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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대학교 축구팀 선수인 백종환(22)은 15일 점심 무렵, 올림픽축구대표팀 선수로서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 경기차 가 있는 친구로부터 한 통의 전화연락을 받았다. 그 친구는 '거성 체조 세리머니'로 유명한 이근호(22·대구 FC)였다.

백종환이 전해 들은 소식은 "2008 K리그 드래프트에서 제주 유나이티드에 번외지명으로 입단하게 됐다"는 것이었다. 이 소식에 백종환은 국내에 있는 친구들보다 이근호의 더 빠른 정보력에 놀랐고, 무엇보다 프로에 갈 수 있다는 것에 안도했다.

이어 1990년과 1994년 월드컵대표를 지냈고, 지난 4년간 자신을 지도했던 구상범 인천대 감독에게서도 축하전화가 왔다. "열심히 하라"는 메시지였지만, 백종환은 기분 좋게 전화를 받지 못했다. 인천대 축구팀 내 다섯 명의 졸업 동기 중에 유일하게 혼자 프로에 가게 됐기 때문이다.

더불어 제주 UTD도 가고 싶은 팀이었지만 다른 팀에 가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었다. 게다가 '꼴찌'로 지명된 것은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것이나 마찬가지.

백종환, 그는 1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 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08 K리그 신인선수 선발 드래프트에서 제주에 '번외지명'으로 선발됐다. 제주 UTD가 선택한 다섯 명 중 가장 마지막에 선발, 프로에 겨우 승선했다고 봐야 할 만큼 그의 취업 문은 바늘구멍이었다.

이날 백종환을 비롯해 291명의 지원자 중 91명이 일자리를 찾았다. 2006 드래프트에서 200명의 지원자 중 127명이 선발됐다. 63.5%라는 취업률에 비하면 프로에 입문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지난해 236명이 지원해 87명(37%)이 선발, 4명이 더 일자리를 찾았지만 확률은 31%로 더 떨어질 만큼 너무나 좁은 문이었다.

김현태 제주 UTD 수석코치 "1순위로 지명하려던 선수"

김현태 제주 UTD 수석코치는 백종환 선수를 선발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1순위로 지명하려던 선수였다. 다른 포지션을 보강하다 보니 놓쳤다. 혹시 타 팀에서 선발할까 걱정했다. 내년 팀 정원을 서른다섯 명으로 줄인다는 방침인데 좋은 선수라 뽑았다. 팀 내 같은 포지션 선수들의 기량이 떨어지면 언제든지 치고나올 수 있는 선수다."

1순위 지명은 어느 구단이나 가장 먼저 선발하고 싶은 선수를 하기에 김 수석코치의 평가는 그의 실력이 그만큼 출중함을 의미한다. 게다가 1순위 1라운드에서 윤원일이라는 숨겨진 수비자원을, 2순위 2라운드에서 현 올림픽대표팀 왼쪽 날개로 활약한 김창훈까지 선발해 성공적인 드래프트였다고 할 수 있다.

백종환은 15일 전화통화에서 "가장 밑에 있으니까 열심히 해서 치고 올라갈 것"이라며 번외지명으로 선발된 소감을 담담히 밝혔다.

지난 6월, 백종환은 FA(대한축구협회)컵 26강 전 '프로' 광주 상무와의 경기에서는 오른쪽 날개 미드필더로 나서 과감한 측면 돌파와 중앙으로 넣어주는 감각적인 패스로 이강조 감독(광주 상무)을 당황하게 했다.

이날 경기에서 인천대의 모든 세트피스는 백종환이 처리할 정도로 킥도 예리했다. 특히 이 감독이 그와 맞닥뜨리는 광주의 왼쪽 수비요원을 교체할 정도로 백종환은 광주를 괴롭혔다. 결과는 광주의 2-1 승리였지만 경기장을 찾은 많은 관중은 백종환이 누구냐며 관심을 보였다.

백종환은 인천의 축구 명문 부평고를 지난 2004년에 졸업했다. 이근호, 개그맨 리마리오 흉내 세리머니로 팬들에 각인된 김승용(광주 상무), 하대성(대구 FC) 등 부평고 졸업 동기들이 프로로 직행할 때 대학을 선택했다.

그는 지난 FA컵 26강 전 종료 뒤 "대학에 진학한 뒤 플레이가 성숙해졌고 체격도 더 좋아졌다"면서 "전국대회에 꼭 우승해 나를 알리겠다"고 말했다. 바로 잘나가는 동기들을 따라잡겠다는 욕심을 드러낸 것이다. 더불어 "친구들과의 경쟁은 계속되고 있고 프로에 가게 되면 경쟁에서 이길 것"이라며 강한 승리욕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제주에 입단한 그와 함께 타 구단에 번외지명으로 들어간 스물여덟 명의 선수들은 계약기간 1년에 연봉 1200만원을 받게 된다. 순위 내 지명과 우선지명을 받은 63명의 선수는 각각 계약기간이 3년인 1라운드 지명의 5천만원, 2라운드 4400만원, 3라운드 3800만원, 4라운드 3200만원, 5라운드 2600만원, 6라운드 2천만원이다.

'내가 지금 흘리는 땀 한 방울이 내 미래를 책임져 줄 보험인 셈이다'라는 생각으로 선수생활을 해온 백종환. 그는 이제 이근호, 김승용의 친구가 아닌 K리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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