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눈의 티끌은 보여도 내 눈의 들보는 보이지 않는다'는 옛말이 있다. 타인의 잘못을 지적하는 건 쉽지만, 정작 나의 문제에 대해서는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게 어렵다. 아니, 아예 외면한다. KBS2 '개는 훌륭하다'를 시청하는 입장에서는 고민견의 갖가지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보호자들을 손가락질하게 되지만, 더 많은 손가락이 자신에게 닿아있다는 걸 깨닫지 못한다. 
 
스피츠 찡구(수컷, 9살)

하울링 때문에... 엘리베이터에 항의글도
 
 KBS2 <개는 훌륭하다> 한 장면.

KBS2 <개는 훌륭하다> 한 장면. ⓒ KBS2

 
22일 방송된 '개는 훌륭하다'의 고민견은 스피츠 찡구(수컷, 9살)였다. 보호자 가족들은 10년 전 친척의 반려견이 낳은 새끼, 그러니까 찡구에게 첫눈에 반해 지금껏 함께 살고 있었다. 찡구는 유독 엄마 보호자를 잘 따랐다. 이 경우에는 경비견으로서 보호 본능을 보이는 것인지 단순히 소유욕에 의한 행동인지 세심히 파악해서 대처해야 한다. 과연 찡구는 어느 쪽일까. 

혼자 남겨진 찡구는 짖기 시작하더니 하울링까지 했다. 또, 갑자기 거실에 마킹을 하기 시작했다. 어떤 의미의 행동일까. 강형욱 훈련사는 "자기의 냄새를 맡고 (보호자한테) 돌아오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건물 건체가 울릴 정도로 계속 짖고 하울링을 하니 이웃들의 불만이 폭주했다. 엘리베이터에 항의 글이 붙었고, 최근에는 집까지 찾아와 항의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다고 보호자 가족들이 넋 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들을 했던 모양이다. 켄넬 훈련, 외출 준비 시 서두르지 않기, TV 틀어주고 외출, 시간차 두고 한 명씩 외출하기 등 몇 가지 훈련을 해봤지만, 보호자들의 노력에도 찡구의 문제는 나아지지 않았다. 다만, 강형욱이 항상 강조하는 '단호한 태도의 블로킹'을 제대로 해봤는지는 의문이었다. 

찡꾸의 문제는 산책 중에서 나타났다. 엄마 보호자만 졸졸 쫓아다녔고, 잠시 편의점이라도 들어가면 문 앞에서 꼼짝도 않고 기다렸다. 또, 다른 반려견을 향한 공격성도 보였다. 덩치가 훨씬 큰 개에게도 거침없이 달려들려 했다. 강형욱은 소유욕에 의한 공격성이 아닌 것 같다며 '가드 어그레션'이라 초진했다. 즉, 보호 공격성, 가족이나 보호자를 지키는 본능을 타고 났다는 의미였다. 

공격성을 지닌 반려견들이 대체로 그러하듯, 찡구 역시 보호자 가족에게 입질을 했다. 다른 가족들이 엄마 보호자를 만지려고 하면 곧바로 이빨을 들이댔다. 엄마 보호자와 타인이 어떤 식으로든 접촉하는 걸 절대 용납하지 않았다. 게다가 입질의 강도가 점점 세지고 있어 가족끼리 밥 한 끼 제대로 먹기 힘든 상황이었다. 과연 강형욱은 이 고민을 어떻게 해결할까. 
 
 KBS2 <개는 훌륭하다> 한 장면.

KBS2 <개는 훌륭하다> 한 장면. ⓒ KBS2

 
현장에 출동한 강형욱은 맹렬히 짖는 찡구는 보고서, 엄마 보호자에게 "왜 조용히 안 시켜요?"냐고 나무랐다. 단호하게 통제하라는 얘기였다. 달라진 반응을 보이는 엄마 보호자에게 놀란 찡구는 리드 줄을 물어 뜯으며 저항했고, 누나 보호자에게 의지하려 했다. 강형욱은 이런 식으로 통제해 본 적이 있냐고 물었고, 엄마 보호자는 그런 적 없다고 대답했다. 벌써 답은 나와 있었다. 

그 상태에서 강형욱이 엄마 보호자와 하이파이브를 하자, 찡구는 다시 경계하며 짖어댔다. 외부인과의 접촉에 흥분한 탓이다. 강형욱은 목줄을 잡아당겨 통제하도록 조언했다. 몇 번의 반복 후에야 찡구는 더 이상 짖지 않고 자리에 앉은 채로 기다릴 수 있게 됐다. 강형욱은 찡구가 낯선 사람을 싫어하는 까닭은 엄마 보호자를 위한 퍼포먼스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회성이 부족한 것이다. 

본격적인 훈련이 이어졌다. 강형욱은 수건을 가져다 달라고 요청해서 소파를 기준으로 일렬로 놓아 영역을 분리했다. 평소 소파 밑은 찡구의 영역이었다. 외부인에게 공격성을 보이는 장소도 소파 주변이었다. 더 이상 소파 쪽으로 오지 못하도록 하자 찡구는 위아래 이빨이 부딪히도록 턱을 덜덜 떨었다. 극도로 흥분했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는데, 사람이 긴장했을 때 손을 떠는 것과 비슷하다. 

"쉽게 말해서 만만해진 거예요."

엄마 보호자가 선 안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찡구가 수건을 넘어오면 블로킹을 하자, 찡구는 엄마 보호자의 발을 물려는 시늉을 취했다. 강형욱은 보호 공격성인 줄 알았는데, 소유 공격성으로 변한 것 같다며 자신의 분석을 수정했다. 찡구는 블로킹을 당하는 중에도 꼬리를 흔들었는데, 이는 압박으로 느끼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했다. 결국 찡구는 딸 보호자에게 달려들어 발을 물고 흔들었다. 

갑작스러운 유혈 사태에 강형욱은 리드 줄을 잡고 통제에 나섰다. 찡구는 분을 못 이겨 날뛰고, 구토를 하기도 했다. 엄마 보호자는 이전과 달라진 태도를 보이며 찡구에게 여지를 주지 않으며 단호히 대했다. 찡구는 교육 없이 애정만 받으며 자란 반려견의 전형을 보여줬다. 그렇게 9년을 살았으니 한순간에 변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켄넬 훈련도 난항을 겪었다. 

강형욱은 엄마, 누나 보호자를 잠시 밖으로 내보낸 후, 켄넬을 뒤집어 엎어버렸다. 입구와 시야를 차단하면 반려견의 흥분을 진정시키고 공간에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하면 불편함을 느끼게 하는 방법이기도 했다. 강형욱은 손님에게 짖으면 켄넬로 직행, 단호한 블로킹, 짖을 때는 리드줄로 통제 등 기본적인 훈련을 반복 학습시키라고 당부했다. 

찡구 맞춤 훈련법

분명 찡구 맞춤 훈련법은 어느 정도 강압적인 부분이 있었다. 강형욱은 정석 훈련법은 스스로 짖지 않을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이지만, 보호자의 현재 상황에서는 적합하지 않은 방법이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웃의 피해를 줄이려면 강압적인 교육이 불가피했다는 얘기였다. 그 말을 들은 엄마 보호자는 미안한 마음에 눈물을 흘렸다. 현실적인 타협이 불가피함을 인정한 듯했다. 

강형욱은 마지막으로 집에서는 훈련만 하고, 예뻐해 주는 건 산책할 때 하라고 조언했다. 다행히 찡구는 헬퍼독을 보고도 짖거나 달려들지 않았다. 아무래도 가슴줄을 목줄로 교체한 효과인 듯싶었다. 아무런 통제도 받지 않고 자란 반려견은 자유로운 게 아니라 비사회적인 것이라는 인식이 공유해야 반려문화가 성숙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개는훌륭하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너의 길을 가라. 사람들이 떠들도록 내버려두라.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