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에게 선물을 전하는 문경은

팬에게 선물을 전하는 문경은 ⓒ KBL

한국을 대표하는 슈터인 '람보슈터' 문경은이 마침내 큰일을 해냈다. 바로 지난 11월 25일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07∼2008 SK 텔레콤 T 프로농구 전주 KCC와의 홈경기에서 4쿼터 중반 개인 통산 1500개 3점슛을 성공시킨 것이다.


우지원-김병철-양희승 등 농구대잔치 시절부터 잔뼈가 굵었던 슈터들 중에서도 단연 돋보였던 문경은은 젊은 나이에 요절한 '전자슈터'로 불린 김현준의 애제자로 불리며, 한국 농구계의 슈터 계보를 잇는 대표적인 선수로 아직까지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지만, 제아무리 스타플레이어라고 해도 세월은 거스를 수 없는 법. 이제는 현역 선수로서의 생활을 서서히 마무리하고, 지도자 혹은 새로운 삶을 살아야 할 문경은에게는 ‘마지막 꿈’이 있다. 바로 소속팀인 SK의 우승이 것이다. 그리고 멤버 구성이나 올 시즌 페이스만 놓고 보면, 충분히 달성 가능한 꿈이다.


과연 '노장 슈터'의 마지막 꿈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경기 전 몸을 푸는 문경은

경기 전 몸을 푸는 문경은 ⓒ 서민석

삼성에서 느꼈던 우승의 감동

 

아마추어 시절이었던 연세대 시절 문경은은 항상 '최고의 자리'에 있었다. 물론, 결정적인 순간 3점슛을 성공시키던 문경은의 활약은 상대적으로 후배였던 이상민-우지원-김훈 등 대학 동기와 후배들의 인기에 밀려 다소 저평가 받았었지만, 묵묵하면서도 꾸준한 그의 활약은 단연 연세대가 아마 시절 돌풍을 이어갈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이렇듯 아마 시절 '신촌 독수리'의 선봉장으로 팀을 이끌었던 문경은은 프로 두 번째 시즌이었던 지난 1997∼1998시즌 수원 삼성 썬더스의 선수로 프로 생활을 시작한 문경은은 그해 평균 24.98점에 1평균 3.75개의 3점포를 쏘아 올리면서 팀 내 선배이자 자신의 우상이었던 '전자 슈터' 김현준의 뒤를 이을 재목으로 평가받았다.


신인 시절 자신의 최고 성적을 기록한 문경은은 이후에도 꾸준히 삼성의 붙박이 슈터로 팀 공격을 이끌었다. 그랬던 그에게 시련이 닥친 것은 바로 시즌. 자신의 스승이자 우상이었던 김현준 당시 코치가 1999년 10월 불의의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것이었다. 문경은 입장에선 큰 충격이었다.


이내 영정에 우승을 바치겠다던 문경은의 꿈은 2000∼2001시즌 삼성이 챔피언 등극에 성공하면서 이루어졌다. 36경기에 출장해 평균 18.83점에 3점슛 3.11개 3.42 어시스트를 기록한 문경은의 활약이 없었다면, 삼성의 우승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주희정-이규섭-맥클래리-호프 등 각 포지션 별로 가장 뛰어난 선수들로 구성된데다 강혁이라는 '주전급 식스맨'의 활약도 무시할 수 없었지만, 이들의 중심을 잡아준 문경은의 활약 역시 빛났다.

의외의 트레이드와 우승에 대한 갈증

 

 전자랜드 시절의 문경은

전자랜드 시절의 문경은 ⓒ 서민석

하지만, 삼성에서 은퇴까지 할 것만 같았던 문경은은 역설적으로 우승을 일군 2000∼2001시즌 이후 SK 빅스의 우지원과 전격 트레이드되기에 이른다. 표면적인 이유는 당시 김동광 삼성 감독이 우지원의 플레이 스타일이나 팀 전술 이해도가 문경은보다 낫다는 것이었지만, 눈에 보이는 갈등 때문이 아니었겠느냐는 추측도 무성했었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2002∼2003시즌부터 SK 빅스의 유니폼을 입은 문경은은 2003년 9월 전자랜드로 주인이 바뀔 때까지도 삼성 시절보다 언론의 주목은 더 받았었다. 이렇다 할 스타가 없었던 팀 특성상 아무래도 문경은의 상품성은 더욱더 돋보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듯 자신은 계속해서 꾸준히 성적을 냈지만, 정작 팀이 우승권 전력이 못 되다 보니 문경은 입장에선 우승에 대한 미련이 다시 한 번 싹 틀 수밖에 없었다. 물론, 삼성 시절 우승을 경험했지만, 프로 선수에게 있어 우승이라는 것은 '해도 해도 계속해서 하고 싶은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특별한 반전이 없다면, 타 팀으로의 이적은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다. 그랬던 그에게 2005∼2006시즌 도중 의외의 기회가 생긴다. 프로농구 최초의 외국인 감독으로 부임한 제이 험프리스 감독이 상대적으로 수비에 있어 약한 모습을 보였던 그를 벤치에 앉혀두는 경우가 잦아지면서 사이가 벌어진 것이었다.


결국, 문경은은 2006년 1월 9일자로 '농구 후배에게 자리를 내준다'는 당시 박수교 전자랜드 단장의 배려로 SK의 김일두-임효성과 함께 옷을 바꿔입는다. 문경은 입장에선 호화 멤버로 알려진 SK에서 다시 한 번 우승을 노릴 기회를 잡은 것이었다.


하지만, 시즌 도중 문경은을 영입한 SK는 2005∼2006, 2006∼2007시즌 각각 9위(24승 30패)위와 7위(21승 24패)에 그치면서 PO 진출에 실패했다. 특히나, 시즌 도중 자신을 영입해 화끈한 공격농구를 시도했던 김태환 당시 SK감독이 2006∼2007시즌 도중 단 9경기(3승 6패)만을 치르고 경질되는 아픔까지 맛봐야만 했다.

 

마지막 우승을 노리는 문경은

 

 지난 시즌 경기 도중 임재현을 격려하는 문경은(좌)

지난 시즌 경기 도중 임재현을 격려하는 문경은(좌) ⓒ 서민석

좀처럼 우승에 대한 꿈을 이루지 못하던 문경은은 올 시즌 새로운 감독인 김진 감독과 '특급 신인' 김태술이 팀에 합류하면서 다시 한 번 우승을 노릴 수 있게 됐다. 과거 2002∼2003시즌이었던 원주 TG 시절 선수 생활의 끝물이었던 허재 감독이 '보물급 센터' 김주성이 합류하면서 우승을 노렸듯 말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플레잉 코치'로 15경기에 나와 평균 10.33점에 3점슛 1.93개를 기록 중인 문경은은 비록 예전처럼 경기의 주인공은 아니지만, 후배들을 다독이는 고참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하고 있다. 1971년생으로 36살인 문경은 입장에선 후배들의 힘을 빌려 우승 꿈을 이뤄야 하는 셈이다.


특히나 자신의 프로 통산 1500개 3점슛 달성에 성공한 11월 25일 KCC와의 경기에서는 무려 16점(3점슛 2개)을 기록하면서 아직까지 건재함을 알렸다. 비록 팀은 76-78로 패했지만, 문경은의 인상적인 활약은 분명 SK 입장에선 고무적인 대목이었다.


1500개째 3점슛을 던지기 직전 문경은은 추승균을 제치고 노마크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차분하게 스탭을 다시 밟은 이후 침착하게 슛을 성공시켰다. 전성기 때라면 거침없이 올라갔겠지만, 그만큼 이제는 신중함이 생긴 것이다.


얼마 전 문경은은 '올해가 우승 적기'라는 자신감을 보인 적이 있다. 하향 평준화된 외국인 선수들의 수준을 감안해 봤을 때 김태술-방성윤-이병석-김학섭-전희철 등 화려한 국내 선수 멤버를 구축한 SK라는 것을 감안하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인 셈이다. 물론, 선수 개개인의 능력보다는 조직력이라는 내실을 갖추지 못해 다섯 시즌 연속 PO 무대를 밟아보지 못한 SK 입장에선 더욱더 신중해야 하는 셈이다.


과연 베테랑다운 노련함과 경험이라는 문경은의 힘이 SK를 우승으로 이끌 수 있을지 주목해보자.

2007.11.28 11:33 ⓒ 2007 OhmyNews
문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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