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잠실에서 벌어진 LG 트윈스와 KIA 타이거즈간의 시즌 11차전은 이승호와 박용택이 투타에서 맹활약을 한 홈팀 LG의 5-0 완승으로 끝이 났다. 전날 삼성에 6-2 승리를 거두며 최근 6경기 3승3패로 서서히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날 움직임을 보여주던 KIA였기에 이날 패배는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현재 KIA에게 가장 절실한 연승을 이어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12일 1군으로 복귀한 최희섭(28)은 이날 2안타를 기록하며 복귀 후 2경기 연속 안타를 이어가는 데 성공을 했다. 최희섭은 복귀 후 두 경기에서 9타석 7타수 3안타(타율 0429) 볼넷 2개를 기록하며 타격감을 끌어올리는 중이다. 올 시즌 성적은 5게임 21타수 5안타(2루타 2개) 타율 .238.

최희섭이 짊어진 짐

▲ 최희섭의 어깨에 KIA의 성패가 달려있다.
ⓒ KIA 타이거즈
메이저리그 최초의 한국인 타자로 빅리그에서 4시즌을 뛰었던 최희섭은 2006년과 2007년 연거푸 메이저리그 진입에 실패를 하고 시즌 중반 KIA의 유니폼을 입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비록 원하는 만큼의 성공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40개의 홈런을 때려낼 정도로 무시할 수 없는 장타력을 보여주었던 최희섭이기에 그의 한국행은 '최희섭 효과'에 대한 기대감을 품게 하기에 충분했다.

불과 2년 전까지 메이저리그에서 15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4시즌 통산 40개의 홈런을 때려낸, 이제 겨우 28살의 젊은 거포가 한국으로 온다는 것은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 타자라도 대단히 흥분될 만한 일이었다. 하물며 메이저리그 최초의 한국인 타자라면 KIA가 지불한 15억5천만원(옵션포함)은 결코 터무니없이 많은 금액이 될 수가 없었다. 그가 최희섭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희섭이 입단을 하고 정식 경기에 출전을 하기 시작한 지 두 달 가까이 지난 현재 최희섭은 KIA 몰락의 주범 가운데 한 명으로 지목되고 있다. 할 말이 있을 수가 없다. 5월에 단 세 경기 출장을 하고 부상으로 1군에서 사라진 후 7월 중순에 복귀를 했으니 보여준 게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최희섭이 1군에서 자취를 감춘 사이 KIA는 엄청난 시련을 겪었다. 주전들의 줄부상에 팀 성적은 곤두박질 쳤으며 KIA를 이끌어가고 있는 정재공 단장과 서정환 감독은 여론의 혹독한 도마 위에 올라야했다. 그리고 최희섭 역시 엄청난 비난을 받아야했다. 억울해 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최희섭이 받았던 엄청난 기대치의 그림자고 거액의 몸값에 따라 다닐 수밖에 없는 굴레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최희섭이 짊어지고 가야할 짐이다.


최희섭이 때리는 홈런의 가치

▲ 2005년 6월, 하루 3개의 홈런을 때려냈던 '거포' 최희섭.
ⓒ mlb.com

우려와 기대 속에 최희섭은 다시 복귀를 했다. 시카고 컵스 시절 최희섭은 '나이스 가이'로 불렸다. 억울한 경우를 당해도 화 한 번 제대로 낼 줄도 모르는 순둥이가 바로 최희섭이다. 그러나 냉험한 프로의 세계에서는 실력이 곧 인품이다. 아무리 사람 좋은 웃음을 보여도 안타를 못 때려내면 팀에 해를 끼치는 악당이 되는 곳이 프로의 세계다. 본의 아니게 '악역'이 되어버린 최희섭은 자신을 규정짓고 있는 오해와 편견의 틀을 깨 나가야한다

최희섭이 때려내는 홈런 하나하나의 가치는 특별하다. 최희섭이 살아난다면 KIA는 반전에 성공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최희섭 효과'다. 최희섭은 최근 지독한 내홍을 겪고 있는 KIA의 분위기를 반전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다. 보여준 것 없는 최희섭의 모습에 실망한 사람들은 '최희섭 효과는 없었다'라고 말을 하지만 최희섭은 아직 시작도 안했다.

2003년 6월 8일 시카고 컵스의 1루수 최희섭은 뉴욕 양키스와의 홈경기에서 내야 플라이를 처리하려다 투수 캐리 우드와 충돌한 후 뇌진탕으로 그라운드에 쓰러진 채 일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최희섭은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도 공을 쥐고 놓으려 하지 않고 있었다. 우리가 본 것은 최희섭의 놀랍도록 무서운 집념이었다. 살아 남기위한 젊은 유망주의 치열한 몸부림이었다.

최희섭이 그때의 집념과 열정을 가지고 KIA를 위해, 팬들을 위해, 그리고 프로야구를 위해 홈런을 쏘아 올려주기를 기대한다. 자신을 선택한 사람들의 믿음이 결코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스포홀릭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7-07-14 12:49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스포홀릭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최희섭 KIA 타이거즈 메이저리그 거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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