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감독님이 최고." 승리의 기쁨이란 이런 것일까. 우승을 확정한 한양대 선수들이 천보성 감독을 헹가레 치고 있다.

▲ "우리 감독님이 최고." 승리의 기쁨이란 이런 것일까. 우승을 확정한 한양대 선수들이 천보성 감독을 헹가레 치고 있다. ⓒ 이호영



한양대가 7년 만에 추계리그 정상에 올랐다.

한양대는 22일 오전 11시 동대문야구장에서 열린 2007 전국대학야구 추계리그 결승전에서 경성대를 6-3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한양대는 2001년 대학야구 선수권 이후 6년 만에 대학야구 정상을 탈환, ‘야구 명문교’의 자존심을 지켰다.

한양대의 선발투수 오민철(22)은 7이닝을 1실점(비자책점) 역투를 펼치며 승리투수가 됐다. 장단 10안타로 활발하게 터진 타선의 힘도 우승의 원동력이었다.

승부는 비교적 빨리 갈렸다. 한양대는 3회말 공격에서 이해창, 김동현, 김영은, 이명환의 안타가 터지며 2점을 앞서 나갔다. 비록 4회초 1점을 내주긴 했지만 4회말 다시 4안타를 뽑아내며 3점을 달아나 5-1로 기선을 제압하는데 성공했다.

한양대는 이에 그치지 않고 7회말 1점을 더했다. 4번 타자 이명환이 경성대의 에이스 고창성(23·두산 베어스 2차 2순위 지명)을 상대로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솔로 홈런을 기록한 것. 분위기는 한양대 쪽으로 급격히 기울기 시작했다.

그러나 결승까지 올라온 경성대의 저력은 만만치 않았다. 8회초 3번 타자 박헌도가 한양대의 바뀐 투수 박현을 상대로 중앙 펜스를 넘기는 대형 2점 홈런을 기록하며 6-3으로 따라붙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추가득점에는 실패, 아쉽게도 준우승에 그쳐야 했다.

"선수들이 잘해줬다." 천보성 한양대 감독은 우승의 원동력으로 선수들과 코치들의 노고를 꼽았다. 학교측의 전폭적인 지원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 "선수들이 잘해줬다." 천보성 한양대 감독은 우승의 원동력으로 선수들과 코치들의 노고를 꼽았다. 학교측의 전폭적인 지원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 이호영


1996년부터 1999년까지 프로야구 LG 트윈스 감독이기도 했던 천보성 한양대 감독(54)은 “선수들과 코치들이 고생했다. 또한 학교에서 야구부를 많이 지원해 주는데 그것이 큰 힘이 된 것 같다”며 소감을 밝혔다.

이어 천 감독은 “결승전보다 오히려 예선이 더 어려웠다. 결승전에서는 오민철이 잘 던졌고 타자들의 컨디션이 좋아서 쉽게 이길 수 있었다. 무엇보다 선수들이 다들 우승에 목말라서 의욕적이었다. 특히 고종욱, 옥기윤을 비롯한 신입생들의 활약이 두드러져 큰 힘이 됐다”며 선수들에게 우승의 영광을 돌렸다.

한편 팀을 결승전까지 이끈 좌완투수 박현(22)은 최우수선수상을 받았다.

박현은 인터뷰에서 “대학 마지막 공식 대회를 우승으로 장식해서 기쁘다. 최우수선수에 선정된 사실도 감개가 무량하다. 비록 올해 프로 구단에 지명 받지 못했지만 상무 입대로 활로를 뚫어볼 생각이다”고 말했다.

경기 막판 2이닝 동안 2실점한 부분에 대해서도 “체력적인 부담은 없었는데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 가다보니 공이 몰렸다”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한 관계자는 박현에 대해 “공은 시속 140km가 나오기 어려운데 제구력이 좋고 슬로 커브를 비롯한 변화구 구사력이 뛰어난 선수다”고 전했다.

"기분 좋습니다." 추계리그 최우수선수 박현은 팀의 우승에 대해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 "기분 좋습니다." 추계리그 최우수선수 박현은 팀의 우승에 대해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 이호영

▲ 2007 전국대학야구 추계리그전 시상내역

우승 - 한양대
준우승 - 경성대
3위 - 단국대, 고려대
최우수선수상 - 한양대 투수 박현
우수투수상 - 한양대 투수 오민철

감투상 - 경성대 투수 임현준
수훈상 - 한양대 1루수 이명환
타격상 - 단국대 우익수 나지완 (29타수 15안타, 타율 .517)
타점상 - 경성대 포수 이지영 (11타점)
도루상 - 강릉영동대 3루수 박신욱 (9개)
홈런상 - 단국대 우익수 나지완 (4개)
감독상 - 천보성 한양대 감독
공로상 - 김종량 한양대 총장

특별상 - 경희대 투수 박현준 (9월 12일 원광대전 노히트노런 작성)

관심에서 멀어진 결승전, 아쉬움 남겨
텅빈 관중석 22일 열린 대학야구 추계리그 결승전은 추석 연휴와 맞물려 더욱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관중석도 빈자리가 넘쳐났다.

▲ 텅빈 관중석 22일 열린 대학야구 추계리그 결승전은 추석 연휴와 맞물려 더욱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관중석도 빈자리가 넘쳐났다. ⓒ 이호영



대학야구는 고교야구보다 더욱 사람들의 무관심이 두드러진다. 팀은 많으나 흥행이 될 만한 대회가 없기 때문. 재능 있는 선수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프로에 입단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한 가지 이유다.

이번 대회 결승전도 몹시 조용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관중석은 거의 텅빈 상태였다. 특히 8월 16일 프로야구 2차 지명이 끝나면서 대학교 4학년 선수들의 집중력이 떨어졌고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시점이어서 대회에 대한 관심은 더욱 멀어졌다. 심지어 각 언론 매체의 취재도 드물었을 정도. 결승전이라는 이름에 전혀 걸맞지 않게 인터뷰를 시도하는 기자들 조차 거의 없었다.

그러나 이번 대회는 자칫 동대문야구장에서 열린 아마추어 야구의 ‘마지막 공식 대회’가 될지도 모르는 의미 있는 대회였다. 서울시가 11월 동대문운동장을 철거할 계획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고교야구는 봉황대기를 끝으로 올해 일정이 이미 끝난 상태였다. 이번 대학야구 추계리그전은 그야 말로 마지막이었던 셈이다.

물론 최근 대체구장 후보지인 구의 정수장이 등록문화재로 예고되면서 동대문운동장 철거 계획이 재검토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동대문운동장이 올해 철거되지 않는다는 보장은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아마추어 야구가 최악의 침체를 겪고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마지막일수도 있는 동대문야구장의 대학야구 추계리그전이 ‘그들만의 잔치’로 치러졌다는 점에서 허전한 마음까지 감출 수는 없었다.

덧붙이는 글 필자 블로그
http://aprealist.tistory.com
한양대 우승 대학야구 추계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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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동작구위원장. 전 스포츠2.0 프로야구 담당기자. 잡다한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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