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 명장면 (헤드폰 에서는 'Reality' 가 흐른다)

영화속 명장면 (헤드폰 에서는 'Reality' 가 흐른다) ⓒ 씨네21


열세 살 꼬마들이 벌이는 사랑 놀음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사춘기에 닥쳐온 첫 사랑을 이렇게 잘 표현한 영화가 또 있을까! 찾아보면 어딘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때까지는 '<라붐(La Boum)>이 최고'라고 감히 말한다.

영화 <라붐>은 1980년에 만들어졌다. 아주 오래된 영화다. 책받침 속의 연인 ‘소피 마르소’ 첫 작품이라는 것에 끌려 비디오 속에 테이프를 넣었다.

소피 마르소는 80년대 하이틴 스타다. 당시 남학생들은 소피 마르소 ‘브로마이드’가 있는 책받침 한 개 정도는 대부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소피 마르소는 ‘책받침 속의 연인’ 이다. 30대 후반 이나 40대 초, 중반 정도 되는 남성이면 공감할 것이다. 

소피 마르소는 실제 나이 13세 때 이 영화를 찍었다. 이 영화를 만든 ‘클로드 피노트(Glaude pinoteau)’ 감독은 당시 여배우를 공개 모집했다. 공개 모집에는 천여 명의 소녀들이 몰렸다. 소피마르소는 700:1이라는 엄청난 경쟁을 뚫고 당당히 주연배우에 발탁됐다.

<라붐>을 매력적인 영화로 만드는 데에는 리처드 샌더슨(richard sanderson)이 부른 '리얼리티(Reality)'도 한몫했다.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도 노래는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또, 아예 노래 제목이 '라붐'인 줄 착각하는 분이 있을 정도로 주제곡과 영화 이미지가 일치한다. 

명장면에서 주제곡 리얼리티는 빛을 발한다. <라붐>은 파티라는 뜻이다. 열세 살 빅(소피 마르소)은 친구들끼리 벌이는 '라붐'에 초대되고 거기서 잘생긴 남학생 마티유(알렉산더 스텔링)를 만난다.

빅이 '라붐'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심드렁해 있을 때 마티유는 빅의 머리에 헤드폰을 씌워준다. 헤드폰에서는 'Reality'가 흘러나오고 둘은 그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바로 이 장면이다. 영화를 본 많은 사람들 입에 회자된 '명장면'이 바로 이 장면이다.

'라붐' 주제곡 'Reallity'와 함께 추억 속 명장면이

 'Reality' 에 맞춰 춤을 추는 빅 과 마티유

'Reality' 에 맞춰 춤을 추는 빅 과 마티유 ⓒ 씨네21


열세 살 빅은 베르사이유에서 파리로 전학해 새 학기를 맞는다. 빅은 ‘페넬로프’와 친해지는데 둘은 이제 막 이성에 눈뜬 소녀들이다. 이 무렵 아버지 프랑스와르가 향수 가게를 운영하는 바네사란 여자와 정을 통해 오다가 발각되어 어머니와 별거에 들어간다. 빅은 또한 마티유가 다른 여자애와 사귄다는 것을 알고 실망한다.

빅에게는 매우 개방적이어서 세대 차이가 별로 느껴지지 않는 증조할머니 푸펫이 있다. 빅 이 사랑 때문에 고민할 때 할머니는 옆에서 상담도 해 주고 지지도 보내준다. 푸펫 할머니는 빅 에게 조언을 하는데 그것은 바로 질투심 일으키기 작전이다.

빅은 롤러장에 자신을 데리러온 아빠와 키스를 하는데 그것을 모르는 마티유는 나중에 학교에서 빅의 아버지와 주먹다짐을 벌인다. 푸펫 할머니와 빅의 작전은 성공한 셈이다.

한편, 빅의 아버지는 아내가 독일어 선생과 가깝게 지내자 질투와 불안을 느끼지만 둘의 사이는 더욱 벌어지기만 한다.

빅은 14세 생일을 맞아 집에서 ‘붐’ 을 열기로 하고, 프랑스와는 공항으로 떠나는 아내를 배웅해 준다. 공항에는 독일어 선생이 아내와 함께 여행을 떠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아내는 심경에 변화를 느껴 비행기를 타지 않고 식당에서 외롭게 스파게티를 먹고 있는 프랑스와 에게로 돌아온다.

빅의 집에서는 ‘붐’ 이 한창 진행 중이다. 마티유가 와주기를 내심 기다리고 있던 빅에게 그가 온다. 그리고 추억의 "Reality"에 맞춰 둘은 다시 춤을 춘다.

 영화속 한 장면

영화속 한 장면 ⓒ 씨네21


오래된 영화에서는 으레 촌스러움과 왠지 시대에 맞지 않는 듯한 느낌이 덕지덕지 흐른다. 하지만 <라붐>에서는 첫 사랑이 라는 주제가 던져주는 상큼함 때문인지 그런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영화를 보고 난후 지나간 사춘기 시절을 자연스럽게 되돌아보게 됐다. 기억을 아무리 끄집어 내봐도 <라붐>과 일치하는 것이 내 사춘기에는 없었다. ‘라붐(파티)’도 첫 사랑에 대한 고민도. 까까머리 중학생 녀석만 있을 뿐이다. 맘에 드는 여학생 얼굴을 먼발치에서 바로보기만 해도 가슴이 ‘콩당콩당’ 거리는.

그래서 <라붐>이 더 재미있다. <라붐>은 추억을 끄집어 내주고 머릿속에 그리기만 했던 아름다운 ‘첫사랑’ 을 눈앞에 보여준다. ‘책받침 속의 연인’을 기억하는 세대에게 영화 <라붐>을 권한다.

<라붐>을 보고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진다면 당신은 이미 나와 마음이 통한 것이다.

덧붙이는 글 안양뉴스 유포터 뉴스
라붐 소피 마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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