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이탈리아인은 출입금지>의 한장면. 왼쪽부터 루이스와 체시라이다.

<개와 이탈리아인은 출입금지>의 한장면. 왼쪽부터 루이스와 체시라이다. ⓒ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제목만 보고 처음에는 코미디가 아닐까 생각했다. 올해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 공식 초청된 애니메이션 <개와 이탈리아인은 출입금지>에 웃긴 요소가 있지만 절대로 그렇게만 말할 수 없는 영화다.

목소리만 등장하는 우게토 가문의 한 소년이 할머니 체시라와 대화하는 방식으로 평범한 한 가족의 과거를 다룬다. 1800년대 후반 이탈리아 북서 지역인 피에몬테의 작은 마을 우게테라에 사는 우게토 가문의 11남매 중 한 명인 루이지의 이야기가 중심이다. 긴 삶 속에서 숱하게 고비를 마주하며, 때로는 슬픔을 감당하고 이겨내기도 한다. 산봉우리를 걷듯이 겪는 이들의 희로애락을 보면 개인의 운명이란 묘하기도 하지만 굳세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11남매는 가난했다. 감자로 간신히 요기하고 겨울에는 너무 추워 견딜 수 없어 근처 국경을 넘어 프랑스로 건너갔다. 일거리가 있으면 무엇이든 해야 했다. 루이스는 형제들과 알프스 산맥에서 터널 공사에 참여한다. 다이너마이트가 터지는 등의 위험을 감수한다. 이후 아내인 체시라를 만나 결혼하지만 이번엔 전쟁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1911년에는 아프리카 리비아 전쟁에 참전하고 이후 또 다른 전쟁에도 나간다.
 
 <개와 이탈리아인은 출입금지>의 한 장면.

<개와 이탈리아인은 출입금지>의 한 장면. ⓒ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루이스가 전쟁에서 돌아오자 이번엔 스페인독감이 유행하면서 가족의 절반을 잃는다. 금목걸이와 은시계를 팔아 최고급 재봉틀을 사 미국으로 건너가려고 하지만 이번엔 짐을 실을 배가 침몰해 궁지에 몰리기도 한다. 하지만 삶에는 역시 희망이 있는 법. 많은 이탈리아인들의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프랑스 덕택이다. 루이스 가족은 이탈리아가 무솔리니의 파시즘 아래 놓였을 때 프랑스로 귀화한다. "프랑스가 (우리를) 먹여 살렸다"라고 말한다. 영화 제목인 <개와 이탈리아인은 출입금지>는 그 시기쯤 프랑스 한 상점에 걸려 있던 문구다. 루이스 가족은 그런 시기를 겪었다.

여기까지만 보면 아주 고단하기만 한 삶처럼만 보인다. 하지만 <개와 이탈리아인은 출입금지>가 어둡게만 그려지진 않는다. 곳곳에 유머와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다. 힘들어도 가족들은 마구간에서 노래와 춤을 추며 즐긴다. 어느 날 발견한 커다란 플라스틱 암소도 보일 때마다 목이 꺾이면서 긴장감을 떨어뜨려 준다. 점토와 판지, 암석 등으로 스톱 모션(물체를 조금씩 움직여놓고 하는 촬영) 방식으로 촬영돼 관객은 작품을 친근하게 대할 수 있다. 숲은 브로콜리, 벽돌은 설탕조각으로 묘사되는 점도 볼거리다.
 
 <개와 이탈리아인은 출입금지>의 한 장면.

<개와 이탈리아인은 출입금지>의 한 장면. ⓒ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작품 안에 갑자기 진짜 사람 손이 등장해도 놀라면 안 된다. 체시라가 찰흙으로 된 손을 내밀 때 갑자기 진짜 사람 손이 등장해 마주한다. 세월이 지나도 가문은 연결되어 있다는 현실감을 불어넣는 장면처럼 다가온다. 알랭 우게토 감독은 자신의 가문 조상들의 흔적을 찾아가면서 작품을 완성해냈다. 올해 세계 최대 애니메이션 영화제인 프랑스 안시국제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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