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는 끝났지만 여전히 스크린은 영화제와 열애 중이다. 우후죽순 생겨나는 크고 작은 영화제들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지만, 그것들 반기는 이들도 많다. 오는 11월에도 많은 영화제가 열린다는 소식이다.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포스터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포스터 ⓒ ASIFF 2007

11월 영화제의 문을 열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ASIFF 2007)가 오는 1일 개막한다. 벌써 올해로 5번째를 맞이하는 이 영화제는 씨네큐브 개막작 <선거일 밤> 상영을 시작으로 닷새 동안 열린다.

 

역대 최다인 총 34개국, 89편의 단편영화가 국제경쟁부문과 특별 프로그램 등으로 나뉘어상영된다. 또 지난해에 이어 고정 섹션화한 ‘감독열전’, ‘테마 단편전’, ‘믹스 플래닛’을 올해도 만나 볼 수 있다. 아울러 감독과 작품에 대해 심도 있게 대화를 진행할 수 있는 ‘집중공략 토크쇼 아시프 플러스’도 선보인다.

 

여기에 국제경쟁부문 심사위원장에는 이창동 감독이 위촉됐고, 영화배우 이미연은 연기상이라 할 수 있는 ‘단편의 얼굴상’ 특별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 등 5번째를 맞이하는 만큼 영화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제5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는 ‘아름다운 재단’과 함께 'AISFF2007 벼룩시장'을 개최한다. 영화제 기간 중 하루인 11월 2일 토요일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씨네큐브 극장 로비에서 열릴 ‘AISFF2007 벼룩시장’은 영화제를 찾는 관객뿐 아니라, 영화제 출품 감독 및 해외 게스트, 영화제 스탭, 심사위원, 자원활동가까지 모두가 참여하는 것.

 

벼룩시장을 통해 얻어지는 판매수익금 전액은 ‘아름다운 재단’에서 아동, 청소년 문화 체험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꿈꾸는 나무 기금'에 기부된다. 자세한 일정 및 참여 방법은 제5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개막작은?

 

올해 영화제의 개막작은 단편영화의 매력에 흠뻑 빠져볼 수 있는 작품으로 덴마크 출신의 안더스 토마스 옌센 감독의 <선거일 밤>, 폴란드 출신의 즈비그뉴 립친스키 감독의 <이매진>, 미국 출신의 제이슨 라이트먼 감독의 <걸프>를 선정했다.

 

[개막작①] 현대 다문화를 풍자한 <선거일 밤>

 

 영화<선거일 밤>

영화<선거일 밤> ⓒ ASIFF 2007

혈기 왕성한 이상주의자 피터는 선거 장소로 가는 길에 다양한 인종의 논객을 만나게 되고 그들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았다. <선거일 밤>은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사는 현대의 다문화 사회를 풍자한 블랙코미디다. 이 작품의 감독인 안더스 토마스 옌센은 이번 영화제에 국제경쟁부문 심사위원이기도 하다. 안더스 토마스 옌센 감독은 개막식에서 이 영화를 직접 소개할 예정이다.

 

[개막작②] 실사와 애니매이션을 자유자재로 <이매진>

 

즈비그뉴 립친스키 감독은 혁신적인 영상미학으로 명성이 높은 감독이다. <이매진>은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경계를 허물고 존 레논의 주옥같은 음악에 맞추어 우리 인생을 은유 하는 감미로운 작품이다. 우리의 인생이 처음으로 돌아간다는 심오한 철학까지 담긴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개막작③] 단편영화의 미덕을 갖춘 <걸프>

 

영화 <걸프>는 위트 있는 대사와 빠른 전개, 예상을 뒤엎는 반전 등으로 단편영화의 미덕을 갖춘 유쾌한 작품이다. 민물에서 죽어가는 금붕어를 살리기 위해 소금물을 찾아 고군분투하는 한 남자 이야기를 깔끔한 그래픽과 정교한 카메라 워크로 조합한 수작이다. 특히 위트 있는 스토리텔링과 긴박하고도 코믹한 설정으로 단편영화는 지루하다라는 공식을 깬 영화이기도 하다.

 

메가박스일본영화제, 일본영화가 몰려온다

 

 메가박스일본영화제 포스터

메가박스일본영화제 포스터 ⓒ 메가박스

일본영화제가 잊을만 하면 한 번씩 찾아오는 시대가 되었다. 올해로 4회째를 맞는 메가박스일본영화제는 오는 11월 14일부터 18일 4일간 열린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열리는 이 영화제에선 다양한 일본 작품들을 만나 볼 수 있다.

 

이번 영화제의 특징은 바로 일본애니메이션 영화제라고 불릴 만큼 많은 애니메이션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총 상영작 18편 중 8편이 애니메이션이고 나머지 10편은 만화를 원작으로 한 극영화들이다.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이르기까지, 만화를 원작으로 한 극영화와 다양한 애니메이션을 만나 볼 수 있다.

 

올해 영화제는 '표현은 힘'이라는 슬로건답게 다양한 영화들로 영화제를 채웠다. 이번 영화제의 개막작과 폐막작으론 <갓파 쿠와 여름방학>과 <Always 3번지의 석양–속편>을 선정했다.

 

이밖에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 함께 일본 애니메이션계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의 1981년작 <꼬마숙녀 치에-극장판>과 <공각 기동대>의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초기작 <시끌벅쩍별 녀석들 2-뷰티풀 드리머>(1984), 황폐화된 문명 속에서 인간의 참혹한 미래의 모습을 담아낸 SF 걸작으로 손꼽히는 오토모 가쓰히로 감독의 <아키라>(1988), <내일의 조>의 데자키 오사무 감독의 <캡틴-극장판>(1981), 스기이 기사부로의 <은하철도의 밤>(1985) 등 좀처럼 스크린에서 볼 수 없었던 거장들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메가박스일본영화제 개막작과 폐막작

 

[개막작] 애니메이션의 대작 <갓파 쿠와 여름방학>

 

 일본 애니메이션의 최고봉 <갓파 쿠와 여름방학>

일본 애니메이션의 최고봉 <갓파 쿠와 여름방학> ⓒ 메가박스

<갓파 쿠와 여름방학>은 아동문학가 고구레 마사오의 <갓파 대소동> <갓파 깜짝여행>을 원작으로 5년여의 제작기간에 걸쳐 완성한 감동의 애니메이션 대작이다. 특히 이 영화는 일본의 상상 속 동물인 갓파와 함께 보낸 한 소년의 모험담을 그렸다. 특히 아이들보단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 찬사를 받을 정도로 스토리텔링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또 상상 속의 동물을 위화감 없이 이야기 속에 녹여내면서 현대 인간 사회의 문제점도 지적해 일본애니메이션 마니아로부터 일찌감치 회자됐던 애니메이션이다. 


[폐막작] 일본 국민 만화를 영화화한 <Always 3번지의 석양-속편>

 

야마자키 다카시 감독의 <Always 3번지의 석양-속편>은 일본 아카데미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한 14개 부문을 수상한 <Always 3번지의 석양>(2005)의 두 번째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1973년부터 연재를 시작해 30년 동안 일본인들의 사랑을 받은 이 작품은 1960년대 일본의 풍경을 사실적으로 그려내 다시 한 번 호평을 받았다. 특히 전편에 출연한 배우들과 참여한 스태프들이 다시 한 번 다 모여 만든 작품이어서 다시금 기대를 받고 있는 영화 중 하나다.

 

여성들을 위한, 핑크영화제


 <씨너스 핑크영화제>의 포스터

<씨너스 핑크영화제>의 포스터 ⓒ 씨너스

멀티플렉스 체인 씨너스에서 이색영화제가 열린다. 오는 1일부터 7일까지 씨너스 이수점에서 일본 핑크영화를 상영하는 ‘씨너스 핑크영화제’가 그 주인공이다. 이 영화제는 여성들의 입장만 허용하고 개막일 1일에 한해서 남자 관객들을 받는 것으로 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

 

이 영화제에선 일본 성인 영화를 지칭하는 ‘핑크영화’들을 보여줄 예정인데, 성인 영화이지만 포르노와 같은 노골적인 성적 묘사는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성을 소재로 한 남녀 간 관계와 심리묘사에 치중한다.

 

일본에선 이런 핑크영화가 독립영화의 한 장르로 인정받고 있다. 3000만원이라는 저예산, 평균 3일이라는 촬영기간, 정사장면의 횟수 등 이른바 '핑크영화룰'만 지키면 감독의 자유로운 창작이 보장된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변태가족, 형의 새 각시> <당한 여자> 등 일본 핑크영화의 걸작들을 포함해 핑크영화의 최근 흐름을 볼 수 있는 최신작 8편 등 총 11편을 만날 수 있다.

 

2일 오후 4시에는 영화진흥위원회와 '한일 저예산 독립영화 포럼'이 개최되고, 3일 오후 5시에는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의 봉만대 감독과 여성관객과의 '핑크토크'(여성들이며 당당하게 욕망하라)가 열린다. 또 영화제 기간 중에는 일본의 핑크영화 감독들이 대거 방한해 국내 여성 관객과 대화(GV)를 나누는 시간도 마련된다.

 

상상 그 이상! 전설적인 핑크영화
 

기상천외한 변태 가족 이야기, <변태가족, 형의 새 각시>


 핑크영화의 전설 <변태가족, 형의 새 각시>

핑크영화의 전설 <변태가족, 형의 새 각시> ⓒ 씨너스

아내를 버리고 바람을 피우는 장남, 남편에게 버림받고도 가족을 돌보지만 스스로 새디즘에 빠지는 며느리, 윤락업주와 결혼하는 딸, 형수를 넘보는 차남 등 한 마디로 콩가루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변태가족, 형의 새 각시>. 영화는 <쉘 위 댄스> 일본 최고의 흥행 감독 수오 마사유키의 데뷔작으로 인간의 내면을 조심스럽게 전달하는, 핑크영화의 전설적인 작품이다.

 

인생 막장에서 피어난 사랑과 우정, <당한 여자>


영화 <당한 여자>는 인생 막장에서 만난 히로시와 젠, 선술집 주인 미미의 사랑과 우정에 관한 이야기다. 이 작품은 다카하시 반메이 감독 최고의 걸작으로 불린다. 특히 주인공 3명이 서로의 마음을 담아 기념 촬영하는 장면과 칼에 찔린 히로시와 이 사실을 모르는 젠이 길 모퉁이에서 블루스를 추는 장면은 명장면으로 꼽힌다. 이때 흐르는 배경음악 '거만한 왈츠'와 어우러져 강한 여운을 남긴다. 이 영화는 놀랍게도 120만엔이라는 초저예산으로 4일 만에 촬영된 화제작이다. 돈이 되는 핑크영화로 객석을 채우기를 원했던 제작사의 욕심과 결코 작품성을 포기하지 않고 핑크영화 안에서 승화시킨 감독의 고집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내고 있는지도 주목해 볼 만하다.

2007.10.27 10:09 ⓒ 2007 OhmyNews
영화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