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관중석 11일 오후 성남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2군 리그 결승전. 관중은 거의 없었지만 우승을 위해 양 팀 선수들은 신나게 뛰었다.

▲ 텅 빈 관중석 11일 오후 성남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2군 리그 결승전. 관중은 거의 없었지만 우승을 위해 양 팀 선수들은 신나게 뛰었다. ⓒ 이성필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를 남겨 둔 2007 삼성 하우젠 K리그는 성남 일화와 수원 삼성의 1, 2위 경쟁, 경남FC와 울산 현대의 3, 4위 경쟁, 그리고 남은 두 장의 6강 플레이오프 티켓을 따기 위한 중위권 5개팀 간의 경쟁으로 점점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언론과 축구팬들의 관심이 모두 K리그에 쏠려있는 지금 아무도 모르게 결승전을 치른 축구 리그가 있다. 바로 2군 리그다. 

 

선수 부족으로 참여를 포기한 대전 시티즌, 대구FC를 제외하고 지역별로 A, B, C조로 나뉘어 경기를 치른 2군 리그는 4강 전을 거쳐 성남 일화와 포항 스틸러스가 결승에 올라 우승컵을 다투게 됐다.

 

2군 리그에서 1군으로 올라온 선수들이 좋은 활약으로 팀에 도움이 되고 있는 사례는 많다. 지난해 2군 리그 MVP였던 이근호가 올 시즌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대구로 이적해 8골로 국내선수 중 가장 많은 득점을 기록했다. 또한 최근 위기에서 팀을 구해내는 활약을 하며 젊은 피의 힘을 보여주고 있는 FC서울의 이상협, 안상현 등이 오랜 2군 생활로 다져진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올 시즌 2군 리그는 지난 9월 초 FC서울-수원 삼성 간의 경기에서 서울의 한 팬이 수원의 '반지의 제왕' 안정환에 막말을 하면서 세삼 주목을 받았다. 이후 2군 리그의 열악함을 비롯해 다양한 문제점이 지적됐지만 이내 관심은 수그러들었다.

 

관심 받고 싶은 2군 리그 

 

득점 후 기뻐하는 선수들 성남의 조용형(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헤딩으로 득점에 성공한 뒤 동료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가장 오른쪽은 올림픽 대표팀 공격수 한동원. 그도 2군 리그에서 뛰고 있다.

▲ 득점 후 기뻐하는 선수들 성남의 조용형(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헤딩으로 득점에 성공한 뒤 동료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가장 오른쪽은 올림픽 대표팀 공격수 한동원. 그도 2군 리그에서 뛰고 있다. ⓒ 성남 일화

지난 10일 오후 2시, 2군 리그 결승 1차전이 열린 성남 종합운동장은 2군 리그의 열악한 상황을 충분히 보여줬다. 경기 시작 직전까지 관중석은 양 구단 관계자를 제외하면 거의 텅 빈 상태였다.

 

흡사 K리그의 하부리그 격인 내셔널리그의 경기 풍경을 보는 듯했다. 경기 직전 서포터들의 기 싸움으로 후끈 달아올랐던 K리그와 너무나 달랐다.

 

하지만, 선수들은 이에 개의치 않고 연습에 몰두했다. 연습하는 선수들 사이로 낯익은 얼굴들이 보였다.

 

2008 베이징 올림픽 대표팀의 일원으로 공격 선봉에 서서 득점을 하기도 했던 성남의 한동원(21), 다큐멘터리 영화 <비상>에서 인천 안종복 사장의 속을 태우며 비싼 몸값을 받고 인천에 있다가 지난 시즌 성남으로 이적한 서동원(32) 등 1군 실력을 갖추고도 소속팀의 탄탄한 선수 구성 때문에 2군으로 밀린 선수들이다.

 

포항에도 이들과 비슷한 처지의 선수들이 연습에 몰두하고 있었다. '총알 탄 사나이'로 불리며 한때 국가대표까지 지냈지만 소속팀에서의 적응에 어려움을 겪으며 1, 2군을 오르내린 최태욱(26), 지난해 이동국(현 미들즈브러)의 빈자리를 9득점 3도움으로 훌륭히 메우며 포항 공격의 대안으로 떠올랐지만 올 시즌 원인 모를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고기구(27) 등이 보였다.  

 

이들 모두는 전날 1군 경기 대기명단에 올랐지만 투입되지 않았거나 짧은 시간을 소화해 경기에 뛰게 됐다.  

 

결승 경기 시작 10여 분을 남기고 북쪽 관중석 전광판 아래 약 십여명의 성남 서포터들이 자리했다. 이들은 조용한 경기장을 흔들며 "성남FC 알레 알레~"를 외쳤다. 반대편에는 아무도 없어 이들의 목소리는 더 인상적으로 들렸다. 이어 선수들이 심판과 함께 입장했다. 입장 음악도 장내 아나운서의 화려한 멘트도 없었다.

 

초반 선수들의 플레이는 실수 연발이었다. 엇갈리는 패스가 속출하는 등 맥이 여러 번 끊겼다. 의욕이 너무 넘친 나머지 고기구 선수는 공중볼 다툼에서 상대보다 더 높이 뛰어오르다 그라운드에 쓰러져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경기는 성남이 조용형과 도재준의 연속골로 이성재가 한 골을 만회한 포항을 제치고 2-1의 승리를 거뒀다.

 

열악한 2군 리그, 그래도 꿈은 이루어진다

 

전광판 아래서 큰 목소리로! 경기 시작 전 서너명의 서포터가 북쪽 전광판 아래 자리해 응원을 펼쳤다.

▲ 전광판 아래서 큰 목소리로! 경기 시작 전 서너명의 서포터가 북쪽 전광판 아래 자리해 응원을 펼쳤다. ⓒ 이성필

2군 경기답게 재미있는 광경도 있었다. 코너킥을 얻은 성남의 서동원은 동료와 신호가 안 맞은 나머지 크로스를 하지 않고 홀로 드리블해 나와 공격권을 상대에 넘겨주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그라운드 밖으로 벗어난 볼이 경기장 내 위치한 한 사무실의 창에 맞으면서 걸쳐있는 방범창 틀이 내려앉는 사태(?)까지 일어났다.

 

이날 경기는 오후 2시에 열렸다. 결승전이라는 타이틀을 생각하면 좀 더 관중이 찾을 만한 시간에 배정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성남 서포터 김근석(28)씨는 “좀 더 관중이 많이 올 수 있는 시간에 경기를 배정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성남시에서 협조를 해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프로축구연맹의 양태오 운영부장은 “이런 경기는 시에서 협조를 해줘야 하는데 잔디 상태만 봐도 벌써 그렇지 않음을 알 수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의 말대로 며칠 전 같은 장소에서 성남 시민의 날 행사가 열려 잔디는 곳곳이 패여 있었다. 선수들은 쉼 없이 넘어졌고 결국 후반 41분, 성남의 신상우는 투입된 지 3분 만에 부상으로 실려나갔다. 

 

정철수 성남 사무국장도 시의 협조가 이뤄지지 않음을 하소연했다.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4강 전도 홈이 아닌 안양에서 겨우 치렀을 정도다.

 

그래도 경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각급 청소년 대표를 거쳐 2005년 성남에 입단해 올 시즌 2군리그 득점 5위에 오른 신영철(21)은 “1군 경기와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이 한 걸음이라도 더 뛰게 만든다”라고 말했다. 미드필더인 그는 올 시즌 피스컵과 A3(한, 중, 일 프로축구선수권대회)를 제외하고 정규리그에서는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다.

 

한편 2군 리그의 우승팀은 오는 18일 포항스틸야드(축구전용구장)에서 2차전을 통해 가려진다.

2007.10.12 16:22 ⓒ 2007 OhmyNews
프로축구 2군 리그 성남 일화 신영철 서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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