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이승엽 선수는 정말 대단했다. 홈런을 비롯하여 타격 전 부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고, 그를 빼놓고 요미우리 자이언츠를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이니 더 이상 긴 설명이 필요 없을 듯하다.

그렇지만 이승엽 선수의 경기(요미우리의 경기라는 말보다는 이런 표현이 더 어울릴 듯하다)를 지켜보면서 야구 경기 자체도 흥미로웠지만 일본 야구문화를 새롭게 인식하는 기회가 되었다는 점에서 느끼는 바가 크다.

먼저 도쿄돔을 찾으면서 야구를 보러간다는 느낌보다는 야구를 즐기러 간다는 기분이 들었다는 점에서 우리와 조금은 차이를 느낀다. 이는 시설에서부터 시작되는데 도쿄돔은 단순히 도쿄돔이란 이름보다는 '도쿄돔 시티'라는 명칭이 더 어울리게 종합적인 시설과 함께 한다.

여기에는 도쿄돔을 비롯하여 도쿄돔 호텔, 쇼핑몰 아쿠아, 놀이시설인 도쿄돔 아트락션스 등이 다닥다닥 자리를 함께 하고 있는데 이는 도쿄돔이 단순히 야구팬들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생활의 일부로 느끼게끔 한다. 그래서인지 어느 도시든 축구장 옆에 야구장, 야구장 옆에 체육관이 놓여있는 구조에 익숙한 눈에는 이런 모습이 생경하게 보인다.

그런데 이는 도쿄돔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다. 일본의 야구장들은 경기장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는 것이 아니라 편의시설이나 볼거리가 함께 하는 경우가 많다. 사이타마현 도코로자와시에 있는 세이부 라이온스의 인보이스돔구장은 세이부유원지와 함께 하며, 후쿠오카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야후돔도 '호크스타운'이란 이름의 종합적인 시설과 함께 한다.

또한 오래된 경기장 중 하나인 도쿄 야쿠르트 스왈로스의 진구구장은 주위에 편의시설이 없어 썰렁하긴 하지만 우거진 숲으로 둘러싸여 있어 그 적막함을 달래준다. 그래서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우거진 숲과 그 여유로움 때문에 요미우리의 고라쿠엔구장보다는 진구구장과 야쿠르트를 좋아한다고 회상한 바 있다.

야구, 보는 스포츠 아니라 즐기는 스포츠

 도쿄돔 기둥에 새겨진 이승엽 선수의 모습
ⓒ 김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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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일본 야구장은 굳이 경기를 보러가지 않더라도 여러 볼거리가 제공되기에 즐거움이 더한다. 그래서인지 이승엽 선수의 경기를 직접 보지 않더라도 한국 관광객들이 꾸준히 도쿄돔을 찾게 되었는지 모른다. 이분들은 대부분 이승엽 선수의 흔적을 찾으면서 즐거움을 느꼈을 텐데 한국 팬들이 도쿄돔을 찾으며 가장 많이 기념촬영 한 곳은 이승엽 선수의 모습이 새겨진 도쿄돔 기둥이었을 것이다.

우에하라 코지, 다카하시 요시노부 등 요미우리의 톱스타들로 채워진 이 기둥들은 올 시즌 처음 등장하였는데, 아주 단순한 것이었지만 도쿄돔에 왔다는 흔적이 될 만큼 하나의 상징물이 되었다.(지금은 시즌이 끝나 기둥에 새겨진 선수들의 모습은 모두 철거되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발길을 옮기는 곳이 있는데 이는 'TO:DO'라는 야구용품 전문점이다. 이곳은 야구용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관련된 상품을 판매하는 곳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텐데, 레플리카나 야구모자, 응원 도구 그리고 캐릭터상품까지 갖가지 물건들로 가득하다.

여기를 찾으면서 한국 팬들은 이승엽 선수 관련 상품들이 얼마나 있는지 눈을 밝히며 열심히 찾았을 것이다. 그러면서 요미우리 관련 상품의 다양함에 그리고 조금 비싼 가격에 잠시 놀라게도 되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일본상품 특유의 오밀조밀함에 그냥 스치지 않고 한번 만져보게 되고, 열쇠 고리나 핸드폰 고리와 같은 상품들은 집었다 놓았다 반복할 만큼 충동구매를 느꼈던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모습은 야구를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연결시키는 일본 특유의 구조를 엿볼 수 있는 기회이면서도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된다.

팬들의 눈높이에 맞춘 질 높은 캐릭터 상품...한국의 구단은?

 도쿄돔 임시 응원용품 판매장
ⓒ 김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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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팬들이 야구 관련 상품을 사고 싶어도 종류가 적거나 상품의 질이 그리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가 허다하다. 경기장은 물론이거니와 각 팀의 홈페이지에서 판매되는 물건들을 보면 몇 년째 같은 물건만 그대로인 듯 보이며 그리 사고 싶은 마음도 쉽게 생기지 않는다.

메이저리그 용품이나 일본야구 용품에 눈이 높아 있는 팬들이 이런 형식적인 물건들에 손이 가겠는가? 야구팬들이 바라는 것은 그냥 싼 가격의 물건이나 아무 의미 없이 구단 로고만 박힌 물건을 바라는 것이 아닐 것이다. 적당한 돈을 지불하면서도 다양하게 무언가 의미 있는 용품들을 원하는 것일게다.

미국의 메이저리그나 프리미어리그를 비롯한 유럽의 축구팀들이 레플리카(선수들이 입는 유니폼을 복제한 옷)로 막대한 수입을 얻는 것은 다시 언급하지 않아도 다들 잘 아는 사실이다. 관련 상품으로 부족한 재정에 보탬이 되고, 팬들은 구단에 애정을 갖게끔 하는 이런 작은 연결고리는 좋은 선수를 데리고 오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문제이다. 초창기 OB베어즈의 어린이회원과 관련된 여러 이야기가 하나의 전설처럼 이야기되며, 지금 팬층의 바탕이 되었다는 점은 야구문화콘텐츠와 관련하여 되새겨 볼 좋은 예일 것이다.

사고픈 욕망은 있지만 그것을 따라주지 못하는 구조는 전적으로 구단이 깊이 생각해야 할 문제이다. 경제구조가 그렇게 되지 않는다고 손 놓고 있을 것이 아니라 성적에 관계없이 이런 자질구레한 것이라도 팬들과 함께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우리가 원하는 진정한 야구문화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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