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주엽과 매치업을 이룬 서장훈(우)

현주엽과 매치업을 이룬 서장훈(우) ⓒ KBL

 

 

 함지훈과 매치업을 이룬 챈들러

함지훈과 매치업을 이룬 챈들러 ⓒ 서민석

 

시즌 초 부진을 딛고 올라선 KCC

 

시즌 전 KTF와 함께 '2강'으로 꼽히며 지난 시즌 꼴지로 추락한 '명예회복의 원년'으로 올 시즌을 잡았던 전주 KCC.

 

하지만, 1R를 4승5패라는 부진한 성적으로 마칠 때만 해도 전년도 최하위 팀이 바로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오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던 전망이 우세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역시 가장 큰 이유는 과거 SK시절 콤비를 이룬 이후 'FA 선수'라는 신분으로 KCC에서 다시금 의기투합한 임재현-서장훈 두 베테랑 선수들의 부진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특히나 두 선수는 KCC로 오는 과정에서 서장훈의 보상 선수로 프렌차이즈 스타인 이상민이 삼성으로 이적했다는 심리적 부담에서 벗어나기 위해 '잘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너무 사로잡히다 보니 제 플레이를 할 수 없었다. 그나마 로빈슨-크럼프로 이어지는 외국인 듀오와 이중원-신명호-정 훈-박상률 등 젊은 식스맨들이 의외의 활약을 펼쳤다는 것이 고무적인 대목이었다.

 

하지만, 베테랑급인 두 선수는 라운드가 거듭될수록 서서히 살아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팀 전체도 덩달아 살아났다. 서장훈의 경우 외곽을 겉돌던 소극적인 플레이에서 벗어나 과감하게 골밑을 파고 들면서 모처럼 '국보급 센터'라는 이름값을 해주고 있다. 여기에 임재현 역시 정확한 외곽포와 안정적인 게임리딩으로 KCC의 약점으로 불리던 '가드진 부족'을 상당부분 메워주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KCC 입장에선 임재현-로빈슨-추승균-서장훈-크럼프로 이어지는 주전 선수들에다 주전 선수들이 부진했던 시즌 초반에 의외의 활약으로 팀을 위기에서 구한 식스맨들의 활약이 있었기에 시즌 초반의 부진에서 벗어나 지금의 도약을 이뤘다.

 

 판정에 대해 항의하는 허재감독

판정에 대해 항의하는 허재감독 ⓒ 서민석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돌풍 만든 KT&G

 

그나마 KCC의 경우 시즌 중반 이후 '우승 후보'라는 객관적인 전력에 걸맞은 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시즌 전만 해도 '6강도 힘들다'는 평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동부-KCC등 높이를 앞세운 거탑들 속에서 당당히 경쟁을 펼치고 있는 안양 KT&G의 돌풍은 그야말로 기대 이상이다.

 

사실 KT&G가 시즌 전 저평가를 받았던 이유는 우선 단테 존스가 빠진 공격력의 약화를 메울 대안이 없다는 것. 여기에 확실한 슈터가 없어 결정적인 순간 수비를 분산시켜 줄 선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쉽게 말해 팀을 이끌어 줄 '에이스'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하지만, 이러한 약점은 도리어 강점으로 작용했다. 바로 특정 선수에 의존하기보다는 당일 컨디션이 좋은 선수 혹은 팀 전체를 강조하는 플레이를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상대팀은 특정 선수에만 수비를 집중했다가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물론, 팀 플레이만 강조한다고 해서는 성적이 잘 나올 리가 없다. 결정적인 순간에는 해결해줘야 할 확실한 득점원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바로 그 역할을 올 시즌 평균 24.64점(득점 2위)을 넣으며 특급 외국인 선수 반열에 오른 마퀸 챈들러가 소화해내고 있다.

 

챈들러의 플레이 스타일은 '붙으면 파고 들고, 떨어지는 슛을 던지는' 내-외곽 플레이가 모두 가능한 선수다. 신선우 감독과 함께 코치로 환상의 콤비를 과시했던 유도훈 KT&G 감독 역시 민렌드와 마찬가지로 내-외곽 플레이가 모두 가능한 선수를 선호했고, 이러한 스타일에 챈들러는 그야말로 '맞춤형 선수'였다.

 

특히나 팀 사정상 T.J 커밍스와 번갈아 골밑을 맡는 센터 역할은 물론이고, 때로는 외곽으로 나와 정확한 3점포까지 쏘아대는 그의 신들린 플레이는 그야말로 KT&G에 축복이고, 상대팀에는 재앙이다.

 

 KT&G의 돌풍을 이끌고 있는 유도훈 감독

KT&G의 돌풍을 이끌고 있는 유도훈 감독 ⓒ 서민석

 

2위를 놓고 치열하게 다툰 두 팀

 

공동 2위라는 한 지붕에서 있던 KT&G와 KCC는 기어이 1월 4일 안양에서 단독 2위 자리를 놓고 진검 승부를 펼쳤다. 결국 KT&G는 74-75로 뒤지던 4쿼터 종료 직전 주희정이 얻은 자유투 두 개를 모두 성공시켜 76-75로 앞서더니 KCC 빈슨의 마지막 공격을 막아 기어이 홈팬들에게 단독 2위를 선물했다. KCC는 마지막 집중력에서 KT&G에 밀렸다.

 

하지만, 이것으로 2위 싸움이 끝난 것은 아니다. 지난 시즌 LG와 KTF의 치열했던 2위 싸움이 기어이 2007년 3월 23일 두 팀 간의 여섯 번째 맞대결에서야 갈렸듯 올 시즌 역시 2위의 주인공은 쉽게 가려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2위가 4강 PO에 직행하는 반면 3위의 경우 6위와의 6강 PO를 거쳐야 하는 체력 부담이 있기 때문에 2위에 더욱더 집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2월 3일 안양, 3월 12일 전주에서 펼쳐질 두 팀의 두 번의 맞대결이 기다려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두 팀의 끝나지 않은 승부에 주목해 보자.

2008.01.05 11:51 ⓒ 2008 OhmyNews
안양 KT&G 전주 K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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