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태환 "무슨 음악 듣냐구요? 아직은 비밀!" 12일 오후 중국 베이징 코리아하우스에서 박태환 선수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 문경미


박태환 "펠프스 정말 잘하던데요?" 12일 오후 중국 베이징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박태환 선수가 미국의 펠프스 선수를 칭찬하며 '살인미소'를 보이고 있다.

▲ 박태환 "펠프스 정말 잘하던데요?" 12일 오후 중국 베이징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박태환 선수가 미국의 펠프스 선수를 칭찬하며 '살인미소'를 보이고 있다. ⓒ 문경미


금빛 400미터, 은빛 200미터 물살을 가른 '마린보이' 박태환 선수가 활짝 웃었다.

400미터 자유형 금메달에 이어 200미터에서 은메달을 딴 박 선수는 12일 오후 2시 베이징 왕푸징 프라임호텔에 마련된 코리아 하우스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취재진 100여 명이 참가할 정도로 박 선수를 향한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

기자회견이 약속된 오후 2시 정각 박태환 선수가 들어왔다. 박 선수는 많은 기자들과 연달아 터지는 플래시에 이에 약간은 긴장된 모습을 보였고, 자리에 앉지 못하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서 있었다.

우선 취재진은 박 선수에게 금메달과 은메달을 목에 걸고 포즈를 취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박 선수는 메달 두 개를 바지 주머니에서 꺼냈다. 따로 케이스에 넣고 온 것이 아니라 아무렇지도 않은 듯 가져온 것에 놀라 "잃어버리면 어떡하냐?"는 질문이 나왔다. 그러자 박 선수는 "괜찮아요"라고 답하며 수줍은 듯 웃음을 보였다.

이어 박 선수가 메달을 목에 걸고 카메라를 향하자, 기자들 중에 한 명이 "(메달이) 거꾸로 됐어요"라고 말했다. 박 선수는 기자들을 향해 "이게 앞이에요?"라고 오히려 반문했다. 이때 카메라 플래시가 연달아 터지자, "아우∼ 눈 아파!"라고 언론의 스포트라이트에 반응을 놀란 표정을 짓고 활짝 포즈를 취한 후 일문일답에 들어갔다.

이날 박 선수는 한국 수영사상 첫 메달, 더구나 금메달까지 딴 소감에 대해 "너무 기분이 좋다"며 "메달도 중요하지만 기록이 앞서야 하고, 그 기록을 깨고 좋은 성적을 낸 것이 좋다"고 밝혔다.

이어 박 선수는 "남은 1500미터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기분 조절을 잘 해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몸관리 잘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박 선수에게 매 경기 때 출발에 앞서 헤드폰으로 무슨 노래를 듣는지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이에 박 선수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우리나라 음악을 주로 듣는다고 밝혔다.

"(망설이다) 우리나라 음악을 듣고, 그때그때 다른데 댄스곡, 발라드도 많이 듣고, (노래를) 바꿔가면서 듣는다."

또 자신의 경쟁자인 마이클 펠프스와 그랜트 해켓에 대해 직접적인 평가를 피하며 겸손함을 보였다.

"마이클 펠프스는 여러 종목을 하는 '정말 실력자'이다. 물론 그랜트 해켓도 10년 동안 톱 클래스를 지켜온 선수이기에…, 장거리에서 그랜트 해켓 단거리에서는 마이클 펠프스를 꼽는다. 그래서 제가 둘을 비교 평가 드리기 뭐해서…. 그런 질문에 답하기 뭐하다."

또한 박 선수는 그 동안의 훈련에 대해 '피나는 훈련'이었지만 "피는 안 났다"고 재치있게 답했고, 무엇보다 함께 훈련해준 배준모, 임남균, 임재엽 선수 등에게 여러 차례 고마움을 밝혔다.

"경기전 헤드폰으로 댄스·발라드 많이 듣는다"

다음은 박태환 선수와 기자들 간에 일문일답.

- 당초 목표와 현재 소감을 말해달라.
"일단 400미터는 올림픽을 준비하기 전부터 준비를 많이 했다. 400미터에서 금메달을 따게 돼서 너무 기분 좋다. 메달도 중요하지만 기록을 깬 것이, 좋은 성적을 낸 것이 좋다. 오늘 200미터에서 좋은 성적 내서 아시아 신기록을 냈다. 은메달도 소중하다. 기록이 잘 나와서 너무나 만족한다. 한국에서 오기 전에 다른 선수가 나보다 빠른 기록이 있었다. 메달도 중요하지만, 기록이 앞서야 메달이 따라 오기에 좋은 성적 내도록 최선을 다했다."

- 남은 경기에 대한 계획은?
"지금까지 좋은 성적 거뒀고, 여러분이 응원을 많이 해준 것 감사드리고, 1500미터 경기에서 좋은 성적 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기분을 잘 조절해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몸 관리 잘 해서 (경기에) 최선을 다하겠다."

- 은메달과 금메달의 차이?
"차이가 나는 것은 (금메달을 따면) 애국가가 나오는 것이다. 첫날, 그래도 펠프스가 (혼합수영에서) 첫 번째 (금메달을 따) 미국 애국가가 먼저 울렸지만, 우리가, 제가 두 번째로 메달을 땄고, 애국가 올린 것에 대해 너무나 영광스러웠다. 이어 은메달을 땄는데 아쉽게 생각하지 않는다. 펠프스가 세계 기록으로 우승해 존경스럽다. 은메달 딴 것은 너무나 당연스럽게 생각한다."

 박태환이 12일 오전 200m자유형 결승을 앞두고 헤드폰을 끼고 음악을 듣고 있다.

박태환이 12일 오전 200m자유형 결승을 앞두고 헤드폰을 끼고 음악을 듣고 있다. ⓒ 김경년


- 경기에서 출발에 앞서 헤드폰으로 노래를 듣는데, 무슨 음악을 듣나.
(활짝 웃음) "무슨 노래를 듣는지… (그동안 언론에서 관심을 가져도) 어떤 노래인지 지금까지 말을 안 해왔고, 경기가 끝나고 말해달라는데, 올림픽 금메달을 땄지만 더 말씀드릴 수 없다. (망설이다) 우리나라 음악을 듣고, 일단… (다시 웃으며) 그때그때 다른데, 댄스곡, 발라드도 많이 듣고, (노래를) 바꿔가면서 듣는다."

- 앞서 한라배 (수영대회) 때 기록이 잘 안 나와 지금의 밝은 표정과 달랐다. 이후 24주 프로그램 진행하면서 감을 찾은 것은 언제쯤인가.
"기존의 한라배 수영에서 기록, 성적이 저조했는데…. 동아수영대회에서 제 기록을 세계선수권 이후 처음 깼다. 그 이후부터 자신감을 얻었다. 저뿐만 아니라 한국 (수영) 대표팀이 자신감 얻었고, 훈련을 했고, 저도 자신감 있게 (연습)했다. 저를 도와준 훈련파트너들이 너무 고생이 많아서 그 선수들 감사하고 고맙다. 훈련을 너무 많이 해 힘든 부분 많았지만, 기록이 잘 나와서 좋았다. 동아시아 대회 때 제 기록을 깰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

"펠프스, 스타트 때 보니 정말 잘하더라"

- 앞으로도 펠프스하고 맞붙을 것 같다. 현재 출발 후 초반에 차이나는 부분 등 펠프스를 이겨야 할 때 어떤 전략으로 할 것인가.
"스타트 때 보니 펠프스 정말 잘하더라. 올림픽 경기가 끝나면 킥 조절 연습을 할 것이다. 잠영에서 따라갈 실력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 50%정도 따라갈 때까지 노력할 것이다. 다음 런던올림픽, 그 전 시합에서 붙을 기회가 있다면 좋은 기록으로 레이스 펼쳐 보이고 싶다."

- 본인 스스로에게 이번 대회에 대해 평가한다면?
"400미터 금메달을 따긴 땄는데 펠프스처럼 아직 정상에 선 선수처럼 되기에는 모자란 것 같다. 더 열심히 해서 세계적인 선수로 인정받을 때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 너무나 많이 응원해 주시니까 감사하다. (금메달을 딴 느낌) 제 자신도 아직 잘 모르겠다."

- 200미터에서 펠프스를 이길 방법은?
"저도 쫓아가겠지만 펠프스 선수도 열심히 훈련하고 있기에, 그 선수보다 더 열심히 해서 정말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오늘은 응원 덕에 힘난 것 같다"

 박태환 선수가 10일 오전 베이징 국가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우승한 뒤 은메달리스트 장린(중국·오른쪽)과 동메달리스트 라슨 젠슨(미국)과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박태환 선수가 10일 오전 베이징 국가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우승한 뒤 은메달리스트 장린(중국·오른쪽)과 동메달리스트 라슨 젠슨(미국)과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 베이징올림픽 조직위원회


- 스타트 전에 카메라를 향해서 손을 흔들고 웃기도 했다. 400미터 때는 무반응이었는데 오늘과 400미터 때가 많이 달랐나.
"400미터 때도 할 수 있었는데, 만약에 메달을 못 따고 기록 못나오면, 국민 여러분이 '저 봐, 그럴 거야'라고 하실까 봐 못 보여줬다. 400미터 때는 (응원단이) 사이드에 있어서 거의 얼굴도 안 보였다. 오늘은 밑에서 (응원단이 있는) 스탠드가 잘 보였고, 응원 탓에 힘난 것 같다. 오늘도 응원하는 소리가 많이 들렸다. (그래서) 손을 흔들었다."

- 경기 결과에 따른 국민들의 '비난'이 걱정되었나.
"작년까지만 해도 원래 (그런 걱정을) 잘 안 했는데, 그게 올림픽 다가오니까 걱정되더라. 베이징 오기 전에는 부담이 많이 됐다. 400미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니 부담이 낮아지고, 오늘 경기에서 출발 전에 응원단을 보고 웃음이 나왔다."

- 1500에서 펠프스와 해켓을 다시 만날 것 같은데, 두 선수를 비교해달라.
"펠프스는 200미터, 해켓은 1500미터 선수다."

- 펠프스와 해켓의 장단점은?
"펠프스는 여러 종목을 하는 '정말 실력자'이다. 물론 해켓도 10년 동안 톱클래스를 지켜온 선수이기에 장거리에서 해켓, 단거리에서는 펠프스를 꼽는다."

- '피나는 훈련'이란 표현을 쓰는데 훈련이 어땠나.
"네? 피는 안 났는데요(웃음). 장거리 선수가 가장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것이 인내심이다. 그만큼 장거리 훈련할 때 (인내심을 갖춰야) 고된 훈련을 참을 수 있다. 저도 고생 많았지만, 무엇보다 훈련파트너, 그 외 많은 사람이 고생해줬다. 그 사람들이 고생을 많이 해서 저도 좋은 성적 나온 것 같다. (잠시 말을 멈췄다가) 네, 많이 힘들었다."

- 힘들 때 무슨 생각했나. 올림픽의 금메달을 생각했나.
"올림픽도 우선적으로 생각했고…, 목포에 이르려면 고통과 그런 역경을 참아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 '수영 천재'라는 이야기를 한다. 본인은 이런 이야기에 어떻게 생각하나. '나는 물에 잘 뜨는데' 하고 생각한 때 있나.
"(웃음, 천장을 한 번 보고) 그런 말씀을 많이 하시는데…. 그때 처음으로 '아, 내가 그렇구나' 생각했다. 다른 선수들과 수영하는 걸 보면 그때 좀 많이 느꼈다. '수영천재다' 말하면… 불러주시는 것만으로 영광이다. 아직 그러기에는 많이 부족해서 앞으로 더 많은 노력해야 할 것 같다."

- 힘든 훈련을 겪었는데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연습 중에 페이스 훈련하는 게 있다. 훈련하면서 기록을 맞추는 것도 힘들지만, 하나하나 기록을 당긴다는 것이 힘들었다. 힘들지만 옆에 도와주는 훈련 파트너가 많이 도와줬다. 지금 기록은 훈련 파트너가 없으면 힘들었을 것이다. 옆에서 많이 도와줬기에 메달을 딸 수 있었다."

- 돌아가면 제일 먼저 하고 싶은 것은?
"일단 모르겠다. 아직 시합기간이기에…. 1500미터가 끝나면 그때 생각해봐야겠다."

17일 '수영 마라톤' 1500m 결승전

일문일답이 끝난 후 박 선수는 다시 한 번 기자들에게 포즈를 취해줬다. 몇가지 포즈를 기자들이 요구했는데, 이에 박 선수 스스로 잘 안 돼자 "처음이라 그래요"라고 밝게 웃으며 자세를 취해줬다. 박 선수는 '수영 마라톤'이라 할 수 있는 1500m 예선전을 15일 치르고, 17일에 황금 메달에 도전한다.

이외에도 노민상 감독은 박 선수가 금메달과 은메달 두 개의 메달을 딴 것에 대해 "태환이를 믿고 맡겨준 부모님께 너무 감사드리고, 선수 자신이 가장 고통이 클 텐데 그런 고통 속에서 (훈련을) 잘 소화해준 태환이에게 먼저 칭찬을 해주고 싶다"며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노 감독은 "우리 태환이는 무한대의 선수이고, (현재) 나이도 어리다"며 "지금부터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고 싶은 것은 박 선수가 인성을 잘 갖춰서 나이가 많아지면, 앞으로 더 좋은 선수로 생활하고, 결과를 얻는 것은 결코 무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연택 한국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은 금·은 멀티메달을 딴 박 선수에게 금메달 5000만원, 은메달 2500만원 총 7500만원을 수여했다.

기자회견장을 떠나는 박태환 선수 12일 오후 베이징 코리아하우스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박태환 선수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고 있다.

▲ 기자회견장을 떠나는 박태환 선수 12일 오후 베이징 코리아하우스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박태환 선수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고 있다. ⓒ 베이징올림픽특별취재팀


덧붙이는 글 <오마이뉴스>-SK텔레콤 T로밍이 공동 후원하는 '2008 베이징올림픽 특별취재팀' 기사입니다.
박태환 베이징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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