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승 최고에요! 김경문 두산 감독(오른쪽)이 다니엘 리오스의 20승을 축하하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우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 20승 최고에요! 김경문 두산 감독(오른쪽)이 다니엘 리오스의 20승을 축하하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우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두산 베어스

2007 프로야구 정규시즌이 사실상 끝났다. 그러나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9일부터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에 돌입한 프로야구는 현재 정규시즌 한 경기가 남아있는 상태다. 7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비로 인해 '무기한 연기'되면서 정규시즌 마감이 뒤로 미뤄지게 된 것. 이 경기는 포스트시즌이 끝나고 치러질 예정이다.

그렇다고 해서 각 부문별 1위인 '타이틀 홀더'가 결정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한화와 KIA를 제외한 6개 구단은 전 경기를 소화해 거의 모든 기록의 부문별 1위가 거의 확정됐다고 봐도 무관하다.

두산 리오스, 1위가 도대체 몇 개야?

2007년 정규시즌을 수놓은 최고의 선수는 단연 다니엘 리오스(35·두산 베어스)다. 2006년이 투수 부문 3관왕을 차지한 류현진(20·한화 이글스)과 타격 부문 3관왕을 차지한 이대호(25·롯데 자이언츠)의 해였다면 올해는 '리오스의 해'라고 해도 될 정도다.

리오스의 활약은 기록으로 잘 나타난다. 리오스는 선발투수 가운데 가장 많은 33번의 선발등판을 했으며 무려 22승을 기록해 다승 부문 공동 2위인 류현진과 케니 레이번(33·SK 와이번스)을 5승 차이로 따돌리며 독보적인 위치를 지켰다. 22승을 거두는 동안 패는 5번 밖에 없어서 승률(.815) 또한 높다.

이번 리오스의 기록은 1990년 해태 타이거즈의 선동열(현 삼성 감독)이 22승을 거둔 이래 18년 만에 나온 '대기록'이다. 프로야구 출범 이후 26년 동안 구원승을 포함하더라도 22승이 작성된 적은 고작 9번 밖에 없다.

특히 리오스의 22승은 모두 선발로 나와 만들어 낸 것이어서 의미가 더욱 깊다. '선발승'으로만 따지면 한국 프로야구에서 1983년 삼미 슈퍼스타즈의 장명부가 세운 28승 이후 두 번째로 많은 승수이기도 하다.

단독 1위를 차지한 2점대 초반의 평균자책점(2.07)도 경이적이기는 마찬가지다. 만약 리오스가 지난달 25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KIA와의 방문경기에서 많은 자책점을 기록하지 않았다면 1점대 평균자책점 달성도 바라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리오스는 이 경기에서 6이닝 동안 5자책점(5실점)의 투구 내용으로 1점대 평균자책점 도전에 실패했다.

 

미남 리오스 리오스는 지난 8월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실력도 출중하지만 외모도 그에 못지 않다.

▲ 미남 리오스 리오스는 지난 8월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실력도 출중하지만 외모도 그에 못지 않다. ⓒ 오마이뉴스 김귀현

리오스의 '1위쇼'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기준인 WHIP(몸에 맞는 공을 제외한 이닝 당 출루 허용) 또한 1.06을 기록하며 1위다. WHIP이 1에 못 미칠 경우 '특급투수'의 반열에 올랐다고 봐도 무관하다. 물론 리오스가 기록한 1.1아래의 수치도 굉장히 훌륭한 것이다.

리오스는 이닝 면에서도 리그 최고의 이닝이터(inning eater·이닝을 많이 소화하는 선발투수) 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했다. 무려 234.2이닝이라는 경이적인 이닝을 던져 이 부문 역시 단독 1위를 지켰다. 정규시즌 162경기(한국 126경기)를 치르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도 올해 이보다 많은 이닝을 던진 선수는 단 2명(C.C. 사바시아 241이닝, 브랜던 웹 236.1이닝)에 불과하다.

이렇게 리오스는 올해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선수'로 거듭났지만 1년 전만 하더라도 상황은 판이하게 달랐다. 2006년의 리오스는 34경기에 등판해 2.90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는 등 여전히 꾸준하고 뛰어난 선수였다. 그러나 정작 '운'이 따르지 않았다.

리오스가 등판하는 날에는 어김없이 타선이 침묵하기를 반복, 결국 12승 16패로 시즌을 마감해야 했다. 16패는 2006년에 등판한 투수 가운데 가장 높은 패수였다.

하지만 이 상황은 불과 1년 사이에 '추억'이 됐다. 리오스는 올해 소속팀인 두산을 2위로 이끈 일등공신으로 거론되고 있어 최우수선수(MVP) 선정이 유력하다. 한국 야구사에 길이 남을 '뛰어난 기록'을 세운 것만으로도 MVP 자격은 충분하다.

안경 바꾼 심정수, '과거의 위상' 일부 살렸다

 

타격에 눈 떴다. 심정수는 30홈런과 100타점을 넘기며 확실히 부활했다.

▲ 타격에 눈 떴다. 심정수는 30홈런과 100타점을 넘기며 확실히 부활했다. ⓒ 삼성 라이온즈

타자 부문에서는 심정수(32·삼성 라이온즈)의 약진이 단연 눈에 띈다. 심정수는 클리프 브룸바(33·현대 유니콘스)와 이대호가 각각 29개 홈런으로 주춤한 사이 홈런(31개)과 타점(101개)을 싹쓸이 하며 주가를 높였다. 심정수가 '30홈런-100타점'을 달성한 것은 4년 만이며 삼성 이적 후 처음있는 일이다.

심정수는 지난 6월 그간 써왔던 주황색 특수 선글라스를 버리고 투명한 안경을 쓰기 시작했다. 이런 '안경 바꾸기 전략'이 적중하기 시작하면서 심정수는 점점 무서운 4번 타자로 바뀌었다. 상승세의 원인을 '바뀐 안경'에 있었다고도 볼 수 있다.

특히 올해 처음 도입된 '서머리그'는 그를 위한 무대였다. 심정수는 7월 15일(초복)부터 8월 14일(말복)까지 열린 서머리그 20경기에서 .319의 타율과 7홈런 23타점이라는 뛰어난 성적을 올렸다. 소속팀 삼성도 상승세를 타며 14승 6패(승률 .700)로 서머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만약 심정수가 발군의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면 4위에 턱걸이한 삼성의 서머리그 우승은 아예 없었을 것이다. 아울러 5위 LG 트윈스에게 막판 덜미를 잡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삼성은 정규시즌 마지막 10경기에서 3승 7패로 극심한 부진을 면치 못했다. 물론 여기에는 참담하기 그지 없는 '6연패'도 포함돼있다. 이와 같이 삼성이 4번 타자 심정수의 맹활약을 틈타 서머리그에서 선전을 하지 못했다면 하위권으로 처질 수 있었던 가능성은 매우 높았다. 심정수의 부활이 의미있는 이유다.

2년차 '괴물' 류현진의 질주, 이현곤과 오승환도 선전

 

우리는 '타이틀 홀더' 류현진(왼쪽)은 탈삼진 부문을 이현곤(가운데)은 타율과 최다안타 부문에서 각각 1위를 차지했다. 오승환은 세이브 1위 투수다.

▲ 우리는 '타이틀 홀더' 류현진(왼쪽)은 탈삼진 부문을 이현곤(가운데)은 타율과 최다안타 부문에서 각각 1위를 차지했다. 오승환은 세이브 1위 투수다. ⓒ 한화 이글스, KIA 타이거즈, 삼성 라이온즈

괴물은 역시 괴물이었다. 데뷔 2년을 맞이한 류현진에게 '2년차 징크스'는 찾아볼 수 없었다. 비록 지난해처럼 다승(18승)과 탈삼진(204개), 평균자책점(2.23)에 걸쳐 모두 1위를 차지하지는 못했지만 훌륭한 성적을 낸 것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류현진은 올해 낙폭이 큰 슬라이더를 장착해 더욱 노련한 투구 내용을 선보였다. 뛰어난 구위를 바탕으로 178개의 탈삼진을 기록해 이 부문 단독 선두로 자존심을 지키기도 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닥터 K'의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한 셈이다.

승리가 적었던 것도 아니다. 조용히 시즌 17승 등정에 성공한 그는 지난해보다 고작 1승이 모자란 승리를 올렸을 뿐, 여전히 발군의 기량을 선보였다. 이는 SK의 레이번과 함께 다승 부문 공동 2위에 해당하는 좋은 기록이다.

또한 류현진은 211이닝을 소화하면서 평균자책점 2.94를 기록해 2년 연속 200이닝과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올해를 기준으로 볼 때 이 기록은 두산의 리오스와 류현진 둘만이 이어가게 됐다.

한편 KIA의 이현곤(27)도 상당한 선전을 펼쳤다. 최하위에 머무른 KIA에서 유일하게 자존심을 지킨 선수는 이현곤 뿐이었다.

이현곤은 지난해 4월 갑상선 질환으로 의병 제대해 시즌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투입되기 시작했다. 3루수인 그는 공격력보다 '내야수의 기본'이라는 수비력이 돋보이던 선수였다.

하지만 올해는 타격 부문에서도 크게 두각을 나타냈다. 이현곤은 특유의 빠른 배트스피드를 앞세워 최다 안타(153개)와 타율(.338) 부문을 석권, 2관왕에 올랐다. 올해 때려낸 153개의 안타는 그 전까지 본인이 프로에서 4시즌 동안 기록한 안타수(213개)와 비교를 해도 될 정도이다.

구원투수 중에서는 삼성의 마무리 투수 오승환(25)이 빛났다. 오승환은 시즌 40세이브로 이 부문 단독 선두에 올랐고 2년 연속 40세이브(지난해는 47개)를 달성했다. 30세이브를 달성한 2위 우규민(22·LG)과는 적잖은 차이가 난다.

특히 올해 오승환이 100세이브 고지를 돌파한 것은 그의 비범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오승환은 9월 18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KIA와의 경기에서 최소경기(180경기), 최소시즌(3시즌)만에 '개인 통산 100세이브 고지'에 오르며 명실상부한 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등판의 순도도 높았다. 지난해에 비해 포심 패스트볼의 구위 저하와 슬라이더를 조합한 단조로운 패턴이 분명히 승부에 적잖은 '걸림돌'이었음에도 불구 42번의 세이브 기회에서 세이브를 날린 적은 단 2번 밖에 없었다. 올해 기록한 1.40의 평균자책점과 0.90의 WHIP도 마무리 투수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기록이었다.

'신구의 조화'도 있었다

나이를 잊은 그들 양준혁(왼쪽)과 전준호는 만 40세가 가까운 나이에 진기록을 세우며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었다.

▲ 나이를 잊은 그들 양준혁(왼쪽)과 전준호는 만 40세가 가까운 나이에 진기록을 세우며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었다. ⓒ 삼성 라이온즈, 현대 유니콘스

부문별 1위를 차지하지는 못했지만 돋보이는 선수들도 많았다.

삼성의 양준혁(38)은 이종범(37·KIA)이 가지고 있던 '최고령 20(홈런)-20(도루)클럽'을 넘어서 야구팬들을 놀라게 했다. 홈런은 8월 24일부터 20개를 넘어섰지만 문제는 도루였다. 적잖은 나이를 감안하면 많은 도루는 기대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양준혁은 시즌 마지막 2경기에서 3개의 도루를 집중시키는 저력을 발휘해 기어코 시즌 20도루를 채웠다. 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2개를 성공한 것이 컸다.

베테랑의 힘을 느끼게 하는 사건은 또 있었다. 현대 외야수 전준호(38)가 올해까지 1954경기를 출장해 종전의 최다경기 출장 기록을 경신한 것. 종전 기록 보유자는 1950경기를 나선 한화의 장종훈(현 한화 2군 타격코치)이다.

'젊은 피'의 활약도 있었다. 지난해의 류현진 만큼은 아니지만 두산의 신인투수 임태훈(19)이 '조용한 반란'을 일으켰다. 임태훈은 구원투수로 뛰면서 64경기에 출장해 101.1이닝을 던졌고 7승과 20홀드(2위)를 거뒀다. 평균자책점(2.40)과 WHIP(1.12)도 좋았다. 위와 같은 좋은 성적으로 임태훈은 사실상 올해 신인왕 선정이 가장 유력한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덧붙이는 글 | 필자 블로그
 http://aprealist.tistory.com

2007.10.10 11:07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필자 블로그
 http://aprealist.tistory.com
프로야구 리오스 심정수 류현진 이현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정의당 동작구위원장. 전 스포츠2.0 프로야구 담당기자. 잡다한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