엇이 우위인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는 말 때문에 커다란 곤욕을 치르게 된 존 레논은 기자회견에서 "나는 안티 종교인이 아니고, 더구나 예수를 폄훼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 다만 10대에게 미치는 영향력에 있어서는 예수보다 비틀즈가 더 낫다는 의미인데 사람들에게 오해를 일으켰다"고 말하며 청중이 자신들의 음악을 거부할 권리가 있음을 인정한다.

미국에서 학생들의 반전 데모가 치열하던 1969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평화운동에 동참하기 시작한 존 레논은 1980년 12월 8일 권총에 맞아 쓰러질 때까지 평화를 위해 노래하고 실천한다.

전쟁은 끝났다. 존 레논과 오노 요코가 벌인  반전 행위예술 '전쟁은 끝났다'

▲ 전쟁은 끝났다. 존 레논과 오노 요코가 벌인 반전 행위예술 '전쟁은 끝났다' ⓒ 진진


존 레논은 오노 요코와 자루 속에 들어가 인터뷰를 하기도 하고, 'Bed in'이라는 행위예술과 'War is Over'라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한다. 과격한 행동주의자들의 눈에는 존 레논이 택한 방법이 소극적이고, 심지어 비열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때 만든 노래 'Give Peace a Chance'는 워싱턴D.C 국회의사당 앞 베트남전쟁 반대시위에서 25만 명의 군중들이 합창함으로써, 세계적인 '운동가요'로 떠올랐다. 마치  대한민국의 촛불집회 때 '아침이슬'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집회의 국민 애창곡으로 자리를 잡은 것처럼 'Give Peace a Chance'도 시공을 초월해 1980년대 말까지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애창되어 운동권 노래의 상징이 된다.

그렇게 영향력을 미치는 존 레논의 평화 반전 활동에 위기 의식을 느낀 닉슨 정부는 감시, 도청, 협박, 비자 연장 거부, 강제 추방 압력 등 가지가지 방법으로 존 레논을  탄압하고 억압한다.

그러나 1972년 비자 연장 신청이 기각 당하는 과정에서 극우보수정치인 스트롬 더몬드 의원이 법무장관에게 보내는 비밀 문서가 <롤링스톤>지에 폭로된다. 내용은 "진보평화운동단체와 존 레논이 계획한 대규모 록 공연은 존 레논의 대중적 인기를 이용하여 공화당 전당대회를 방해하기 위한 것이고 존 레논은 닉슨의 재선에 방해가 되니 비자가 만기되면 그를 추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시민의신문> 유요비 시인의 글 '존 레논의 불후의 명곡 "이매진"' 참고).

CIA 국장이던 후버는 존 레논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여 닉슨의 비서관에게 꼬박 꼬박 보고했고 닉슨이 재당선된 후 존 레논에 대한 감시를 중단한다. 비자 연기 문제로 재판 중이던 존 레논은 백악관의 그 문서를 손에 넣어 재판에 승소한다. 바로 그 유명한  백악관 도청 사건인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닉슨은 불명예스러운 퇴임을 하게 된다. 존 레논과 오노 요코는 재판에 승소해  미국 영주권을 받게 된다. 그러나 1980년 존 레논은 총탄에 쓰러지고 만다. 그가 남긴 마지막 말은 "당신이 존 레논이요?"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 것이었다고 한다.

Imagine 
                                -John Lennon -

Imagine there's no heaven
천국이 없다고 상상해보세요
It's easy if you try
해보려고 하면 어려운 일도 아니죠
No hell below us
우리 아래 지옥도 없고
Above us only sky
오직 위에 하늘만 있다고 생각해봐요

Imagine all the people
모든 사람들이
Living for today
오늘 하루에 충실하며 살아간다고 상상해보세요
Imagine there's no countries
국가라는 것이 없다고 상상해보세요
It isn't hard to do
그건 어려운 일도 아니죠

Nothing to kill or die for
죽이는 일도 없고 목숨을 바쳐야 할 일도 없고
And no religion too
종교도 없다고 생각해봐요
Imagine all the people
모든 사람들이 함께
Living life in peace...
평화롭게 살아가는 것을 상상해보세요

You may say I'm a dreamer
당신은 날 몽상가라 부를지도 모르겠네요
But I'm not the only one
하지만 나만 그런 것은 아니랍니다
I hope someday you'll join us
언젠가 당신도 동참하길 바래요
And the world will live as one
그러면 세상은 하나가 되어 살아가겠죠

Imagine no possessions
소유물이 없다고 상상해보세요
I wonder if you can
당신이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군요
No need for greed or hunger
탐욕을 부리거나 굶주릴 필요도 없고
A brotherhood of man
형제애가 형성되겠죠

Imagine all the people
모든 사람들이
Sharing all the world...
세상을 함께 공유하는 것을 상상해보세요

존 레논 컨피덴셜 반전 시위 중인 학생과 시민들. 그들을 막아선  군인들

▲ 존 레논 컨피덴셜 반전 시위 중인 학생과 시민들. 그들을 막아선 군인들 ⓒ 진진


비틀즈는 한 세대의 음악 역사를 바꾸며 비틀즈라는 고유한 브랜드를 형성 시켰다. 그 뿐만이 아니라 존 레논은 총을 들거나 정치적 논쟁을 하지 않고도 인류 역사와 반전 평화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사람 중 하나가 되었다. 그가 꿈꾸던 대로 평화로운 세상을 한발 앞당기는 사람이 된 것이다. 

어쨌거나 존 레논이 총성에 쓰러진 지 어언 28년이 지났지만 그는 남겨진 노래를 통해 여전히, 자루 속에서 꿈꾸던  세상과의 소통을 계속하고 있다. 자루가 단절이 아니라 진정한 소통의 도구라는 사실을 모두가 이해하는 시대가 되면 진정한 세계 평화는 이루어질 수 있을까?

존 레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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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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