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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잖은 시일을 끌어온 동대문운동장 철거가 사실상 시작됐다. 서울시는 13일 낮 12시 자리를 지키고 있던 노점상들이 점심식사를 하는 틈에 중장비를 동원해 동대문운동장 왼쪽 외야 관중석 일부를 파괴했다.

이번 철거는 '적어도 (철거가) 올해는 넘기지 않겠느냐'는 예상을 완전히 뒤엎은 것이어서 동대문운동장 보존을 외치는 시민단체들에게는 상당한 충격을 주고 있다. 이에 '동대문운동장 철거반대와 보존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14일 오전 11시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했다.

[체육계] "대체 구장도 없는데... 서울시의 약속, 지켜진 게 뭐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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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위는 가장 큰 문제로 서울시의 '약속 불이행'을 들었다. 서울시는 지난 3월 동대문야구장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와 구의 정수장 부지에 야구장을 건립한 이후 동대문운동장을 철거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재 구의 정수장은 문화재로 지정됐고 그 위에 모래를 덮고 진행 중인 야구장 공사도 늦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시는 체육시민연대의 공개질의서에 대한 답변으로 "구의 간이야구장의 공정이 약 60%"라며 "내년 1월 중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병수 체육시민연대 사무차장은 "대체 구장이 단 한 군데도 완공되지 않았음에도 불구 동대문운동장 철거를 강행했다는 것은 참으로 유감이다, 더구나 최근 서울시가 목동구장을 개보수해서 활용하겠다는 의견을 냈는데 이것 또한 조삼모사격의 말 바꾸기가 아닌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이 차장은 "구의 간이야구장도 최초에는 2만석 규모였지만 얼마 전 400석 규모로 줄었고 현재까지 완공도 되지 않았다"며 "문화재로 지정된 구의 정수장 위에 모래를 채우고 야구장을 짓겠다는 것은 결국 언제든지 야구장이 문화재 복원을 이유로 철거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럴 경우 서울시와 비대위가 주장하는 야구 인프라 확충이 제대로 되겠나, 7개 대체구장은 처음부터 있을 수가 없었다"는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나진균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사무총장도 서울시의 동대문운동장 철거 강행에 대해 적잖은 우려를 나타냈다.

나 총장은 "우선 야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반성한다, 동대문운동장을 보존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야구인들이 석고대죄라도 해야 되는 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 사실 동대문운동장 철거를 찬성한 사람들이 야구팬들에게 의견이라도 물어봤나? 전혀 아니었다, 더구나 현재 완공된 대체구장은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철거에 들어갔다는 점은 큰 문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꼭 오세훈 서울시장이 아니더라도 서울시 건설국장 내지는 부시장과 같은 책임 있는 사람들이 나와서 공개적으로 계획을 말해주고 믿음을 줘야 한다, 아울러 비대위의 실무자들은 7개 대체구장 건립을 보장한다는 법적 효력이 있는 공문을 받아둬야 한다, 지금 서울시가 당장 대체구장 건립을 못하니까 예정에도 없던 목동구장 개보수로 계획을 변경했는데 나중에 7개 대체구장도 이런저런 이유로 말 바꾸기를 하면 그 때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라며 비대위의 행정업무에 대한 적잖은 불신을 드러냈다.

[문화계] "문화도시 서울, 다 때려 부수는 것이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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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기자회견의 사회를 맡은 황평우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장은 서울시의 역사와 문화재 인식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황 위원장은 "14일 공개된 서울시의 보도해명자료를 봤는데 철거를 해놓고 철거가 아니라고 주장하는데 말이 되나, 서울시는 동대문야구장의 철거를 위한 사전 준비작업이라고 하지만 멀쩡한 건물을 훼손시키고도 철거가 아니라니 말장난이 아닌가"하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어 그는 "서울시가 앞으로 철거에 대해 시민과 언론에 공개하여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으나 이미 현장을 지키고 있었던 노점상 몰래 한 구석을 부숴놓고 철거를 공개 진행하겠다니 믿을 수 있겠냐"며 '동대문야구장이 1959년 건설되어 근대문화재 등록기준인 50년에 미달, 등록대상이 아니다'는 서울시의 주장에 대해서도 "그러면 1928년 이영민의 홈런은 잠실야구장에서 나온 것이냐"고 일침을 가했다.

한편 김란기 문화유산연대 집행위원장은 서울시와 문화재청에 대해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김 위원장은 "문화재청에서 서울시로 의견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 같다, 꼭 문화재청의 대응이 한 발자국씩 늦는 것을 보면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더구나 이번 철거는 공청회나 문화재 전문가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았다, 서울시가 얼마나 문화재에 대한 인식이 천박한가를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 발언자였던 선용진 문화연대 공동사무처장은 "오세훈 시장님께 2가지만 부탁드린다"며 운을 띄웠다. 선 처장은 "동대문운동장 철거를 즉각 중단하고 사과하라, 또 보전을 전제로 한 활용방안에 대해서 큰 틀에서 논의하자"는 주장을 폈다.

[노점상] "우리 목숨 가지고 장난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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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수 전국빈민연합 부의장은 "우리는 생존권이 달려 있어 절박하다, 애정을 가지고 봐달라"며 항간의 곱지 못한 시선을 의식하는 발언을 했다.

이어 정 부의장은 "서울시가 그간 제대로 된 대안을 내놓았는지 의문이다. 이번 일은 생명과 맞바꾼다는 각오로 임할 것이다, 특히 서울노련·전노련·진보연대·공대위 등과 함께 서울시의 일방적인 동대문운동장 철거를 막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 위해 싸우겠다"고 말했다.

황평우 위원장도 "동대문축구장에 입점한 상인들은 그나마 신설동으로 옮긴다고 하지만 입점 상인만 서울시민인가, 동대문운동장 밖에 위치한 노점상들의 생존권 문제도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병수 차장도 "노점상들 문제는 당장 생활터전을 잃을 수도 있는 절박한 상황이어서 어느 누구도 쉽게 말할 수 없다, 서울시는 노점상들 모두가 만족할만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또한 입점 상인들도 신설동 풍물시장으로 이전할 계획이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의 임기가 끝나면 이후를 장담할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우려했다.

"서울시는 동대문운동장 철거를 시민 모두가 찬성하는 줄 아나?"
[인터뷰] 이병수 체육시민연대 사무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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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운동장 철거는 어떤 문제를 남겼을까?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14일 기자회견이 끝난 뒤 서울 중구 묵정동에 위치한 체육시민연대 사무실에서 이병수 체육시민연대 사무차장을 만나봤다.

- 서울시가 동대문운동장 철거를 시작했는데.
"동대문운동장 보존을 위해 노력했던 입장에서 허탈하다. 현장에 가봤는데 '체육인들의 소중한 공간이 하나 없어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니 눈물이 왈칵 쏟아지더라.

서울시가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공청회도 없이 동대문운동장 철거를 강행했다는 사실도 놀라울 뿐이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과연 진지하게 시민들의 이야기를 수렴하는 과정이 있었는지 묻고 싶다. 서울시는 동대문운동장 철거 반대를 외치는 사람들은 보이지도 않고 마치 서울시민 모두가 동대문운동장 철거를 찬성하는 줄 아는 모양이다."

- 내년에 진행될 줄 알았던 철거가 갑자기 진행됐다.
"철거 시기도 문제다. 온 나라가 대선과 태안반도 기름유출 사건으로 신경이 팔려 있을 때 교묘하게 이뤄졌다. 본인들이 떳떳하지 못하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적어도 철거를 진행하려면 각계각층의 의견을 빠짐없이 수렴하고 불만을 해소한 상태에서 진행하는 것이 수순일 것이다. 사실 이런 면이 소홀했다는 점이 매우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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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곧 서울시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다. 서울시는 7개 대체구장을 지어주겠다고 비대위와 합의했으나 현재 완공된 구장은 단 한 군데도 없다.

더구나 최근 목동구장을 개보수해서 그 곳을 활용하면 된다는 주장을 펴면서 대체구장이 생겼다는 식으로 철거를 강행하고 있다. 그야말로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 아닌가.

목동구장은 목동구장대로 중학교, 고등학교, 사회인 야구가 진행되어 왔다. 거기에 공식대회를 유치하는 것은 기존 목동구장을 사용하던 선수들을 바깥으로 몰아내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이미 대체구장 논의 때부터 우려하던 일이 현실로 나타나 안타깝다.

또한 야구장을 새로 지은 것도 아니고 멀쩡한 목동구장에 혈세를 낭비하면서 개보수 한다는데 그게 진정한 야구 인프라 '확충'인가?

대체구장도 나중에 주민들의 반대나 입지조건 문제로 행정소송이라도 걸려봐라. 이런저런 핑계로 서울시가 발 빼면 끝 아닌가. 서울시의 말 바꾸기가 스스로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

- 이후 대처 방안은?
"그간 오세훈 서울시장과 면담을 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나서도 면담을 신청했는데 정식 공문 발송을 이유로 연기됐고 언제 진행될지 장담할 수 없다.

어쨌든 우리는 계속 오 시장과의 면담을 신청할 것이다. 노점상 대책과 비대위와 합의한 대체구장, 월드디자인플라자의 비전, 동대문운동장의 리모델링을 통한 소통형 공원화를 거절한 이유 등을 듣고 싶다. 만약 철거를 하더라도 그 절차는 똑바로 밟아야 하고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공식적인 해명이 있어야한다고 본다."

덧붙이는 글 아래의 주소로 야구관련 제보 받습니다.
http://aprealist.tistory.com
toberealist@nate.com
동대문운동장 철거 서울시 오세훈 공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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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동작구위원장. 전 스포츠2.0 프로야구 담당기자. 잡다한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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