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소식을 알리고 있는 토트넘 홋스퍼 구단 누리집(tottenhamhotspur.com) 첫 화면, 사진 가운데가 동점골의 주인공 베르바토프.

우승 소식을 알리고 있는 토트넘 홋스퍼 구단 누리집(tottenhamhotspur.com) 첫 화면, 사진 가운데가 동점골의 주인공 베르바토프. ⓒ 토트넘 홋스퍼 FC

 

뉴 웸블리 스타디움에 토트넘 홋스퍼를 상징하는 흰 깃발이 펄럭였다. 9년만에 들어보는 우승 트로피였다.

 

승부사 후안데 라모스 감독이 이끌고 있는 토트넘 홋스퍼 FC는 우리 시각으로 25일 이른 새벽 런던에 있는 뉴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07-2008 잉글리시 리그 컵(칼링 컵) 결승전 첼시 FC와의 경기에서 연장전까지 이어지는 접전 끝에 2-1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고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우드게이트, 고향을 떠나 런던에서 축배 들다

 

187cm의 큰 키와 긴 머리가 인상적인 수비수 조나단 우드게이트는 고향 팀 미들즈브러에 온 지 1년만에 런던으로 둥지를 옮겼다. 지난 달 30일 구디슨 파크에서 열린 에버턴과의 방문 경기에서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첫 인사를 올린 바 있다. 그리고 다섯 경기만에 데뷔골을 터뜨린 것.

 

1-1 상태에서 연장전에 들어간 토트넘과 첼시의 맞수 대결은 4분만에 승부가 갈렸다. 왼쪽 미드필드에서 프리킥을 얻은 토트넘 홋스퍼는 저메인 제너스가 오른발로 이를 처리했고 공격에 가담한 수비수 조나단 우드게이트가 이마로 결승골을 뽑아냈다. 오프 사이드 함정을 무너뜨리며 뒤에서 달려온 우드게이트의 움직임이 매우 적절했기 때문에 문지기 체흐가 뛰어오르며 두 주먹을 내뻗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 역전 결승골은 실로 여러가지 의미를 지닌다. 우선 조나단 우드게이트가 체격 조건은 매우 뛰어나지만 다른 수비수들에 비해 많은 골을 터뜨리는 선수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 골은 그가 지단이나 베컴과 함께 뛰던 레알 마드리드 CF(스페인) 시절인 2005년 10월 19일 로젠보리(노르웨이) BK와의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경기 선취골 이후 2년 4개월이 넘게 걸린 것이었다.

 

더구나 지난 1월까지 고향팀 미들즈브러에 몸담으며 이 대회(칼링 컵) 출전 기록이 없었기 때문에 첼시와의 결승전 출전이 가능했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전 소속팀의 가렛 사우스게이트 감독에게 각별한 감사의 뜻을 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들즈브러는 공교롭게도 지난 해 9월 26일 화이트 하트 레인에서 열린 이 대회 3라운드에서 토트넘 홋스퍼에게 0-2로 패한 바 있다.

 

또한, 그는 시즌 중간에 팀을 옮겼기 때문에 39번의 등번호를 달고 뛰었다. 레알 마드리드 시절 그의 등번호는 18번이었고 미들즈브러에서는 8번을 달았다. 축구판에서는 보기 드문 이 '39'라는 숫자는 우드게이트 말고 정작 다른 임자가 있다. 그 주인은 바로 상대팀 첼시의 공격수로 뛴 니콜라스 아넬카였다.

 

맨체스터 시티, 볼턴 원더러스를 거쳐 지난 달 12일부터 첼시의 파란색 유니폼을 입기 시작한 풍운아 니콜라스 아넬카는 전 소속팀에서도 39번을 꾸준히 달고 뛴 프랑스 출신 골잡이다.

 

이렇게 기구한 운명이 얽혀 있는 조나단 우드게이트는 유니폼조차도 아직 익숙지 않은 팀에서, 그리고 개인적으로 처음 뛰어보는 '축구의 성지'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추는 영광을 누렸다.

 

레알 마드리드 시절 거듭되는 부상 때문에 경기에 거의 나오지 못했던 그에게 이번 우승의 기쁨이 그 동안의 불운을 털어버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내 팬들의 기대를 모았던 초롱이 이영표는 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섣달 그믐날 밤 서울에서 열린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첫 경기에 다녀간 뒤 공식 경기에 아직까지 나서지 못하고 있기에 아쉬움을 남겼다.

 

라모스 감독은 이영표가 주로 뛰던 왼쪽 수비수 자리에 심봉다를 내세웠고 오른쪽 수비수 자리에는 최근 스코틀랜드에서 데려온 앨런 허튼이 나왔다.

덧붙이는 글 | ※ 2007-2008 잉글리시 리그 컵 결승전 결과, 25일 런던 뉴 웸블리 스타디움

★ 토트넘 홋스퍼 FC 2-1 첼시 FC [득점 : 베르바토프(69분,PK), 우드게이트(연장4분,도움-제너스) / 드로그바(38분)]

◎ 토트넘 선수들
FW : 디미타르 베르바토프, 로비 킨(연장12분↔카불)
MF : 스티드 말브랑크(75분↔타이니오), 저메인 제너스, 디디에 조코라, 애런 레넌
DF : 파스칼 심봉다(61분↔허들스톤), 레들리 킹, 조나단 우드게이트, 앨런 허튼
GK : 폴 로빈슨

◎ 첼시 선수들
FW : 니콜라스 아넬카, 디디에 드로그바
MF : 프랭크 램퍼드, 존 오비 미켈(연장8분↔조 콜), 마이클 에시엔(88분↔미하헬 발락), 션 라이트-필립스(72분↔살로몬 칼루)
DF : 웨인 브리지, 존 테리, 히카르두 카르발류, 율리아노 벨레티
GK : 페트르 체흐

■ 최근 결승전 결과
2006-2007 첼시 2-1 아스널
2005-2006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4-0 위건 애슬레틱
2004-2005 첼시 3-2 리버풀
2003-2004 미들스브러 2-1 볼턴 원더러스

2008.02.25 09:19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 2007-2008 잉글리시 리그 컵 결승전 결과, 25일 런던 뉴 웸블리 스타디움

★ 토트넘 홋스퍼 FC 2-1 첼시 FC [득점 : 베르바토프(69분,PK), 우드게이트(연장4분,도움-제너스) / 드로그바(38분)]

◎ 토트넘 선수들
FW : 디미타르 베르바토프, 로비 킨(연장12분↔카불)
MF : 스티드 말브랑크(75분↔타이니오), 저메인 제너스, 디디에 조코라, 애런 레넌
DF : 파스칼 심봉다(61분↔허들스톤), 레들리 킹, 조나단 우드게이트, 앨런 허튼
GK : 폴 로빈슨

◎ 첼시 선수들
FW : 니콜라스 아넬카, 디디에 드로그바
MF : 프랭크 램퍼드, 존 오비 미켈(연장8분↔조 콜), 마이클 에시엔(88분↔미하헬 발락), 션 라이트-필립스(72분↔살로몬 칼루)
DF : 웨인 브리지, 존 테리, 히카르두 카르발류, 율리아노 벨레티
GK : 페트르 체흐

■ 최근 결승전 결과
2006-2007 첼시 2-1 아스널
2005-2006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4-0 위건 애슬레틱
2004-2005 첼시 3-2 리버풀
2003-2004 미들스브러 2-1 볼턴 원더러스
토트넘 홋스퍼 첼시 칼링 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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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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