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의 한 장면.

<바보>의 한 장면. ⓒ 와이어투와이어 필름


"승룡이는 내가 그렸던 많은 만화에 나오는 수많은 캐릭터 중에 개인적으로 가장 애착을 가진 캐릭터이다. 캐릭터를 넘어서서 애틋한 동생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승룡이를 사랑했으니까. 그 누구보다 내가 가장 기다리고 기대하고 있다."

만화가 강풀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남긴 글이다. 강풀은 자신이 창조한 캐릭터 중 '바보' 승룡이(차태현)를 가장 사랑해 마지않는다. 

그래서 오는 28일 개봉을 앞둔 <바보>를 누구보다 학수고대하는 관객은 바로 강풀 자신이다. 영화의 완성본이 어떤 꼴일지, 관객들은 또 얼마나 사랑해 줄지. 지난 15일 VIP 시사 직전 만난 강풀은 누구보다 설레고 긴장한 얼굴이었다.

차태현과 하지원, 박희순이 각각 '바보' 승룡이와 첫사랑 지호, 친구 상수로 분한 <바보>는 우여곡절을 거쳐 2년 만에 선보인다.

"묵은 영화로 오해를 받을까 걱정을 했다"는 강풀은 "만화를 본 독자들이 만화와 영화를 비교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한다. 아무리 강풀 만화가 영화적이더라도 영화와 만화는 문법 자체가 다르다는 이야기다.

더불어 2000년대 들어 가장 성공한 '만화인' 강풀은 이제 막 발을 들여놓은 '영화인' 강풀이기도 하다. <아파트>부터 <바보> <순정만화> <타이밍> <26년>까지, 본인이 그린 대부분의 장편 만화들이 모두 영화화 됐거나 크랭크인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강풀은 한국 흥행사의 역사를 다시 쓴 <괴물> 속편의 시나리오를 직접 썼다. 영화계 주변인에서 '영화인'으로 성큼 발을 들여 놓은 셈이다. 강풀이 직접 말하는 영화 <바보>와 만화 세계, 그리고 '영화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내 만화인생 최고의 캐릭터 '승룡이'"

- 드디어 <바보>가 개봉을 앞두고 있어요. 영화는 먼저 봤나요?
 <바보>의 원작자 강풀

<바보>의 원작자 강풀 ⓒ 하성태


"아뇨. 아직 못 봤어요. 전문가들 말고 진짜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들과 개봉하는 첫 날 보고 싶었어요. 너무 긴장되는데 궁금한 거 참느라 힘들었죠. 그래서 오늘이라도 보려고요(이 인터뷰는 VIP시사회 직전 이뤄졌다). 편집이 안 된 DVD 본은 봤거든요, 음악도 안 들어있는. 지금 긴장하고 있어서 약간 정신 나간 거 같아요. 하하하. 영화 봤어요? 어땠어요?"

- 영화가 참 착해요. 원작도 그렇지만.
"(호기심에 가득 찬 눈빛으로) 재미있었어요? 전체적으로 어때요? 권할 만해요?"

- 재미있는 부분도 있고요. 영화가 너무 착해서요. 강풀 팬이라면 확실히 좋아할 테고요.
"강풀 팬이 아니라면 안 권하고요?(웃음)"

- 아니, 그런 건 아니죠(웃음). 착하다는 말은 남자 관객들 같은 경우, 닭살 돋아 할 부분도 있다는 거죠.
"<아파트> 영화 개봉 할 때는 이렇게 긴장 안 됐는데. 그때는 별 감흥도 없었어요. 이번에는 영화 제작팀하고 친해서 그런지, 이 사람들이 잘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태현이도 그렇고, 희순 형도 그렇고."

- 꽤 마음 졸였겠어요, 개봉이 늦어져서요.
"개봉이 늦어진 사정을 제가 잘 알고 있잖아요. 계절 배급에 대한 문제도 있었지만 결국은 돈 문제더라고요. 가장 우려됐던 건 마치 영화가 재미없어서 늦어지나 사람들이 묵은 영화로 볼까봐 그게 좀 싫더라고요. 이제는 말 할 수 있죠. 또 영화는 촬영이 끝이 아니라 후반작업·믹싱·음향 다 중요하더라고요. 그것 때문에 시간을 잡아먹은 거 같아요."

- <바보>는 같이 영화를 작업한다는 기분도 들었겠어요. 현장에는 자주 들렀나요?
"자세하게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있으니 그런 기분이었죠. 현장도 자주 갔어요, <아파트>는 한 번도 안 갔는데(웃음). 그 때는 또 마침 연재도 하고 있었어요. 근데 또 그런 말을 못 하는 게 <바보>도 연재 중이었거든요. 내일이 마감이어도 또 한 번 구경 가야지 했고, 심지어는 구경하러 전주 현장까지 갔었다니까요. <바보> 팀이랑 확실히 각별한 사이에요."

 <바보>의 한 장면.

<바보>의 한 장면. ⓒ 와이어투와이어 필름


"바보 이야기에 안 빠지려 했는데..."

- <바보> 개봉 기념 특집만화를 보니까 애정이 각별한 거 같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어떤 작품이 최고냐는 질문은 대답을 못해도 최고의 캐릭터로는 바보 승룡이를 꼽았고요.
"네. 몇 년 전부터 인터뷰할 때마다 그렇게 얘기했거든요. 승룡이를 대답한 건, 굉장히 슬프잖아요. 내가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생각도 들고. 연재 후반에 경계했던 것이 내가 이야기에 빠지지 말아야 했는데 결국은 안 되더라고요. 승룡이를 굉장히 아끼거든요. 태현이가 처음 캐스팅 됐을 때도 만나봤는데 너무 밝고 재미있더라고요. 내 승룡이랑 어울릴까 생각도 솔직히 했었어요.

근데 촬영 현장에 가 보니 진짜 바보 같더라고요(웃음). 전 웃음이 선한 사람이 되길 바랐어요. 태현이가 웃는 모습이 선하고 예쁘잖아요. 굉장히 잘 어울리고 열심히 했어요. 살도 찌우고 연기에 대한 고민도 많이 하더라고요. 기준에 대한 고민도요. 잘못하면 장애로 보일지 모르니까요. 마음에 들어요. 근데 일단 영화를 봐야 할 거 같아요(웃음). 지금까진 정말 마음에 들어요."

- 승룡이가 장애로 보이지 않길 원한다고 했는데 그럼 관객들이 어떻게 보길 원하나요?
"흔히 말하는 '장애' '바보'가 아니길 바랐어요. 사람들이 너무 착하면 바보라고 하는 거 있잖아요. 친구들끼리 '너, 바보냐' 이런 거. 그런 사람이 좀 더 착해 보이는 거, 착해서 바보처럼 보이는 아이가 좀 더 바보인 거, 그 정도 수준이요. 아마 고민이 많았을 거예요. 만화는 콧물을 흘린다거나 하는 걸로 표현 할 수 있지만 영화는 그게 불가능하니까요. 그런 기준을 정하는 일이 힘들었나 보더라고요."

- 완성된 시나리오를 봤을 때의 기분이 궁금해요.
"시나리오 딱 받아 봤는데 ‘아, 이 장면은 꼭 넣지’ 그랬는데 ‘그럼 영화가 4시간이야’ 그러더라고요(웃음). 욕심을 어느 정도 버려야 될 때가 있고 받아들여야 될 때가 있더라고요. 솔직히 영화판에 있진 않지만 요즘 시나리오를 많이 보게 되요. 어떤 건 읽다 보면 시나리오는 끝내주는데 그래도 이상한 영화가 있어요. 요즘 영화사 대표님 부탁으로 시나리오를 굉장히 많이 읽는 편이거든요. 시나리오가 전부는 아니더라고요. 크랭크업을 하고 편집이 끝나야지 뭔가 된다는 느낌이 들고."

- <바보>는 풍납동 동네 바보를 모델로 했다고 예전부터 밝혀 왔어요.
"아, 실존 인물은 아니고요. 거기서 봤던 동네 바보 형을 생각했던 거예요. 지금도 동네 마다 대표 바보가 있을 거예요. 예전과 많이 달라진 것이 바보들이 많이 사라지는 거 같아요. 좋게 말하면 사회에서 잘 수용을 하는 거지만. 그런데 이제는 가둬놓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바보들이 갇혀 있고 어울리지 못하는 건 아닌가."

"그림은 그릇이고, 스토리는 담긴 음식이죠"

 <그대를 사랑합니다>

<그대를 사랑합니다> ⓒ 강풀


다채로운 장르를 선보여 온 강풀은 그 창작의 원천을 '잡생각'이라 표현한다. 심히 겸손한 표현이지만 그 잡생각 안에는 세상과 영화, 문학과 삶에 대한 철학이 다 녹아 있으리라. 그러니까 스스로 "그림 못 그리는 만화가"라 겸손을 표하는 강풀은 스토리를 중시하는 작가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 안에 강풀은 인간에 대한 믿음을 새겨 놓는다. 

- 멜로나 호러 <26년>은 광주 소재고,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노인의 사랑이에요. 다른 작가들보다 확실히 스펙트럼이 넓은 거 같아요.
"이것저것 많이 해서 그래요. 멜로도 했다가 호러도 했다가 시대물도 하니까 스펙트럼이 넓다고 얘기하는 거죠."

- 그런 원천은 역시 개인사에서 찾아야 할까요? 어린시절이라든지 대학시절이라든지.
"아뇨, 그런 부분도 좀 있는데 결국은 원래 좀 잡생각이 많아요. 공상을 많이 하는 타입이고, 책 읽는 걸 좋아해요. 그래서 후배들이, 만화가 지망생들이 어떻게 하면 만화를 잘 그리느냐고 물어보는데요. 앉아서 막 그림만 열심히 그리는 거 보다 영화 보고 책 읽고 얘기 많이 하는 게 도움 된다고 생각해요. 생각이 깊진 않은데 얕게 방만해요(웃음)."

- 댓글을 보면 '만화 말고 시나리오나 소설 써도 성공 할 거 같아요'란 팬들도 많아요.
"그건 좋게 봐주셔서 그래요. 반대로 말하면 그림을 못 그리니까(웃음). 그런데 그럴 생각은 전혀 없어요. 제가 영화 시나리오는 하나 썼지만 제 스토리를 가지고 다른 사람이 그림 그리게 할 일은 없어요. 확실히, 100% 제 이야기는 제가 그리고 싶어요."

- 그럼 만화에서 그림과 스토리의 관계는 어떻게 정의하나요?
"제 기준이지만 전 스토리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림도 중요지만 결국 그림은 그릇 같고 스토리는 그 안에 담긴 음식인 거죠. 만약 마감이 내일로 닥쳤다면 그림보다는 차라리 스토리나 대사를 한 번 더 바꾸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제 장점이라고 생각하는 건 제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걸 잘 구별하거든요. 할 수 있는 건 열심히 하는 편인데 그림은 참, 약간……(웃음). 너무 바쁘고 마감에 쫓길 때는 그냥 넘어갈 때도 있어요(웃음)."

- <26년> 때는 후배에게 배경을 맡겼다가 다시 그리느라 연재가 늦어졌다고 고백한 적도 있었는데요.
"내 그림, 내 만화 같지가 않은 거예요, 너무 잘 그려서. 잘 그린 건 문제가 안 되는데 주인공 얼굴 느낌이 바뀌었더라고요. 그때 3일 그린 걸 엎고 다시 하느라 눈물이 다 났죠. 그때 그런 생각이 들었나 봐요. 절대 내 이야기를 다른 만화가가 그릴 일은 없겠다는."

- 동료 만화가나 가족들의 사진을 찍어서 만화로 그리는 것도 특이해요.
"그걸 신기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모든 만화가들이 실제로 그래요. 오히려 만화가들에게 필요한 덕목인지도 몰라요. 사전 취재를 많이 해야죠. 물론 동작까지 따라 그리는 건 건 반성해야 할 부분일지 모르지만(웃음). 선생님들이나 잘 그리는 형님들 보면 사진을 많이 찍어요. 근데 비교가 안 되는 것이 저는 손도 못 그려서 보고 그리니까요(웃음). 앞으로 많이 나아지겠죠."

- 실생활에 가까운 인물들과 주제들을 잘 매치시키는 거 같아요. 현실성이 있어서 독자들이 많이 좋아하는 거 같고요. 현실과 장르적인 부분의 수위 조절은 어떻게 하나요.
"(한참을 생각하다) 모르겠어요. 어떻게 하다보니까 되는 거 같아요. 그러니까 모든 걸 제가 납득을 해야지 넘어가는 거 같고요. 스스로 '이게 말이 돼?' 이러면 안 되죠. 아무리 상상력이라고 하지만 납득이 안 되면 아예 전달이 안 되잖아요. 제가 보기에 타당할 때까지 이야기를 다시 써요."

<바보>는 어떤 영화?
<동감>으로 데뷔한 김정권 감독이 연출을 맡고, 차태현, 하지원이 '바보' 승룡이와 그의 첫사랑 지호 역을 맡았다.

원작과 마찬가지로 동네를 지키며 첫사랑 지호를 기다려온 '바보' 승룡이의 지고지순한 사랑과 친구 상수(박희순), 동생 지인(박하선)과의 관계를 깔끔하게 그렸다.

소년과 같은 얼굴이 남아 있는 차태현이 자연스러운 '바보' 연기를 펼쳤고, <세븐데이즈>를 통해 흥행 배우로 거듭난 박희순의 인간냄새 나는 연기도 돋보인다.

원작의 팬들이라면 '바보' 승룡이가 스크린으로 살아 난듯한 반가움을 만끽할 수 있을 것. 그러나 너무 승룡과 지호의 이야기에 집중한 탓에 원작에서 한 축을 이뤘던 상수와 술집 '작은별'의 희영(박그리나)의 이야기가 축소된 점은 아쉬움이 남는다.

신파는 아니더라도 너무나도 착한 이야기인 탓에 심심함을 호소할 관객들도 적지 않을 듯.

- <순정만화>나 <바보>를 보고 펑펑 울었다는 독자들이 한 둘이 아니에요. 그런 감성은 어디서 연유한 건가요?
"네, 그런 감성이 좀 있는데 아마 집안 환경인 탓인 거 같아요. 우리 집안이 정말 서로 사랑하거든요. 부모님이 절 참 사랑해주고, 저도 그렇고요. 집안 형편은 어려웠지만 정말 사랑받고 큰 아들이었요.

그리고 또 흔히 말하는 '사회적 약자'를 돕는다, 그런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그랬기 때문에 이해를 하거든요. 돈 있는 사람들은 500원 모자라서 버스 못 타는 심정을 모르지만 저는 알거든요.

모든 만화의 출발이 가족이나 부모님인 거 같아요. 그리고 기본적으로 인간이 나쁘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한 적이 없어요. 성선설·성악설 얘기를 하는데요. 예를 들어 아무리 못 된 인간이라도 아이가 차도에 나가있으면 구해 주잖아요."

- 모든 작품을 관통하는 정서가 '착함' '올바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예, 전 기본적으로 사람을 믿어요. 이제 서른다섯 해를 살았을 뿐이지만 인간의 그런 부분을 믿어요. 생각이 다들 다를 뿐이거든요. 세상에 틀린 생각은 없어요, 다를 뿐이지. 제가 믿기 때문에 그런 만화가 나오는 거 같아요."

"<괴물> 속편 시나리오, 재밌게 썼다"

강풀은 올해 들어 인터뷰를 수없이 했다. 2006년 최고의 화제작 <괴물>의 속편을 직접 썼으니 언론과 관객들의 호기심이 높아질 수밖에. 하지만 이제는 말을 아끼는 중이다. 누구보다 영화가 시나리오나 이야기를 뛰어넘는 총체적인 장르임을 잘 알고 있고, 메가폰을 잡을 감독에게 누가 될까 싶어서다. 어찌됐건 강풀이 생각하는 영화는 "무슨 얘기를 하든지 간에 재미있게 풀어 나가는 것"을 지상 목표로 삼아야하는 작업임엔 틀림없어 보인다.

- 확실히 이제 '영화인'으로 불러도 무방할 거 같아요.
"아이, 아직 싫어요(웃음). 저는 '만화인'이고요. <괴물2> 시나리오 쓴 거는 뭐라고 해야 되나, 그것도 직업이긴 한데. 모르겠어요. 예전에는 '반 영화인' 이러면 '아니야' 그랬는데, 시나리오까지 쓴 마당에 발뺌하는 것도 웃기고. 이제 받아들여야 되는데 어색한 것뿐이에요. 맞는 말인 거 같아요, 영화인이기도 하고요. 예전에는 한 발 걸치고 빠져있었는데 이제는 뭐 부정 할 수 없게 됐죠."

- <괴물2>로 영화 잡지와 인터뷰도 많이 했어요. 확실히 자기 작품에 힘을 실어주는 거 같기도 하고.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크게 달라진 건 없고요. 아마 <괴물2> 시나리오를 쓴 일 때문이겠죠. 저는 만화인이니까 내 이야기를 만화로 풀어나간 거잖아요. <괴물2> 같은 경우, 만화보다 영화로 표현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일단 분량이 길고. 이 아저씨들(영화인)은 자기 생각을 촬영해서 영상으로 만드는 거고, 저는 그림으로 만드는 건데 생각해보니까 크게 다를 것이 없더라고요. <괴물2>는 서로 아이템이 잘 맞아서 이야기가 된 거고요. 아직 전업 시나리오 작가가 될 생각은 없고, 빨리 다음 만화 시작해야지 하는 생각 밖에 없어요."

- 강풀의 그림이나 형식을 보면 굉장히 영화적인 거 같아요. 회상이랄지 장면도 반복해서 쓰고 흑백처리도 많이 하고. 젊은 친구들이 보기에 영화적이라는 느낌이 크지 않나 싶고. 
"맞아요. 제 만화를 보면 장면 연상 작용이 빨리 되는 거 같아요. 예전에 컷 만화로 볼 때는 잘리던 느낌들이 장면이 연결되는 느낌이 들고요. 또 웹 만화가 횡 스크롤이니까요. 저도 편집할 때 그런 점을 많이 신경 써요. 감정이 이어져 나갈 수 있게."

- 다중 시점에 내레이션도 많아서인지 강풀 만화는 시나리오로 만들기 어렵다고 소문이 자자해요. 본인이 직접 시나리오를 써 보니까 어떤가?
"더 납득이 가요. 어떻게, 왜 그렇게 했나, 원작은 이런데 시나리오는 왜 그런가가. 최근에 <나는 전설이다>라는 영화를 봤는데 솔직히 원작이 훨씬 멋있고 좋거든요. 근데 영화를 보고 나서 '아, 이렇게 할 수밖에 없구나' 납득이 되고 다 이해가 가더라고요. 제 만화가 짧아 보여도 제대로 보면 4시간이 넘어간대요. 결국은 축약과 어떤 부분을 부각 시키느냐의 문제인데. 짜임새가 좀 있다보니 어느 하나를 빼면 무너지는 경향이 있나 봐요. 감독님이나 시나리오 작가 분들이 열심히 썼으니까 믿고 맡기는 거죠."

- 어떤 인터뷰를 보니 <괴물2>는 흥행에 자신 있다고 했어요. 그 말씀은 진짜 한 거죠?
"에이, 제가 무슨 흥행을 장담하겠어요, 다 감독님이 하는 건데(웃음). 대신 이야기를 자신 있고 재미있게 썼어요. 무슨 얘기를 하든지 간에 재미있게 풀어나가는 것이 첫 번째 목표니까요." 

- 본인 이야기의 특징들이 있다보니 시나리오 쓰기가 수월하지 않았을 텐데요.
"사실 대사 보다 지문이 길어요. 영화사에서는 또 제 스타일을 고수하라고 했고요. 어쨌든 제 생각들이 잘 전달됐으면 좋겠어요. <괴물2> 이야기는 영화가 완성되면 더 길게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죠. "

광주항쟁 소재 영화, 더 많이 만들어져야

 <26년>

<26년> ⓒ 강풀


- 광주를 소재로 한 <26년>은 민감해서 3년이나 작업이 늦어진 걸로 알려졌어요. 그런 작품이 또 영화화되니 부담스럽진 않나요?
"아니요, 오히려 부담을 덜었어요. 세상이 변한 건지 내가 변한 건지 모르겠는데 이런 만화가 나왔으니 이런 영화도 나왔으면 좋겠어요. 솔직히 만화는 저 혼자 작업이잖아요. 그래서 겁도 났는데 영화는 워낙 큰 매체고 여러 명이 작업하는 거니까 오히려 마음 편하죠. 이해영 감독과는 자주 통화하고 시나리오도 중간 중간 보면서 얘기도 나누고 있어요."

- 스릴러라는 장르의 활력에 집중한다는 이야기가 있던데요.
"이해영 감독과 제 공통분모가 뭐냐면 ‘광주 이야기지만 대중적으로 재미있게 풀자’에요. 저도 만화 그릴 때 그랬고요. 일반적으로 광주는 관심 있는 사람만 보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좀 그게 아니다, 좀 더 많이 봐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이해영 감독님도 그렇게 생각하더라고요. 재미가 없는데 의미를 전달한다는 건 무리가 있는 거 같아요. 또 감독님 전작인 <천하장사 마돈나> 보면서도 이 감독 정말 잘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잘 나올 거 같아요."

- 만약 광주 자체를 의식하는 관객들에게 비판이 들어 올 수 있을 텐데요.
"있겠죠. 근데 그것도 괜찮고 이슈화가 되면 좋을 거 같아요. 비판이 전혀 없으면 더 문제가 되겠죠. <화려한 휴가>는 반대급부의 비판이 있었잖아요. 제 생각에 광주는 절대 대립과 대립의 관계가 아니었어요.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였거든요. (<화려한 휴가>는) 그 부분이 약해서 비판을 받았던 것 같아요. 그렇다면 <26년>은 그의 반대의 표현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너무 피해자의 시점이 아니냐고 할 수 있는데 오히려 더 광주에 대한 이야기가 활성화가 됐으면 좋겠어요. 액션이어도 좋고요.

저보다 어린 친구들이 광주를, '5·18'과 '8·15'를 헛갈리는 건 그 친구들의 잘못이 아니에요. 우리가 전달을 잘못해준 거죠. 어떻게 나오든 간에 광주를 알리는 기능을 했으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진짜 재미있는 영화가 나와야죠. 지금도 약간 늦었다는 생각이 있거든요. <화려한 휴가> 나왔지 <스카우트> 나왔지, <수퍼맨이 된 사나이>도 있지만 더,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다른 역사를 다룬 영화는 나왔는데 왜들 피해가는 지 모르겠네요."

- 앞으로도 <26년> 같이 역사를 다룬 작품을 쓸 계획도 있나요?
"모르겠어요, 워낙 변덕이 심해서요. 어느 날 해야겠다 싶으면 또 하겠죠. 그런데 지금 계획으로는 꼭 팩션을 하겠다는 생각은 없어요. 또 하게 될 수도 있고요."

- 다음 작품은 미스테리물이라고 들었어요. 스토커를 소재로 한다고 들었는데.
"호러물을 하려고요. 귀신이 나오는 걸 하고 싶어서요. 스토커 이야기라고 말은 했는데 잘 모르겠어요(웃음). 이야기는 써 놓은 게 몇 개 있는데 워낙 변덕이 심해서요. 확실한 건 호러물을 하게 될 거 같아요. <그대를 사랑합니다> 하면서 제가 너무 착해진 느낌이 들어서요. 항상 번갈아 가면서 했거든요, 순정 한 번 호러 한 번."

"영화와 만화, 비교하지 말아 달라"

ⓒ 와이어투와이어 필름


- 요즘 들어 스스로 '대중적인 만화가'라는 표현을 더 많이 쓰는 거 같던데요.
"옛날부터 우라지게 했어요(웃음). 왜냐하면 사람들한테 안 읽히는 만화는 정말 불쌍해하거든요. 저 스스로가요. 마니아·오타쿠 이런 거 다 필요 없고요, 많은 사람들이 재미있게 읽어 주는 만화를 그리고 싶어요. 진짜. 그게 대중적인 거잖아요. 그런 거 하고 싶어요."

- 그럼 지금까지는 만족스럽겠네요?
"지금까지는 만족해요. 앞으로도 더 만족하려고 노력해야죠."

- 앞으로 영화 <바보> 볼 관객들에게 한 마디 해 주세요.
"만화를 본 독자들이 만화와 영화를 비교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만화 <바보>는 '강풀' 거지만 영화 <바보>는 김정권 감독과 차태현·하지원·박희순의 영화니까. 만화는 이런데 영화는 이렇다, 라고 보지 말고요. 만화 속 승룡이 말고 영화 속 승룡이를 봐줬으면 좋겠어요."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블로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강풀 바보 개봉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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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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