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니(왼쪽)의 선취골 뒤풀이 순간이 실린 맨유 구단 공식 누리집(manutd.com) 첫 화면

루니(왼쪽)의 선취골 뒤풀이 순간이 실린 맨유 구단 공식 누리집(manutd.com) 첫 화면 ⓒ manutd.com

'교수님' 아르센 벵거 감독은 질 것 뻔한 상황이었지만 과감한 선수 교체를 통해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 덕분에 어디서 많이 봤던 그들이 한자리에 모이게 되었다.

 

71분, 0-3으로 끌려가고 있던 방문팀 아스널은 한꺼번에 세 명의 선수를 들여보내며 마지막 안간힘을 썼다. 그때 경기장을 밟은 선수 중 둘(아데바요르, 센데로스)은 우리 팬들이 결코 잊을 수 없는 얼굴이었다. 2006 독일월드컵 G그룹 네 나라의 주역들이 보기 드물게 한 자리에 모인 것이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이끌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는 우리 시각으로 17일 이른 새벽 올드 트래포드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07-2008 잉글리시 FA컵 16강 토너먼트 아스널 FC와의 안방 경기에서 4-0으로 완승을 거두며 8강에 올랐다.

 

박지성, 셋 따돌리고 혼자만 웃다!

 

예상했던 것보다 싱겁게 끝난 이 경기 끝무렵 약 22분간 한국 축구팬들에게는 2006년 독일에서 열린 월드컵 조별리그 G그룹 경기 장면들이 떠올랐다. 맨유의 측면 미드필더 박지성(한국)과 아스널의 가운데 수비수 윌리암 갈라스(프랑스)는 처음부터 끝까지 교체 없이 뛰었고, 골잡이 아데바요르(토고)와 수비수 필리페 센데로스(스위스)가 바로 71분에 새로 들어온 것이었다.

 

축구는 경기장에서 직접 구경하거나 생중계를 봐야 제맛이지만 때로 역사의 한 장면을 꺼내들거나 인상깊은 인물을 떠올릴 경우에도 즐거움과 감동을 준다.

 

그 해 6월 13일 미드필더 박지성이 크게 활약했던 한국은 아데바요르가 이끌고 있는 토고와의 첫 경기에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 이전까지 토고라는 나라에 대해 잘 몰랐지만 '축구'나 '월드컵', '아데바요르'라는 열쇠말 덕분에 그것이 문화적 경험이 되고 역사의 한 꼭지가 되지 않았나 한다.

 

특히, 이 경기에서 자주 부딪치기도 한 아스널의 수비수 윌리암 갈라스와 박지성은 우리 팬들에게 잊지 못할 장면 하나를 남겨주었다. 2006년 6월 19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한국과 프랑스의 G그룹 두 번째 경기에서 박지성의 극적인 동점골(80분)이 터지는 순간, 골문 안에 떨어진 공을 집어든 수비수 갈라스는 보기 드물게 버럭 화를 내며 높이 차 올렸다.

 

그 거리가 멀든 가깝든 꼭 멋지게 질러대지 않아도 골로 인정받기는 마찬가지라는 축구판의 평범한 진리를 가르쳐주기도 한 장면이었다. 다리를 쭉 내뻗으면 걷어낼 수 있을 것 같이 보였던 박지성의 밀어넣기가 그대로 굴러들어가는 것을 본 갈라스의 심정은 오죽했으랴.

 

한국팬들은 2006년 6월 24일 하노버 경기장에서 열린 스위스와의 G그룹 마지막 경기(0-2패) 기억은 빨리 지워버리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수비수 최진철과의 높은 공 다툼 과정에서 이마를 부딪치며 흘렸던 핏빛 기억으로 남은 상대 수비수 센데로스를 어찌 쉽게 잊을까?

 

이렇게 셋은 공교롭게도 아스널의 흰색 방문팀 옷을 입고 뛰었고 박지성만 붉은 옷을 입은 것. 벵거 감독의 묘한 배려 덕분에 이루어진 이 재회는 4-0이라는 극명한 결과 때문에 그리 주목받지 못했지만 다시 만나기 힘든 것이어서 경기 결과를 떠나 네 나라의 팬들에게는 또 하나의 깊은 인상을 남겼다.

 

김두현, 교체 멤버로 나와 잉글랜드 무대 첫 인사

 

 웨스트 브로미치 앨비언 MF 김두현

웨스트 브로미치 앨비언 MF 김두현 ⓒ 웨스트 브로미치 앨비언

성남을 K-리그 최고의 팀으로 끌어올린 뒤 잉글랜드 진출에 성공한 '가운데 미드필더' 김두현도 소속팀 웨스트 브로미치 앨비언의 기분좋은 대승(5-0) 소식과 함께 데뷔전을 치렀다.

 

맨유와 아스널 경기에 앞서 리코 어리나에서 벌어진 코벤트리 시티(2부)와 웨스트 브로미치 앨비언(2부)의 챔피언십 맞대결에서는 방문팀 웨스트 브로미치 앨비언이 이번 시즌 리그에서의 순위(WBA 4위, 코벤트리 19위)를 반영하듯 대승을 거두고 8강에 이름을 올렸다. 미드필더 김두현은 74분에 테이세이라 대신 들어가 그 곳 팬들에게 첫 인사를 올렸다.

 

한편, 같은 시각 안필드 로드에서 벌어진 리버풀 FC와 반슬리 FC의 경기에서는 챔피언십리그(2부) 중위권에 머물고 있는 반슬리가 후반전 추가 시간(90+3분)에 터진 주장 브라이언 하워드의 왼발 중거리슛 결승골에 힘입어 2-1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고 많은 축구팬들을 놀라게 했다. 4만 2천여 리버풀 안방 팬들은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침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덧붙이는 글 | ※ 2007-2008 잉글리시 FA컵 16강 토너먼트 17일 결과, 앞쪽이 홈팀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 4-0 아스널 FC [득점 : 웨인 루니(16분,도움-안데르손), 플레처(19분,도움-나니), 나니(38분,도움-캐릭), 플레처(74분,도움-나니)]
- 맨유 MF 박지성, 오른쪽 미드필더로 선발 출장

★ 리버풀 FC 1-2 반슬리 FC [득점 : 카윗 / 포스터, 하워드]

★ 코벤트리 시티 0-5 웨스트 브로미치 앨비언 [득점 : 브룬트, 베드나르2골, 밀러, 게라]
- 웨스트브로미치앨비언 MF 김두현 데뷔전(74분 교체 출장)

★ 브리스톨 로버스 FC 1-0 사우스햄턴 FC [득점 : 람버트]

★ 카디프시티 FC 2-0 울버햄튼 원더러스 FC [득점 : 휘팅엄, 하셀바잉크]

★ 첼시 FC 3-1 허더스필드 타운 FC [득점 : 램퍼드2골, 칼루 / 콜린스]

2008.02.17 07:00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 2007-2008 잉글리시 FA컵 16강 토너먼트 17일 결과, 앞쪽이 홈팀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 4-0 아스널 FC [득점 : 웨인 루니(16분,도움-안데르손), 플레처(19분,도움-나니), 나니(38분,도움-캐릭), 플레처(74분,도움-나니)]
- 맨유 MF 박지성, 오른쪽 미드필더로 선발 출장

★ 리버풀 FC 1-2 반슬리 FC [득점 : 카윗 / 포스터, 하워드]

★ 코벤트리 시티 0-5 웨스트 브로미치 앨비언 [득점 : 브룬트, 베드나르2골, 밀러, 게라]
- 웨스트브로미치앨비언 MF 김두현 데뷔전(74분 교체 출장)

★ 브리스톨 로버스 FC 1-0 사우스햄턴 FC [득점 : 람버트]

★ 카디프시티 FC 2-0 울버햄튼 원더러스 FC [득점 : 휘팅엄, 하셀바잉크]

★ 첼시 FC 3-1 허더스필드 타운 FC [득점 : 램퍼드2골, 칼루 / 콜린스]
박지성 맨유 FA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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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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