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란 자고로 나약한 존재인지라, 살다 보면 크고 작은 위기에 부딪히곤 한다. 그럴 때마다 인간들은 '신(神)'이 등장해 자신의 위기를 해결해 주길 바라는 막연한 상상에 빠진다.

 

그 바람은 대부분 허탈한 웃음으로 끝난다. 하지만 아주 가끔은 거짓말처럼 '신'이 등장해 '위기 탈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중위권 싸움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양신' 양준혁의 부활에 힘입어 4위에 재입성한 삼성 라이온즈처럼 말이다.

 

1할 타율-2군 강등... '양신의 굴욕'

 

 양준혁은 올 시즌 '성적 부진' 때문에 2군으로 강등되기도 했다.

양준혁은 올 시즌 '성적 부진' 때문에 2군으로 강등되기도 했다. ⓒ 양형석

불과 얼마전까지 '양신'은 납들할 수 없는 시즌을 보내고 있었다. 양준혁은 4월 한 달을 타율 .193 2홈런의 초라한 성적으로 마감했다. 그 때만 해도 지난 시즌에 당했던 발목 부상의 영향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러나 5월이 되도 '양신'은 부활하지 못했다. 성적이 나아지기는 커녕, 5월 17일에는 2군으로 강등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부상이 아닌 '성적 부진'으로 2군에 내려 가기는 데뷔 16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5월까지 양준혁의 성적은 타율 .208 3홈런 21타점에 불과했다. 당시 양준혁이 기록한 장타율(.313)은 양준혁의 통산 타율(.317)에도 미치지 못했다. 성급한 팬들은 양준혁의 나이(1969년생)를 들먹이며 '양신'도 세월 앞에선 별 수 없다는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삼성 타선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양준혁이 흔들리면서, 삼성이 자랑하던 중심 타선도 붕괴되고 말았다.

 

'홈런왕' 심정수는 무릎 부상이 재발해 시즌을 마감했고, 지난 시즌 한화 이글스에서 쏠쏠한 활약을 펼쳤던 크루즈는 '기량 미달' 판정을 받고 5월 20일 LG 트윈스전을 마지막으로 짐을 싸고 말았다.

 

시즌 전에 구상했던 중심 타선이 완전히 와해되고, 믿었던 마운드까지 흔들리면서 삼성은 6월 10일을 마지막으로 한 달이 넘도록 4위 자리에 오르지 못했다. 지난 11년 연속으로 '가을 잔치'에 초대됐던 '명문 구단' 삼성에게 최대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16년 연속 '세 자릿수 안타·두 자릿수 홈런' 보인다

 

 양준혁은 2번 타자로 변신한 후 '양신'의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양준혁은 2번 타자로 변신한 후 '양신'의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 삼성 라이온즈

 

그러나 데뷔 후 15년 동안 무려 13번이나 3할 타율을 기록한 '양신'은 결코 죽지도 시들지 않았다. 6월 한 달 동안 .296의 타율을 기록하며 기지개를 켰던 양준혁은 최근 고감도의 타격감을 뽐내며 삼성의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

 

특히 2번 타자로 변신했던 지난 2경기에서 양준혁은 모두가 알고 있는 '양신'의 위용을 마음껏 과시했다. 24일 KIA 타이거전에서 3안타를 때려 내며 삼성의 13-2 승리를 주도했던 양준혁은 26일 두산 베어스전에서도 선제 솔로 홈런과 연장 12회 결승 2루타를 포함해 4안타 3타점을 몰아쳤다(삼성 5-4 승).

 

2경기에서 7안타 1홈런 3타점 2득점을 쓸어 담은 양준혁은 어느덧 타율을 .254까지 끌어 올렸고, 올 시즌 처음으로 월간 타율도 3할(.303)을 넘겼다.

 

양준혁은 현재까지 74안타 6홈런을 기록하고 있어, 남은 29경기에서 26안타 4홈런을 때려 낸다면 1993년부터 이어오고 있는 '세 자릿수 안타, 두 자릿수 홈런' 기록을 16년으로 늘리게 된다. 어느 개그 프로그램의 유행어처럼 '16년 동안 100안타와 10홈런을 때려낸 달인'이 되는 셈이다.

 

특히 올 시즌 양준혁이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려 낸다면 통산 341홈런을 기록, '연습생 신화' 장종훈(한화 타격코치)이 가지고 있던 역대 최다 홈런 기록(340개)을 경신하게 된다(공교롭게도 양준혁은 단 한 차례도 홈런왕에 오르지 못했다).

 

소속팀 삼성 역시 양준혁의 활약과 맞물려 지난 24일 KIA전에서 롯데 자이언츠를 제치고 44일 만에 4위 자리를 되찾았다. 두 외국인 선수를 동시에 퇴출하면서 멀어지는 듯 했던 '1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 '신의 부활'과 함께 다시 가시권에 들어온 것이다.

2008.07.28 19:34 ⓒ 2008 OhmyNews
양준혁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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