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청이 k리그 가야한다" 수원시청을 응원하러 나온 아저씨부대.

▲ "수원시청이 k리그 가야한다" 수원시청을 응원하러 나온 아저씨부대. ⓒ 이성필

황량했다. 바람까지 싸늘하게 불었다. 관중이라고는 1000명도 넘지 않았다. 평일 오후 2시 경기에 누가 관전하러 올 수 있었을까? 스물두 명의 양 팀 선수들은 그렇게 그라운드에서 고독한 투쟁을 했다.

 

관중석 구석에 스물두 명을 바라보는 수원시청의 한 선수가 있었다. 지난 23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그는 퇴장을 당해 경기에 뛸 수 없었다. 그 말고도 팀 동료 네 명과 감독까지 퇴장을 당해 한 시즌을 마무리하는 '결승전'이라는 타이틀의 경기에 나올 수 없었다.

 

썰렁함 가득했던 수원 빅버드

 

28일 오후 프로축구 K리그 '수원 삼성'의 홈구장인 '빅버드'(수원 월드컵경기장의 애칭)에서는 2007 KB국민은행 내셔널리그 수원시청-울산현대미포조선(이하 미포조선)의 경기가 열렸다.

 

평소에 쓰던 홈구장 수원종합운동장의 잔디 사정 때문에 같은 연고의 프로팀 구장에서 치른 경기에서 수원시청은 선제골을 내주고 페널티킥에 성공하며 잘 따라갔지만 MVP로 선정된 미포조선 공격수 김영후에 연속 두 골을 허용하며 1-4로 대패했다.

 

흥이 날 수 없었다. 울산에서 열린 1차전에서 수원시청 선수들이 다섯 명이나 퇴장당해 선수 구성원이 모자라 경기를 치를 수 없는 경우에는 0-3 실격패로 처리하는 조항에 따라 사실상 올 시즌 내셔널리그의 우승팀은 미포조선으로 넘어간 상황이었다.

흥겨움 없는 그들의 표정  경기종료 뒤 이어진 시상식에서 수원시청 선수단은 여섯 명만이 시상대에 올랐다.

▲ 흥겨움 없는 그들의 표정 경기종료 뒤 이어진 시상식에서 수원시청 선수단은 여섯 명만이 시상대에 올랐다. ⓒ 이성필

조용한 경기장에는 스무 명 남짓 되는 미포조선 서포터 '돌핀스'의 응원 소리만이 조용히 울려 퍼졌다. 돌핀스 회장 김현진(34)씨는 "오늘은 우리들의 축제"라고 표현했다. "미포조선 선수들의 각자의 사연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라온 선수들이 너무나 자랑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축구계 일각에 떠도는 미포조선의 서울 ‘연고이전설’에 대해서는 "서운하고 아쉽지만 웃으며 보내주겠다"고 털어놨다.

 

경기 후엔 충격적인 발언까지 터져 나왔다. 미포조선의 노흥섭 단장은 "축제가 축제답지 못한 상황"이라며 "내일 중으로 구단주와 상의해 K리그 승격 여부에 대해서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재차 확실한 발언이냐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노 단장은 "챔피언에 올랐는데 챔피언냄새가 나지 않는다"며 돌려 말했다.

 

미포조선 단장, "구단주와 상의해 K리그 승격 여부 재검토"

 

이는 지난해 챔피언결정전 직후 고양 국민은행 관계자가 은행법을 예로 들며 "승격을 할지 말아야 할지 검토해보겠다"라고 말한 것과 비슷한 장면이다.

 

내셔널리그는  국민은행의 승격 이행을 믿었다가 수차례 이사회를 거쳐 올해 초까지 문제를 끌어왔고 결국 전, 후기 승점 10점 삭감이라는 비교적 '가벼운 징계'를 내렸던 것을 생각하면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가기 힘든 상황이다.

 

그래도 내셔널리그의 수장은 미포조선을 믿는다고 말했다. 이계호 내셔널리그 연맹 회장은 "미포조선이 승격 못 할 이유가 없다. 확약서까지 받았고 올해 올라가겠다는 계획까지 했는데 결승전 한 경기에서 일어난 일 때문에 잠시 걱정하는 것일 뿐"이라며 미포조선의 재검토 발언을 일축했다.

 

우승팀 미포조선 선수들은 우승컵을 흔들며 포즈를 취했지만 샴페인을 터트리며 환호하지는 못했다. 과연 미포조선은 순조롭게 K리그에 입성 할 수 있을까?

2007.11.28 19:26 ⓒ 2007 OhmyNews
내셔널리그 수원 시청 이계호 회장 승강제 울산현대미포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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