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척 앤 래리> 포스터

영화 <척 앤 래리> 포스터 ⓒ 유니버셜 픽쳐스

아담 샌들러. 참 평범하게 생겼지만 영화 속에서 그처럼 빛을 발하는 배우는 없을 것이다. 그를 보고 있으면 인상 좋은 옆집 아저씨가 떠오른다. 지극히 미국적인 인상을 풍겨서일까, 그 덕분에 그는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배우 중 하나다.

 

그런 그가 호색한을 연기한다면 어떨까? 참 안 어울리는 듯하지만 아담 샌들러 보다 더 선량하게 생긴 케빈 제임스가 함께 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거기에 우정을 위해 게이로 분하기까지 하니 그야말로 아담 샌들러에겐 파격적인 연기변신이 아닐 수 없다.

 

두 주인공의 찰떡궁합, 웃음 유발!


영화 <척 앤 래리>에서 아담 샌들러와 케빈 제임스가 파트너가 되어 환상의 호흡을 맞춘다. 그런데 여기서 간과해선 안 되는 것은 바로 아무리 아담 샌들러가 연기변신을 했다 해도 줄곧 그가 추구하는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바로 아담 샌들러가 연기한 척은 여전히 낙천적이며, 유쾌하다는 것. 물론 이번 영화에서는 캐빈 제임스 때문에 귀여운 악역으로 변신하긴 했지만 다른 영화에서 연기했던 인물들처럼 낙천적이고, 유쾌한 인물이다.  

 

그리고 이번에도 역시나 그러한 인물의 캐릭터를 적극적으로 살리며 유쾌한 웃음을 선사해 준다. 물론 게이 커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는 하지만 깊은 부분까지 이야기하진 않는다.

 

영화는 맨하튼으로 향하던 카메라를 브루클린으로 돌리면서 시작한다. 처음부터 미국의 상류층, 주류의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듯하다. 소방관 척(애덤 샌들러)과 래리(캐벤 제임스)는 오랜 친구이다. 죽은 아내를 잊지 못하는 래리는 아이들을 연금수혜자로 지정하려 하나 결혼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당국의 말에 고민하게 된다.

 

이 이야기를 들은 척은 연금수혜자로 지정되어 돈을 타기 위해 동성커플에게도 결혼을 허용한다는 뉴욕시로 향한다. 그리고 게이 커플로 분해 결혼놀이를 시작한다. 영화의 주요 스토리만 봐도 이 영화가 어떠한 코미디를 추구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영화는 엉뚱하면서도 기발한 역발상을 통해 한층 업그레이드된 웃음을 전달해 주고, 아담샌들러와 케빈 제임스의 찰떡궁합 호흡을 보여주며 웃음의 완급조절을 이뤄낸다. 사실 두 주인공의 호흡이 맞아 떨어지지 않았다면 재미가 반감될 정도로 배우에 의지하는 부분이 많은 영화이기에 그들의 호흡이 영화의 성공 열쇠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동성애 인권은 영화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


하지만 여기까지만 본다면 분명 영화는 그저 그런 코미디 영화에 불가할지도 모른다. 물론 영화의 전개와 구성은 짜임새 있게 흘러 코미디 영화로 손색이 없지만 웃음을 유발하기 위한 장치로 게이를 이용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했을지도 모른다.

 

사실 이제껏 게이 영화로 분류된 것들은 지독히도 사회적인 경향을 띤 작품들이 많았다. 그 외에 게이들이 등장하는 영화의 대부분은 감초역할로 웃음을 유발하거나, 실없이 농담을 떠들어대는 식의 캐릭터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둘이 게이커플로 분해 벌이는 에피소드도 별반 다르지 않아 상업적인 잣대로만 이용한 것이라면 영화는 분명 재미있지만 끝나고 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감독은 잘 알고 있는 듯하다. 도덕교과서에나 볼 법한 교훈적인 메시지를 영화에 넣고자 부단히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하지만 교훈적인 메시지를 넣고자 억지스럽게 감정을 이입하는 무리수를 두진 않는다.

 

즉 영화는 상업적인 코미디 장르를 기본 바탕으로 사회적인 문제는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영화의 에피소드에 곁들어 양념 정도로만 사용한다. 때문에 영화는 자연스럽게 교훈적인 이야기를 동시에 보여줄 수 있었고 이를 받아들이는 입장도 한결 가벼울 수 있다.

 

 기존 이미지에서 변주를 넓혀 바람둥이의 모습도 연기한 아담 샌들러

기존 이미지에서 변주를 넓혀 바람둥이의 모습도 연기한 아담 샌들러 ⓒ 유니버셜 픽쳐스

또 기존 아담 샌들러는 낙천적이며 성실한 한 남성이 언젠가는 미녀를 만나 로맨스에 빠진다는 내용이 등장하는 영화에 많이 나왔고 그러한 이미지를 <척 앤 래리>에서도 연장해 당연히 게이커플로 분해 그들의 사랑도 이성애와 다르지 않음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데 일조한다.

 

가령 호모포비아이던 남자들이 ‘호모자식’이라 부르며 비아냥거리지만 후반부에 이르러 동성애자 지지자로 탈바꿈하는 대목이 그러하다. 여기에 미국이란 나라에서 동성애자들의 인권은 어떠한지,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떠한지 등 자연스럽게 이야기의 폭을 넓혔다.

 

그래서 영화는 가볍지만 가볍지 않은 코미디 영화가 됐다. 영화에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표상인 미국이란 거대한 나라에서 여전히 인종차별과 동성애 차별이 행해지는 이중적인 행태를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았지만 비교적 자연스럽게 보여준 것인 듯하다.

 

그래서 이번에도 아담 샌들러는 또 다른 캐릭터로 변주를 넓히면서 본인의 장기를 최대한 발휘해 재미있는 마음껏 웃을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 놓았다. 특히 캐빈 제임스가 아담 샌들러의 연기를 든든하게 뒷받침해주며 웃음을 보장해 준다.

2007.09.08 12:17 ⓒ 2007 OhmyNews
영화 척 앤 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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