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예노르트에 입단한 이천수는 21일 새벽(한국시각) 데 퀴프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07-2008 네덜란드 프로축구 엑셀시오르와의 경기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줬다. 사진은 지난 2006년 5월26일 저녁,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의 축구대표팀 평가전에서 공을 몰고 상대 진영으로 넘어가는 이천수 선수의 모습.

페예노르트에 입단한 이천수는 21일 새벽(한국시각) 데 퀴프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07-2008 네덜란드 프로축구 엑셀시오르와의 경기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줬다. 사진은 지난 2006년 5월26일 저녁,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의 축구대표팀 평가전에서 공을 몰고 상대 진영으로 넘어가는 이천수 선수의 모습. ⓒ 오마이뉴스 권우성

"천수야! 고마워."

 

88분, 왼쪽 구석에서 이천수는 날카로운 왼발 띄워주기를 골문 바로 앞으로 날려주었고 이를 향해 로이 마카이는 몸을 날리며 발끝을 내밀었다. 비록 추가골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마카이는 자신에게 좋은 패스를 보내준 이천수에게 연거푸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낯선 새 얼굴의 동료에게 보내는 각별한 감사 표시였다.

 

판 마르바이크 감독이 이끌고 있는 페예노르트 로테르담은 우리 시각으로 21일 새벽 데 퀴프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07-2008 네덜란드 프로축구 엑셀시오르와의 안방 경기에서 주장 히오바니 판 브롱크호르스트의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이겼다.

 

데 포르티보 라 코루냐(스페인)와 바이에른 뮌헨(독일)을 거치며 네덜란드 출신의 골잡이로서 이름을 널리 자랑했던 노련한 골잡이 로이 마카이(32)는 경기 종료 직전에도 프리킥을 얻어낸 이천수의 어깨를 감싸쥐며 귀엣말을 나눌 정도로 특별한 관심을 보여주었다.

 

어쩌면 이천수는 그 실력을 떠나 운이 좋은 축구 선수일지도 모른다. 문화도 다르고 말도 잘 통하지 않는 낯선 곳에서 새롭게 둥지를 든 자신에게 동료들이 이렇게 관심을 보여준다는 사실은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 동료가 팀의 정신적 지주라 할만한 최고의 골잡이라는 사실은 이천수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안방 팬들 앞에서 32분간 인상적인 활약

 

판 마르바이크 감독은 0-0의 팽팽한 균형을 깨뜨리기 위해 공격적 결단을 내렸다. 그 중심에 이천수가 서 있었다. 61분, 페예노르트 고유의 유니폼 등짝에 16번이 찍힌 작은 체구의 한국인 선수가 들어와 날개 공격수로 뛰기 시작했다. 4만 명이 넘는 로테르담 팬들은 이천수의 잰걸음을 호기심 넘치는 눈초리로 지켜보기 시작했다.

 

로이 마카이를 가운데 두고 왼쪽 측면에서 움직이기 시작한 이천수는 30분 남짓 뛰는 동안 페예노르트 공격의 키 플레이어였다. 마치 한국에서 데려온 새 얼굴을 집중적으로 시험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방송 카메라 앵글도 이천수의 얼굴을 돋보이게 만들어주었다.

 

66분, 수준 높은 찔러주기로 왼쪽 코너킥을 만들고 자신이 직접 처리하면서 본격적으로 그 가벼운 몸놀림을 보여준 이천수는 들어간지 7분만에 데뷔골 기회를 얻기도 했다. 로이 마카이가 밀어준 공을 받아 골문 바로 앞에서 오른발 슛 기회를 얻었지만 수리남 태생의 엑셀시오르 오른쪽 수비수 반드야르의 태클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이천수에게는 몹시 아쉬운 순간이었지만 이를 가까이에서 지켜본 쿠이퍼스 주심은 양 팔을 벌리며 반칙 상황이 아님을 분명하게 알려주었다.

 

이 과정을 통해 반 박자 빠른 볼 처리가 필요하다는 교훈을 얻은 이천수는 다시 심기일전하기 시작했다. 곧바로 왼쪽에서 오른발 띄워주기를 통해 상대 골문을 위협했다. 그의 발끝에서 공이 움직이면 뭔가 박진감 넘치고 흥미로운 상황이 만들어진다는 공식을 본격적으로 만들기 시작한 것이었다.

 

본격적으로 막 오른 이천수의 새로운 도전

 

76분에는 수비에 가담하면서 또 하나의 인상적인 몸놀림을 보여주었다. 왼쪽 옆줄에서 공을 가로챈 그는 침착한 연결을 통해 마카이의 슛까지 이어지는 빠른 역습을 이끌어낸 것이었다. 이쯤 되면 상대 수비수들은 그의 움직임에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곧바로 마카이의 찔러주기를 받은 주장 히오바니 판 브롱크호르스트가 왼발 돌려차기로 귀중한 결승골을 뽑았고 이천수는 동료들과 함께 뜻깊은 데뷔전 승리와 리그 1위(7승 1패 21점, 17득점 5실점) 지키기를 자축했다. 땀방울이 흘러내리는 그의 얼굴에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의 실패 경험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듯 보였다. 이렇게 그의 새로운 도전은 본격적으로 막이 올랐다.

덧붙이는 글 | ※ 2007-2008 네덜란드 프로축구 21일 경기 결과

★ 페예노르트 로테르담 1-0 엑셀시오르 [득점 : 히오바니 판 브롱크호르스트(77분,도움-로이 마카이)]
- 이천수 데뷔전 32분 활약

2007.10.21 09:32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 2007-2008 네덜란드 프로축구 21일 경기 결과

★ 페예노르트 로테르담 1-0 엑셀시오르 [득점 : 히오바니 판 브롱크호르스트(77분,도움-로이 마카이)]
- 이천수 데뷔전 32분 활약
이천수 페예노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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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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