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보이' 박태환이 10일 오전 베이징 국가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힘차게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마린보이' 박태환이 10일 오전 베이징 국가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힘차게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 연합뉴스

"꿈만 같다. 좋은 선수들과 경쟁을 펼쳐 기쁘다. 간밤에 잠을 설쳤다. 어깨가 너무 무거웠다. 한국 신기록과 아시아 신기록을 깨뜨린 것도 좋지만 그보다 한국선수단에 금메달을 선사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 이제는 편하게 남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남은 경기에서도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내도록 하겠다." -박태환

 

써언~ 하다. 대한민국 수영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 갑자기 박태환 선수의 근육질 팔뚝처럼 힘이 불끈불끈 솟는다. 세상에 이렇게 몸과 마음이 홀가분할 수가 있다니. 끊임없이 이어지는 촛불집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무소의 뿔'처럼 우왕좌왕 돌진만 계속하는 이명박 정부 땜에 쌓인 묵은 체증까지 한꺼번에 쑤욱 내려가는 것만 같다.

 

그렇다고 이명박 정부가 낳은 사생아 '고유가' '고물가' '미국산 쇠고기' '각종 금권 비리' 등이 저 금빛에 묻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저 찬란한 올림픽 금메달을 대한민국 국민 주권을 상징하는 촛불로 삼아야 할 때다. 올림픽 금메달 촛불을 들고 공권력에 무차별로 짓밟히며 10년 앞으로 밀려나고 있는 이 땅의 민주주의를 되찾아야 할 때다.  

 

어젯밤(9일), 2008 베이징 올림픽 남자 유도 60kg급에 나간 '한판승 사나이' 최민호(28, 한국마사회) 선수가 대한민국 첫 금메달을 목에 거는 것을 보면서도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이리저리 뒤척거렸다. 더운 바람만 푹푹 이는 선풍기 앞에서 찌는 듯한 무더위와 앞으로 살아가야 할 걱정 때문이었다. 

 

올림픽 금메달이 뭐라고. 올림픽 금메달이 밥을 먹여주는 것도 아닌데, 국민들은 왜 그렇게 금메달에 집착하는가? 금메달만 메달이고, 은메달과 동메달은 메달이 아니기라도 한 건가? 이러다가 자칫 올림픽 금메달 소식에 빠져 국민 주권을 위한 촛불집회가 사그라들고 마는 것은 아닐까? 물가는 자꾸 오르는데 수입은 마이너스이니 이를 또 어떡한담.  

 

나는 왜 1등 인생을 살지 못하는가

 

박태환 선수  뒷심에 강한 박태환! 물살을 힘차게 가르고 있습니다

▲ 박태환 선수 뒷심에 강한 박태환! 물살을 힘차게 가르고 있습니다 ⓒ 이종찬

이런 저런 생각과 이런 저런 걱정으로 잠 못 이루다 이른 새벽녘이 되어서야 살짝 잠이 들었을까. 저만치 최민호 선수가 금빛 눈물을 흘리며 금빛 웃음을 찬란하게 날리고 있었다. 저만치 사격 10m 공기권총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진종오 선수가 금빛 안개에 가려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등을 내보이고 있었다.

 

가슴이 쓰리고 아팠다. 진종오 선수의 축 늘어진 모습이 마치 자화상처럼 다가왔다. 나는 왜 1등 인생을 한 번도 살지 못하고 늘상 2~3등의 삶을 살아야 했으며,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는가. 내게 주어진 삶을 너무 게으르게 이끌고 가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2~3등 삶에 그저 만족하고 있기 때문일까. 

 

"아무리 끝없는 노력을 다해도 뜻대로 안 되는 것이 인생"이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대한민국 선수들이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끝없는 노력을 다하면 뜻대로 안 되는 것도 없는 것이 인생"이라고. 물론 운도 따라야 하겠지만 메달 빛깔 차이는 결국 한 방울 더 흘린 땀 차이 아니겠는가.

 

그날, 나는 TV를 잠재우지 않았다. 금메달을 따는 박태환 선수의 장한 모습을 내가 바라보는 TV를 통해 확인하면서 고된 세상살이에 지친 나를 스스로 위로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때늦은 잠에 한창 빠져들었을 때였을까. 박태환 선수가 출전한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전이 곧 벌어진다는 소식이 귀를 따갑게 파고 들었다.      

 

'마린보이' 아니라 금빛 물결 가르는 '골든워터맨' 박태환

 

10일(일) 오전 11시20여 분쯤. 부스스한 모습으로 잠에서 깬 나는 TV 볼륨을 크게 올렸다. '물의 남자' 박태환(19, 단국대) 선수는 당당한 모습이었다. 땅! 소리와 함께 박태환 선수가 물살을 힘차게 거슬러 오르기 시작했다. 아나운서 목소리도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이윽고 마지막 50m를 남기자 손에 땀이 흥건하게 고이기 시작했다.

 

"뒷심에 강한 박태환! 물살을 힘차게 가르고 있습니다. 박태환! 박태환! 금메달~ 금메달~ 금메달입니다. 우리의 박태환 선수가 2008 베이징 올림픽 남자 자유형 400m에서 3분41초86으로 대한민국 수영 사상 최초의 금메달을 따냈습니다. 박태환 선수의 올림픽 수영 금메달은 대한민국의 영광이자 아시아의 영광입니다."

 

순간 나는 박태환 선수가 '마린보이'가 아니라 '골든워터맨'으로 보였다. 금빛 물살을 헤집는 남자 박 선수가 너무나 뿌듯했다. 박 선수가 내뿜는 강렬한 눈빛이 나머지 200m 자유형과 1500m 자유형 금메달까지 끌어당기고 있는 것만 같았다.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마치 인생에서 늘상 2~3등만 하고 있는 내가 1등을 한 것만 같았다.

 

나도 나머지 인생에서 1등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박 선수가 높게 치켜든 태극기를 보는 순간 가슴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당장 베이징으로 날아가 박 선수를 만나 등을 토닥여주고 싶었다. 잘 생긴 얼굴도 금메달, 쭈욱 빠진 몸매도 금메달, 뒷심이 강한 정신력도 금메달인 박 선수를, 아니 박 선수와 하나가 된 나를 인터뷰하고 싶었다. 그리하여 또 하나의 금빛 인생을 품고 싶었다.

 

다음은 박태환 선수 관련 여러 가지 자료를 참고로 하여 기자 스스로 코믹하게 꾸며본 가상 인터뷰 내용이다. 가상 인터뷰를 통해서라도 박태환 선수의 베이징 올림픽 수영 3관왕을 간절하게 염원해본다.

 

박태환 선수   박태환! 박태환! 금메달~ 금메달~ 금메달입니다

▲ 박태환 선수 박태환! 박태환! 금메달~ 금메달~ 금메달입니다 ⓒ mbc

 

-수영은 언제부터 시작했는가?

"천식을 고치기 위해 7살 때 동네 수영장에서 처음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물이 마치 내 지느러미처럼 느껴졌었다. 그때부터 물을 물고기보다 더 좋아하기 시작했고, 소년체전에 나가 상도 계속 탔다. 천식도 수영을 하면서 저절로 사라졌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때 한국 선수단 중 최연소 선수였다. 하지만 준비 구령소리에 물속으로 뛰어들어 퇴장 당했다. 그때의 심정은?

"그때는 너무 긴장했었던 것 같다. 물을 만나지 못한 물고기 심정을 아는가. 솔직히 경기도 치러보지 못하고 퇴장 당해 몹시 억울하고 분했다. 하지만 그 아픈 기억 때문에 더욱 이를 악물고 열심히 물과 씨름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지금이다. 베이징 올림픽 400m 자유형과 앞으로 남은 200m, 1500m 자유형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따는 순간이 되지 않겠는가.^^ 내 나이가 19살이니 앞으로도 우리 국민들과 내 기억에 남는 경기는 물 반 물고기 반이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수많은 땀방울을 물에 섞어야 한다."  

 

-'마린보이'라는 별명에 대해서는?

"'물개'보다는 나은 것 같다. 하지만 '물의 남자'라는 말 속에는 뼈가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무슨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물'이라고 하지 않는가.^^ 차라리 '골든맨'이라고 불러주면 앞으로 금메달을 더 많이 딸 것 같다."

 

박태환 선수 박 선수가 높게 치켜든 태극기를 보는 순간 가슴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 박태환 선수 박 선수가 높게 치켜든 태극기를 보는 순간 가슴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 mbc

 

2008 베이징 올림픽 수영 3관왕이 되겠다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탄력 받았다. 아직 나는 배가 고픕니다'라고 했다. 이 말에 담긴 속뜻은 금메달 행진은 지금부터라는 뜻인가?

"솔직히 말해 금메달 하나로는 배가 너무 고프다. 이제 몸도 제대로 풀렸으니 200m 자유형과 1500m 자유형까지 금메달을 싹쓸이해 수영 3관왕이 되겠다. 그래야 물배(헛배)가 쑤욱 꺼지지 않겠는가."

 

-수영 400m 자유형 금메달은 박 선수에게 있어 시작이란 뜻인가?

"수영은 그동안 미국과 유럽, 호주가 독차지했다. 하지만 이번에 수영이 아시아, 그것도 한국 것이라는 것을 세계에 알렸다. 두고 보라. 나는 이번 베이징 올림픽 수영 3관왕이란 촛불을 들고 중국의 동북아공정과 동북아 전진기지 배치를 위한 미국과 일본의 독도 합작음모, 이명박 정부의 독선과 아집까지 통쾌하게 태우겠다."

 

-앞으로의 계획은?

"물이 곧 내 몸과 하나가 되도록 열심히 물을 사랑하겠다. 욕심 같겠지만 앞으로의 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3~6개 더 따야 하지 않겠는가."

덧붙이는 글 | '그 경기, 난 이렇게 봤다 응모글' 

2008.08.10 16:39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그 경기, 난 이렇게 봤다 응모글' 
박태환 선수 올림픽 사상 한국 수영 첫 금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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